전국 전기료 최대 19% 폭등에 백악관 서약 동참... 가스 터빈 7년 대기·기술 한계 '첩첩산중'
한국 변압기·HBM 수출 반사이익... 대미 수출 40% 급증 '슈퍼사이클' 진입
한국 변압기·HBM 수출 반사이익... 대미 수출 40% 급증 '슈퍼사이클' 진입
이미지 확대보기이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I 때문에 국민 전기료가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고, 아마존·구글·메타 등 7개 빅테크 기업이 백악관의 '에너지 자립' 서약에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급망 병목과 기술적 한계라는 이중 장벽 앞에서 이 선언이 단기간에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지 확대보기펜실베이니아 전기료 19% 폭등... 데이터센터가 '공공의 적' 됐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통계를 보면, 올해 1월 미국 가정용 전기료는 전년 동기 대비 6% 올랐다. 전국 평균만 보면 그리 크지 않은 수치처럼 보이지만,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지역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뉴저지주 16%, 펜실베이니아주는 19%라는 기록적인 인상 폭을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각) 보도에서 이번 백악관 서약이 AI 성장의 부담을 서민 경제로 전가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 차원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AI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수요 때문에 국민의 전기료가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에너지 리서치 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미국 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4년 약 35기가와트(GW)에서 2035년에는 106GW로 3배 이상 불어날 전망이다. 에너지 조사 기관 클린뷰(Cleanview) 분석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에서 추진 중인 56GW 규모의 데이터센터 자체 발전 설비 중 75%가 천연가스 방식이다.
"전력망 끊겠다"... 빅테크 7社, 백악관 서약 동참
정치적 압박이 거세지자 빅테크들은 '선제적 분리 독립'을 택했다. 이들이 서명할 협약의 핵심은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외부 전력망에서 끌어오지 않고, 자체 건설한 발전소에서 직접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전력망에서 분리함으로써 일반 가정과의 전력 경쟁을 차단하고, '전기료 인상 주범'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계산이다.
업계 시각에서는 전력망 연결 승인을 기다리는 긴 행정 절차를 건너뛰고 직접 발전 설비를 확보하는 편이 전략적으로도 유리하다. 전력망 연결 대기 줄이 전국적으로 수년째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핵심 설비 가스 터빈, 주문하면 최장 7년 대기
자급자족 계획 앞에 놓인 가장 큰 장벽은 가스 터빈의 극심한 공급 부족이다. 현재 새로 주문하면 납품까지 최장 7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베르노바 부문과 미쓰비시 파워가 생산능력을 각각 최대 100%, 25%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가 집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내 진행 중인 가스 발전 프로젝트의 3분의 2가 아직 터빈 공급 계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터빈 가격이 치솟으면서 전력 회사와 일반 산업체의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이는 결국 소비자 전기료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빅테크의 자급자족이 역설적으로 전기료 인하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 모순이다.
"조 달러짜리 기업들이 잠꼬대하듯 뛰어든다"... 전문가들 직격
기술적 결함에 대한 경고도 날카롭다. 데이터센터는 365일 24시간 중단 없는 전력 제공이 전제 조건이지만, 현재 대안으로 제시된 가스 터빈과 디젤 발전기, 왕복동 엔진은 장기 연속 가동에 최적화된 설비가 아니다.
지가르 샤(Jigar Shah) 전 미국 에너지부 대출 프로그램 사무국장은 "조 단위 가치를 지닌 거대 기업들이 엄청난 구조적 문제 속으로 잠꼬대하듯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제조사가 제시하는 가동률 보증 데이터가 실제 운용 환경과 괴리가 있으며, 수십 년간 발전 설비를 유지·보수할 전문 인력과 부품 조달망 확보도 쉬운 과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일부 기업이 노후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이 역시 실제 가동까지 수년 이상이 걸리는 장기 과제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서약이 구속력 없는 정치적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이 반사이익 챙긴다... 변압기 대미 수출 40% 급등
미국 빅테크발 에너지 자립 열풍은 국내 산업에 실질적 낙수 효과를 만들고 있다. 두 갈래다.
첫째, 반도체 수요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3E) 수요 급증으로 2026년까지 주문 물량이 사실상 완판 상태다. 전력 효율이 데이터센터 운영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면서 저전력·고성능 메모리 채택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둘째, 전력 설비 수출이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대미 변압기 수출액은 전년 대비 40% 이상 급증하며 이른바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전력 설비 3사는 노후 교체 수요와 데이터센터 전용 고압 변압기 주문이 겹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 중이다. 미국 현지 제조사의 납기가 2년 이상으로 늘어난 틈을 타, 공정 효율과 납기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북미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미국 내 자체 발전 설비 증설 흐름이 2030년대 초반까지 이어질 경우 초고압 변압기와 전력 제어 장치 수출이 구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는 시가기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기료 수호' 발언과 빅테크의 '에너지 자립' 선언은 정치적 메시지로는 강력하다. 그러나 7년짜리 터빈 대기 행렬과 연속 가동 결함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이 선언이 소비자 전기료를 실질적으로 낮추는 데 기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내년, 내후년 고지서에 변화가 생기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 거대한 에너지 전환의 흐름이 만들어 내는 산업 지형의 변화다. 미국이 AI 패권을 굳히는 과정에서 한국의 반도체·전력 설비 기업들이 핵심 공급 고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단기 수출 실적을 넘어 중장기 경제 안보의 관점에서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흐름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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