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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보다 더 인간적"… 2025년, AI는 인류의 '생존 무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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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보다 더 인간적"… 2025년, AI는 인류의 '생존 무기'가 됐다

닥터 AI·판사 AI, 의료·법률 붕괴 막는 '구원투수' 등판
챗GPT·딥시크가 주도한 생산성 혁명… 개도국 사회문제 해결 '열쇠'로
2025년 인공지능(AI)은 단순한 기술적 유행을 넘어 전 세계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인공지능(AI)은 단순한 기술적 유행을 넘어 전 세계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레스트 오브 월드는 지난 29(현지시각) ‘2025년 세계가 AI를 활용한 혁신적 방법이라는 기획 기사를 통해, 인공지능(AI)이 단순한 기술적 유행을 넘어 전 세계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고 보도했다.

2025년은 챗GPT가 전 세계 웹사이트 방문 순위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해다. 전문가들은 거대언어모델(LLM)이 의료, 법률, 농업 등 사회 시스템의 빈틈을 메우는 실질적인 '생존 도구'로 진화한 원년이라고 평가한다.

의료·법조계의 만성적 인력난, AI가 메운다


의료 시스템이 취약하거나 법적 분쟁이 잦은 국가에서 AI는 인력 부족을 해결하는 핵심 수단으로 떠올랐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비싼 진료비와 부족한 병원 접근성 탓에 젊은 층의 절반 가까이가 AI 챗봇을 통해 정신건강 상담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AI 모델인 딥시크(DeepSeek)’를 사용하는 한 노년층 환자는 의사는 기계 같지만, 딥시크는 오히려 인간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의료진이 놓치는 감정적 교류를 AI가 대신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고령화 사회의 돌봄 노동 문제도 AI가 해결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요양시설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덱시(Dexie)’가 치매 노인들의 아침 운동을 지도한다. 한국 역시 독거노인에게 보급한 AI 반려 로봇이 손주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브라질의 사례는 AI의 효율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인구 22000명이 거주하는 브라질의 한 외딴 마을 보건소 약사 사무엘 안드라데 씨는 비영리단체의 AI 도구 노함(NoHarm)’을 도입했다. 구글과 아마존이 지원하는 이 AI는 처방 오류를 잡아내는 데 투입됐고, 그 결과 처방 검토 역량이 4배나 늘었다.

법조계의 변화도 거세다. 브라질 사법부는 7000만 건이 넘는 소송 적체를 해소하고자 140여 개의 AI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판사들은 판결문 초안 작성에, 변호사들은 변론서 작성에 AI를 활용한다. 현지 법조계 관계자는 과거 20분이 걸리던 변론서 작성이 이제는 몇 초면 끝난다고 설명했다. 파라과이에서는 수감자의 삶을 학습한 챗봇 에바(Eva)’를 개발해 일반인들이 범죄자의 삶을 간접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실험까지 진행했다.

문화와 농업의 장벽 넘다… 언어·기술 격차 해소의 열쇠


창작과 교육, 농업 현장에서도 AI생산성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영화·애니메이션 업계는 챗GPT로 시나리오를 쓰고, 미드저니(Midjourney)로 이미지를 만들며, 런웨이(Runway)로 영상을 제작한다. 아궁 센타우사 인도네시아 영화제작자협회장은 “AI 덕분에 할리우드 수준 콘텐츠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케냐와 말라위 등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AI가 교육과 식량 문제 해결사로 나섰다. 케냐의 초등학교 교사 실비아 오세와 씨는 과밀 학급과 업무 과중을 덜고자 챗GPT를 활용해 200명의 학생을 위한 맞춤형 수업 계획을 짠다. 말라위 농부들은 구전으로 전해지던 농사법 대신 AI 챗봇에게 병충해 퇴치법을 묻는다. 농부 킹슬리 자시 씨는 챗봇이 알려준 대로 했더니 옥수수 밭의 해충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기술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데이터 편향극복한 로컬 AI… 기술 도약의 기폭제


영미권 중심의 거대 언어 모델이 확산하면서 비영어권 국가의 언어와 문화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몽골 스타트업 에구네 AI(Egune AI)’는 몽골어와 유목 전통을 특화 학습한 자체 모델을 개발해 데이터 주권확보에 나섰다. 이 모델은 현지 통신사와 은행, 정부 기관 등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5년의 AI 활용 사례가 기술이 신기한 장난감에서 생존 도구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기술 업계에서는 “AI가 선진국의 전유물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고질적인 사회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기술 도약(Leapfrogging)’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맹신은 금물이다. AI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검증되지 않은 정보 확산이나 전문직의 판단력 저하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레스트 오브 월드는 AI 챗봇의 잘못된 의학적 조언이나, AI가 주는 정서적 만족감이 때로는 부정확한 정보를 선택하게 만드는 '확증 편향'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