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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돈 굴리는 시대, 부자들은 왜 '사람'을 찾나"... 자산관리의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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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돈 굴리는 시대, 부자들은 왜 '사람'을 찾나"... 자산관리의 대전환

로보어드바이저 시대의 역설... "수익률 계산은 AI, 불안감 케어는 인간“
단순 투자는 '옛말', 상속·세금·기부 아우르는 '포괄적 솔루션' 수요 5년 새 18%p↑
맥킨지 "2034년까지 美 자문사 10만 명 증발"... EQ(감성지능) 갖춘 인재가 시장 장악
인공지능(AI)과 로보어드바이저가 금융 시장의 데이터를 장악한 지금, 역설적으로 '사람의 온기'가 자산관리 시장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수익률 경쟁을 넘어 고객의 삶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공감 능력'과 '포괄적 설계'가 인간 자문가의 생존 열쇠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과 로보어드바이저가 금융 시장의 데이터를 장악한 지금, 역설적으로 '사람의 온기'가 자산관리 시장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수익률 경쟁을 넘어 고객의 삶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공감 능력'과 '포괄적 설계'가 인간 자문가의 생존 열쇠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과 로보어드바이저가 금융 시장의 데이터를 장악한 지금, 역설적으로 '사람의 온기'가 자산관리 시장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단순한 수익률 경쟁을 넘어 고객의 삶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공감 능력''포괄적 설계'가 인간 자문가의 생존 열쇠라는 분석이 나온다.

배런스는 지난 29(현지시각) AI 시대에 금융 자문가가 가야 할 길은 기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자산관리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적응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과거의 성공 방식은 잊어라"... 슈퍼리치의 니즈가 변했다


투자업계의 오랜 격언인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자문사들의 경영 전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배런스는 새로운 부유층의 등장과 기술 발전이 자산관리 시장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자산관리 시장의 핵심 고객층은 은퇴를 앞둔 장년층부터 막대한 부를 축적하기 시작한 젊은 층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단순히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넘어, 대체 자산에 투자하거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등 자금 운용 방식이 복잡해졌다. 특히 원격 근무 확산으로 거주지가 유동적인 '디지털 노마드' 부유층이 늘어나면서 국경을 넘나드는 세무 및 법률 자문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자문 서비스의 질적 변화를 요구한다. 과거 자산관리의 핵심이 '시장 수익률 초과(Alpha)'에 있었다면, 지금은 상속 설계, 세금 계획, 기부 전략, 보험 등을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 자문'으로 중심축이 이동했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지난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포괄적 재무 조언을 선호한다는 응답자는 201829%에서 202347%5년 사이 18%포인트나 급증했다. 이는 단순히 돈을 불리는 기술보다 내 재산을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의미 있게 쓸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인간 전문가에게 구하려는 욕구가 커졌음을 보여준다.

AI'계산'하고 인간은 '해석'한다...“EQ가 곧 돈이다


배런스는 자산관리 회사들이 이러한 흐름에 맞춰 ▲고객 성공(개인화된 목표 달성) ▲세대 간 성공(신구 세대 고객의 조화) ▲비즈니스 성공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기술과 인간 역할의 명확한 분업이다. AI와 로보어드바이저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나 데이터 분석 같은 기술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맡는다. 이를 통해 확보된 시간에 인간 자문가는 고객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복잡한 재무적 고민을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술의 발전이 역설적으로 인간 자문가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AI가 해결할 수 없는 민감한 재무 주제를 다루거나, 고객의 감정적인 동요를 어루만지는 일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의 인재 채용과 교육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투자 지식(IQ)뿐만 아니라 고객의 감정을 읽고 소통할 수 있는 감성 지능(EQ)이 자문가의 핵심 역량으로 떠올랐다. 일부 선도적인 자문사들은 마케팅 전문가나 심리 상담 전문가를 초빙해 자문가들의 소통 능력을 키우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 월가에서는 자문 인력 부족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맥킨지 보고서는 자산관리 서비스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반면, 은퇴 등으로 인한 인력 이탈이 겹치면서 2034년까지 미국에서만 약 10만 명의 자문가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 자산관리 시장의 승자는 디지털 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면서도(Tech-savvy), 고객과 따뜻하게 소통할 수 있는 '소프트 스킬'을 겸비한 하이브리드형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사람이 사람에게 전하는 조언"의 가치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개인 투자자도 '인간 멘토' 필수... "멘탈 관리가 수익률 가른다"


이러한 '인간의 역할'은 자산가뿐만 아니라 일반 개인 투자자도 주목할 부분이다. 최근 행동경제학 연구 결과들은 AI의 알고리즘 매매가 기술적으로 완벽할지라도, 시장이 요동칠 때 투자자의 '패닉 셀링(공포에 의한 매도)'을 막아주지는 못한다고 지적한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투자자 심리는 흔들리기 쉽다. 이때 객관적인 시각에서 감정을 제어하고 원칙을 지키도록 돕는 '인간 멘토'의 존재 유무가 최종 수익률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

미래 자산관리 시장의 승패는 디지털 도구(Tech-savvy)를 능숙하게 다루면서도, 따뜻한 소통 능력(Soft Skill)을 겸비한 하이브리드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사람이 사람에게 전하는 조언"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평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