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단결정 배터리의 반전… ‘꿈의 음극재’ 내부에서도 미세 균열 발견

글로벌이코노믹

단결정 배터리의 반전… ‘꿈의 음극재’ 내부에서도 미세 균열 발견

아르곤 국립연구소·시카고대, 단결정 입자 내 ‘불균형 응력’이 고장의 원인 규명
이음새 없어도 내부 확산 속도 차이로 균열 발생… 코발트의 안정화 역할 재조명
사진=구글 제미나이를 통한 이미지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사진=구글 제미나이를 통한 이미지 생성
전기차 배터리의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됐던 ‘단결정(Single-crystal)’ 음극재가 예상치 못한 내부 균열 문제에 직면했다.

2일(현지시각) 에너지 과학 전문지 어스(Earth.com) 보도에 따르면, 아르곤 국립연구소와 시카고 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단결정 배터리 재료가 약 100회의 충·방전 사이클만으로도 입자 내부에서 균열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이음새를 없애면 균열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존 배터리 업계의 설계를 뒤흔드는 발견이다.

◇ ‘이음새’ 없앴지만 입자 내부서 터진 균열


기존 배터리에 사용되는 다결정 재료는 여러 개의 작은 결정 알갱이들이 뭉쳐진 구조로, 알갱이들이 만나는 ‘경계(이음새)’가 팽창과 수축을 견디지 못해 갈라지는 것이 고질적인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단결정 구조는 하나의 커다란 입자로 이루어져 내부 이음새를 제거함으로써 내구성을 높였다고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왕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단결정 입자 내부에서도 리튬 이온의 흡수 속도가 영역별로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입자 표면은 상태가 빠르게 변하는 반면, 입자 중심부(코어)는 리튬 확산 속도가 느려 뒤처지게 된다.

이러한 ‘반응 불균형’은 결정 격자 내에 미세한 왜곡을 만들고, 응력이 축적되어 재료의 탄성 한계를 넘어서면 경계면이 없어도 입자 자체가 갈라지는 ‘입자 내 균열’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코발트의 귀환… "단순 부피 변화보다 국소 변형이 중요"


이번 연구는 배터리 설계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줄여왔던 ‘코발트’의 역할을 새롭게 조명했다. 실험 결과, 망간만 사용한 전지보다 소량의 코발트를 첨가한 단결정 음극재가 훨씬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코발트가 리튬 이온이 긴 확산 경로를 따라 부드럽게 이동하도록 도와 응력이 집중되는 영역의 형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반면 망간은 일부 층상 구조를 안정화하지만, 단결정 구조에서는 오히려 반응 속도를 늦춰 내부 전하 상태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싱크로트론 X선과 고해상도 전자현미경을 결합해 입자 내부의 미세한 원자 간격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단순한 전체 부피 팽창률보다 ‘국소적 변형률’이 배터리 수명을 예측하는 데 훨씬 중요한 지표임을 입증했다.

◇ 고속 충전의 딜레마와 열 폭주 위험


이러한 내부 균열은 단순한 성능 저하를 넘어 안전 문제와도 직결된다. 균열 사이로 액체 전해질이 침투하면 원치 않는 화학 반응이 일어나 가스가 발생하고 배터리가 불안정해진다.

특히 고속 충전 시 리튬 이온이 급격히 이동하면서 입자 표면과 중심부의 응력 차이가 극대화되어 균열과 열화 위험이 급증한다. 이는 결국 온도가 통제 불능으로 상승하는 ‘열 폭주(Thermal Runaway)’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향후 과제로 입자 수준의 통찰을 실제 배터리 셀과 주행 조건으로 확장하는 공정 연구를 제시했다. 배터리 수명은 단순히 에너지를 얼마나 많이 담느냐가 아니라, 입자 전체에 걸쳐 반응을 얼마나 고르게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충전 프로토콜을 최적화하고, 코발트를 대체하면서도 응력 집중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화학 조성을 찾는 데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