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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약하고 멍청"...은퇴 투자자 겨냥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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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약하고 멍청"...은퇴 투자자 겨냥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 논란

다우 4000포인트 폭락에도 "일상적 등락" 치부한 억만장자 각료들
변동성은 부자엔 기회, 일반인엔 독...60대 40 포트폴리오 전략 주목
은퇴를 앞둔 일반 투자자들이 시장 변동성을 대하는 부유층의 시각에 속아선 안 된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은퇴를 앞둔 일반 투자자들이 시장 변동성을 대하는 부유층의 시각에 속아선 안 된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미국 마켓워치는 지난 2(현지시각) 은퇴를 앞둔 일반 투자자들이 시장 변동성을 대하는 부유층의 시각에 속아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지난해 주식시장 급락 당시 투자자들을 비난한 발언을 18세기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특권 의식에 빗대 비판하면서, 변동성이 일반 은퇴 투자자에겐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억만장자들의 '케이크' 망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대대적 관세 부과를 발표한 뒤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시장에서 빠져나온 투자자들을 향해 "약하고 멍청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날을 '해방의 날'이라 불렀지만, 정작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이틀 만에 4000포인트나 폭락했다. 마저리 테일러 그린 전 연방 하원의원은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을 "패배자"라고 불렀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하루하루 오르내림"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의 재산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과 베선트 장관은 각각 수십억 달러 자산을 보유한 억만장자다. 그린 전 의원도 주로 유산으로 받은 재산이 2500만 달러(360억 원)에 달한다. 이들에게 시장 변동성은 싸게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일 뿐이다. 실제로 그린 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무역 정책 방향을 바꾸기 직전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발언은 더욱 극단적이다. 그는 사회보장연금 지급을 한 달 중단해도 문제없다며, 이에 불평하는 사람은 부정수급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자신의 장모를 들었다. 수십억 달러 자산을 가진 헤지펀드 매니저를 사위로 둔 장모가 한 달 연금 없이 버틸 수 있다면 누구나 가능하다는 논리다.

401(k) 퇴직연금은 생명줄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디킨슨 로스쿨 새만사 프린스 교수는 기업·상법 저널에 기고한 논문에서 변동성이 일반 투자자에게 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인들의 401(k) 퇴직연금은 단순한 장기 투자 계좌가 아니라 위기 상황의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긴급 상황에서는 벌금 없이 돈을 꺼낼 수 있고, 최대 5만 달러(7200만 원)까지 잔고의 절반을 빌릴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주식시장이 20~50% 떨어질 때 사람들이 주식을 파는 이유는 비이성적인 공포 때문만이 아니다. 더 떨어질 수 있고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합리적 두려움도 작용한다. 자녀 대학 등록금으로 모아둔 돈이 냉장고를 사는 데 쓰이고, 노후 자금이 마트 직원 생활비를 보태는 돈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수십억 달러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시장 혼란기에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주식·채권 펀드에서 돈을 빼냈다. 이들 모두를 "약하고 멍청한 패배자"로 몰 수는 없다는 게 마켓워치의 지적이다.

주식 60·채권 40 분산 전략


() 피터 번스타인 투자 전문가는 투자 계획의 '무게중심'이 주식 60%와 채권 40%로 구성된 이른바 '6040 포트폴리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식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 사람에게 변동성이 적이기 때문이다.

손쉽게 분산 투자할 방법이 있는데 굳이 외면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뱅가드 토털 월드 주식 상장지수펀드(ETF)는 연간 수수료가 0.6%에 불과하고, 뱅가드 토털 월드 채권 ETF0.5%. 전 세계로 분산 투자하는 것이 저렴하면서도 쉽다는 의미다.

지난해 이 두 글로벌 펀드 모두 미국 단일 시장 펀드를 웃도는 수익률을 올렸다. 월가에서는 부유층과 일반 투자자 사이의 이런 격차를 인식하고 투자 전략을 짜는 것이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