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 상황에서 개최되는 베이징 한중 정상회담이 한국의 대전략에 던지는 질문
질서의 전환기, 대만은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지난 12월29일부터 대만을 포위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전개하는 국면에서 한국 지도자가 1월4일부터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최고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사실은, 외교 일정 그 자체를 넘어선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지금의 동아시아는 안정된 질서의 연속선 위에 있지 않다.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이 용인될 것인가, 아니면 저지될 것인가가 시험대에 오른 질서의 전환기에 서 있다.
이 같은 전환기에는 행동뿐 아니라 침묵 자체가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특히 군사적 강압과 무력 시위가 진행되는 와중에 열리는 정상회담은, 어떤 말을 했는가보다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가로 더 오래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이 순간 아무런 원칙도 제시하지 않는다면, 그 공백은 필연적으로 타자의 해석으로 채워진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것처럼, 국제사회는 무력 침공을 규탄하면서도 결국 ‘기정사실화’의 문턱 앞에서 갈등한다. 만약 대만에서 이 문턱이 넘어가게 된다면, 동아시아는 더 이상 현상 유지의 공간이 아니라 힘의 사용 가능성에 의해 재편되는 공간으로 바뀐다. 이 변화의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할 국가는 대만이 아니라, 지정학적으로 고립된 한반도일 수 있다.
이 점에서 대만 문제는 한국에게 가치 외교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생존 논리의 문제다. 대만에서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방관하는 국가는, 훗날 자신의 질서가 위협받을 때 설득력을 잃게 된다.
침묵의 외교는 더 이상 중립이 아니다
한국 외교는 냉전 이후 오랫동안 침묵과 모호성을 통해 위험을 관리해 왔다. 미중 전략 경쟁이 본격화되기 이전까지 이 전략은 일정 부분 작동했다.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분명한 선을 긋지 않음으로써 충돌을 최소화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전략 경쟁이 구조화된 지금, 침묵은 더 이상 중립이 아니다. 침묵은 언제나 가장 강한 쪽의 해석으로 채워진다. 특히 대만 포위 훈련과 같은 군사적 강압이 진행되는 국면에서 정상회담이 열리고, 그 자리에서 무력 사용이나 현상 변경에 대한 원칙적 언급조차 없다면, 국제사회는 이를 중국의 행동이 문제 되지 않는다는 신호로 읽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국은 의도와 무관하게 중국의 전략적인 서사(narrative, 서술)에 편입될 위험이 있다. 중국은 정상회담이라는 형식을 통해 “문제없음”을 연출하고, 한국은 그 연출에 등장한 조연으로 기록될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이 위험은 단지 외교적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안보의 구조적 신뢰 문제로 이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언사나 도발적 표현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해석의 여지를 최소화하는 원칙적 언어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긴장을 관리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말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강국의 책임이라는 프레임, 대만 현상 유지의 전략적 의미
한국이 지금 제시해야 할 언어의 핵심은 비난이나 압박이 아니라 강국의 책임이라는 프레임이다. 강국은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국가가 아니라, 힘을 절제함으로써 질서를 유지할 책임을 지는 국가다. 이 기준은 중국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모든 강대국에 적용되는 국제 규범이다.
대만 문제를 이 프레임으로 다룰 때, 논쟁의 초점은 주권의 법리나 이념 대립이 아니라 무력 사용의 정당성으로 이동한다. 이 지점에서 중국은 방어적 위치에 놓인다.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을 정당화하려면, 국제질서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논리를 스스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만의 현상 유지를 지지하는 것은 중국을 봉쇄하거나 고립시키기 위한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무력 침공이 국제정치의 합법적 수단이 되지 않도록 선을 긋는 행위다. 이 선이 무너질 경우, 동아시아는 힘의 균형이 아니라 힘의 사용 가능성에 의해 재편된다.
이 재편 과정에서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되는 지역은 대만이 아니라 한반도일 수 있다. 북한은 이미 핵과 미사일을 보유한 상태에서, 중·러의 정치적 지원을 배경으로 현상 변경을 시도할 수 있는 잠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만에서 허용된 논리는, 언젠가 한반도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이 대만 문제에서 분명한 원칙을 세우는 것은 중국을 적으로 만드는 행동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같은 논리가 적용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외교다. 이것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다.
동맹의 신뢰, 그리고 자력 억지로의 수렴
대만 문제에서 한국의 선택은 곧 한미동맹의 성격을 규정한다. 동맹은 선언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동맹은 위기에서 어떤 위험을 함께 감수했는지에 의해 기억된다. 대만 유사 시 한국이 미국과 함께 질서 수호에 기여할 의지를 보이는 것은, 동맹을 방어 수혜 관계에서 질서 공동 책임 관계로 격상시키는 선택이다.
이 선택은 장기적으로 한반도 유사 시 미국과 역내 동맹국들의 개입 의지와 강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전례가 된다. 반대로 대만 문제에서 침묵하거나 소극적 태도에 머문다면, 훗날 한반도 위기에서 한국의 요청은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자력 억지 논의, 특히 핵 억지 논의가 연결된다. 한국의 핵무장은 미국의 신뢰와 공감 없이 현실화될 수 없다. 그리고 그 신뢰는 말이 아니라 질서를 위해 위험을 감수한 기록 위에서만 형성된다.
대만 문제에서 원칙을 분명히 하고, 질서 수호에 기여할 준비가 된 한국이라면, 워싱턴은 한국의 억지를 동맹 이탈의 위험이 아니라 동맹 전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요소로 재평가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한국이 핵 억지를 주장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무엇을 기록으로 남길 것인가
지금 한국 외교에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분명한 원칙을 기록으로 남기는 용기다. 침묵은 가장 쉬운 선택이지만, 가장 위험한 선택이기도 하다.
대만 포위 훈련 국면에서의 베이징 정상외교는, 한국이 어떤 국가로 기억될 것인가를 결정짓는 장면이 될 수 있다. 침묵으로 승인한 국가가 될 것인가, 아니면 원칙을 말한 국가로 남을 것인가.
지금 이 순간, 한국은 그 선택의 문 앞에 서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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