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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4년차, 2026년 증시 전망은...“반도체보다 ‘이것’ 없어서 못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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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4년차, 2026년 증시 전망은...“반도체보다 ‘이것’ 없어서 못 판다”

칩(Chip) 시대 가고 전력망(Grid) 온다...GE 터빈 2029년까지 ‘매진’
455조 쏟아부은 AI 스타트업 ‘머니게임’ 한계...전력 인프라가 새 주도주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올해로 4년차를 맞았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등 하드웨어 기업의 실적 잔치는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의 거대한 물줄기는 ‘반도체’가 아닌 ‘전력(Power)’으로 흐르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올해로 4년차를 맞았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등 하드웨어 기업의 실적 잔치는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의 거대한 물줄기는 ‘반도체’가 아닌 ‘전력(Power)’으로 흐르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올해로 4년차를 맞았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등 하드웨어 기업의 실적 잔치는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의 거대한 물줄기는 이제 ‘반도체’가 아닌 ‘전력(Power)’으로 흐르고 있다.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막대한 전기를 제때 공급할 수 있느냐가 2026년 시장의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최근 분석기사에서 “2026년은 AI 무역의 성패를 결정짓는 해가 될 것”이라며 전력 공급 부족이라는 물리적 한계와 스타트업의 자금난이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드웨어 호황은 상반기까지 ‘맑음’


AI 데이터센터 구축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주문 장부는 이미 2027년 물량까지 차 있다. 공급 부족 우려가 나올 정도로 수요가 탄탄하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AI 하드웨어 기업들의 실적 호조는 최소한 올 상반기까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들이 주주들의 압박이나 과잉 투자 우려로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들의 설비투자 의지는 견고하다는 게 월가의 지배적인 평가다.

‘돈 먹는 하마’ AI 스타트업, 자금줄 마르면 위기


문제는 화려한 하드웨어 실적 뒤에 가려진 ‘최종 수요자’들의 재무 건전성이다. 시장조사업체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2024년과 2025년 2년간 AI 스타트업들이 조달한 자금은 3150억 달러(약 455조 원)에 이른다. 오픈AI가 지난해 기록적인 400억 달러(약 57조 원) 펀딩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막대한 자금 대부분은 MS나 오라클 같은 클라우드 업체에 서비스 이용료로 다시 흘러 들어갔다. 배런스는 “대다수 AI 스타트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클라우드 비용을 감당하려면 끊임없이 외부 자금을 수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사모펀드(Private Market)나 대출 투자자들이 AI 노출 비중을 줄이기로 결정해 자금줄을 죈다면, 데이터센터 수요 자체가 순식간에 증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원전 1기 맞먹는 데이터센터…“전기가 없다”


금융 리스크보다 더 근본적이고 물리적인 제약은 바로 ‘전력’이다. 최신 데이터센터 설계는 전력 소비량이 1기가와트(GW)를 넘나든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1기 용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미국 내 전력망에 이러한 거대 시설을 연결하려면 수년이 걸린다. 인허가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중동 국가들처럼 속도전을 펼치기 어려운 구조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개발자들은 자체 발전 시설로 눈을 돌리고 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넓은 부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요해 비용 부담이 크다. 원자력은 건설 기간이 너무 길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가스터빈 발전기지만, 이마저 한계에 봉착했다.

세계 최대 가스터빈 제조사인 GE버노바(GE Vernova)의 제품은 2029년 중반까지 모든 주문이 마감됐다. 2, 3위 업체인 지멘스에너지와 미쓰비시파워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전력 생산 설비 부족이 AI 확장의 물리적 한계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투자 무게중심, ‘칩’에서 ‘전력망’으로 이동


전문가들은 2026년 하반기 이후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력 공급 병목현상이 데이터센터 가동을 늦추고, 이는 다시 반도체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2026년의 확실한 투자처로 전력 인프라 관련주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배런스는 지난 2일 기사에서 “금융시장이 어떻게 흘러가든 AI 데이터센터는 지어질 것이고, 막대한 전력 부하는 현실화될 것”이라면서 “전력 부족 사태를 해결할 발전 설비와 전력망 장비 업체들이 ‘해결사’로 부상하며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각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심화되는 가운데 금(Gold) 생산업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아그니코 이글 마인스 등 주요 금광 기업들이 전년 대비 100% 이상의 이익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재정 건전성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금 관련주가 유효한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올해 시장은 ‘AI 칩’ 자체보다 ‘AI를 돌릴 에너지’를 누가 쥐느냐의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엔비디아의 독주가 계속되더라도 그 성장의 기울기는 전력망 확충 속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한국 투자자들 역시 반도체뿐만 아니라 변압기·전선·발전설비 등 전력 인프라 관련 글로벌 가치사슬을 면밀히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