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쟁이 강제하는 동아시아 질서 재편과 중-북-러 핵과 일 잠재핵 사이에서 한국의 전략적 선택
중국이 한국의 핵잠수함과 핵무장을 동시에 막고자 하는 이유와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해야 하는 이유
중국이 한국의 핵잠수함과 핵무장을 동시에 막고자 하는 이유와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해야 하는 이유
이미지 확대보기동아시아에서 핵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가열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이는 특정 무기 체계의 도입 문제가 아니라, 누가 이 지역의 질서를 설계하고 누가 그 질서에 종속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 핵잠수함의 한국 기항과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확보 논의에 대한 중국의 격렬한 반발은, 이 문제가 이미 군사 기술의 차원을 넘어 패권 경쟁의 핵심 변수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반발은 ‘안보 우려’가 아니라 ‘질서 방어’다
중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확보에 보이는 반응은 과잉으로 보일 수 있다. 핵무기가 아닌 핵추진이라는 점, 국제 비확산 체제와 직접 충돌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중국의 시각에서 이 사안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질서 문제다.
문제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확보가 이 질서에 균열을 낸다는 데 있다. 장기 잠항과 은밀성, 작전 반경의 확대는 한국 해군을 연안 방어 세력에서 지역 작전 주체로 전환시킬 것이라는 것에 대해 중국으로서는 영 못마땅한 것이다. 중국이 이를 “역내 불안정의 원인”으로 규정하는 이유는, 그것이 불안정해서가 아니라 중국이 독점해온 해양 주도권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에서 한국 핵잠의 의미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확보를 승인한 배경 역시 분명하다. 이는 단순한 동맹 지원이 아니라, 대중 견제의 비용을 동맹과 분담하는 구조적 조정이다. 미국은 더 이상 단독으로 동아시아 해양을 통제할 수 없으며, 지역 동맹국의 자율적 억지 능력 강화를 통해 중국의 행동 반경을 제한하려 한다.
이 맥락에서 한국의 핵잠 보유는 일본의 해상 전력, 호주의 잠수함 전력과 함께 중국 해군을 분산시키는 전략적 고리가 된다. 중국이 이를 'AUKUS(호주, 영국, 미국 3국이 2021년 9월 결성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파트너십)의 변형'으로 공격하는 이유도, 그것이 실제로 중국의 해양 전략을 제약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핵잠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핵무장의 전 단계’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핵잠을 보유하는 순간, 한국은 더 이상 ‘완전한 비핵 국가’로만 인식되지 않는다. 억지의 논리가 작동하기 시작하고, 핵을 둘러싼 전략적 계산이 정책 논의의 중심으로 이동한다. 중국은 이 지점을 누구보다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반대는 일관된다. 핵잠도 안 되고, 핵무장은 더더욱 안 된다. 이유는 단 하나다. 한국이 핵 억지의 주체로 등장하는 순간, 중국의 역내 패권 전략은 구조적으로 붕괴되기 때문이다.
북한 핵을 방패로 삼은 중국 전략의 취약성
중국은 북한의 핵을 사실상 용인하며 전략적 완충지대로 활용해 왔다. 북한 핵은 미국과 한국을 묶어두는 수단이자, 중국이 직접 나서지 않고도 한반도 질서를 흔드는 도구였다. 그러나 이 전략은 한국이 핵무장 논의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순간 역설로 바뀐다.
한국의 핵무장은 북한 핵의 전략적 가치를 급격히 낮춘다. 동시에 중국은 북한 핵을 통제하면서 한국 핵은 막아야 하는 이중 부담에 직면한다. 중국이 어떤 경우에도 한국 핵을 용인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워싱턴의 선택지: 통제된 허용인가, 무력한 반대인가
이제 질문은 미국을 향한다. 워싱턴이 동아시아 패권을 중국에 넘기지 않으려면, 한국의 핵무장 문제를 더 이상 금기처럼 다룰 수 없다. 미국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첫째, 한국의 핵무장을 끝까지 반대하면서 확장억제의 신뢰 회복을 약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성이 낮다. 미국 내 정치적 피로, 글로벌 분쟁의 확산, 재정 부담 속에서 확장억제의 신뢰는 이미 구조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둘째, 한국의 핵무장을 관리된 형태로 허용하는 것이다. 이는 통제 없는 확산이 아니라, 동맹 틀 안에서의 조건부 핵무장, 공동 관리, 단계적 접근을 의미한다. 핵잠 허용이 그 전례라면, 핵무장 허용은 그 연장선에 있다.
한국 핵무장은 미국 패권의 부담을 줄이는 선택이다
한국의 핵무장은 미국 패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전략적 부담을 경감시킨다.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통한 자율적 억지력을 갖추면, 미국은 한반도 위기에서 자동 개입 압박을 덜게 된다. 동시에 중국은 미국과의 직접 충돌을 피하면서 한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쓰기 어려워진다.
이는 미국이 유럽에서 독일의 역할을 재평가해 왔던 역사와도 유사하다. 동맹의 자율적 억지는 패권의 약화가 아니라 패권 유지의 비용 절감 장치다.
한국의 전략: 핵잠을 넘어 핵무장으로
한국의 대응 전략은 명확해야 한다. 핵추진 잠수함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다. 궁극적 목표는 중·북·러 핵 위협과 일본의 잠재적 핵무장 속에서 자체 핵무장을 통한 자율적인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은 핵잠 확보를 명분으로 삼아 핵 기술·전략·제도 논의를 공개적 의제로 전환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과의 협상에서는 ‘핵 비확산’이 아니라 ‘핵 관리’의 프레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핵무장을 허용하지 않는 동맹은 패권을 잃는다
중국은 한국의 핵잠과 핵무장을 동시에 반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이 두 사안의 본질을 누구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국이 이를 끝까지 막는다면, 미국은 중국이 설정한 질서에 스스로 편입되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동아시아 패권은 선언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억지의 현실성으로만 유지된다. 한국의 핵잠수함 확보 허용이 불가피했던 것처럼, 한국의 핵무장 역시 전략적 선택지가 되고 있다. 이를 관리하고 활용하는 쪽이 패권을 유지한다. 거부하는 쪽은 결국 그 패권을 잃는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