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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못 돌리면 1년 내 파산"… 도쿄전력, 현금 고갈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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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못 돌리면 1년 내 파산"… 도쿄전력, 현금 고갈 '초비상'

재가동 지연 땐 자금 바닥… 자회사 매각 등 '생존 구조조정' 착수
세계 최대 원전 1기만 돌려도 1조 절감… '지역 동의'가 최후 관문
200조 빚더미 한전과 '닮은꼴'… "사회적 합의 없인 에너지 안보도 없다"
일본 최대 전력회사인 도쿄전력홀딩스(HD)가 벼랑 끝에 몰렸다. 주력인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이 늦어질 경우, 1년 안에 회사 금고가 텅 비게 된다는 내부 분석이 나왔다. 사진=도쿄전력(TEPCO) 원자력 발전소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최대 전력회사인 도쿄전력홀딩스(HD)가 벼랑 끝에 몰렸다. 주력인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이 늦어질 경우, 1년 안에 회사 금고가 텅 비게 된다는 내부 분석이 나왔다. 사진=도쿄전력(TEPCO) 원자력 발전소
일본 최대 전력회사인 도쿄전력홀딩스(HD)가 벼랑 끝에 몰렸다. 주력인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이 늦어질 경우, 1년 안에 회사 금고가 텅 비게 된다는 내부 분석이 나왔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적자 구조를 원전 가동으로 끊어내지 못하면,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켜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5(현지시각), 도쿄전력 이사회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원전 재가동 지연 시 1년 이내에 자금 부족 사태(Shortage)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규모 원전 재가동 여부가 일본 전력 공급망의 붕괴를 막을 유일한 '생명줄'로 떠오른 셈이다.

3000억 엔 '생존 마지노선' 위협… "자회사 팔아서라도 버텨라"


도쿄전력은 전력 송전망 유지와 설비 보수 등 필수 공공 서비스를 위해 최소 3000억 엔(27600억 원)의 현금을 상시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화력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연료비 부담이 누적되면서 이 자금 저지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야마구치 히로유키 도쿄전력 부사장은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가동이 더 지연되면 1년 이내에 현금 수지가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고했다. 재무적 한계 상황에 다다르자 이사회 안팎에서는 전력 설비 보수 자회사 등 알짜 자산을 매각해 연명해야 한다는 고강도 자구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원전 1기 가동 시 '1000억 엔' 절감… 지역 설득에 사활


도쿄전력 경영진이 내놓은 유일한 해법은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 재가동이다. 이 원전은 총 7기 원자로를 갖춘 세계 최대 발전 용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멈춰 서 있다.

도쿄전력은 원전 1기만 재가동해도 연간 약 1000억 엔(9210억 원) 이상의 연료비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한다. 이는 적자 늪에 빠진 재무 구조를 단번에 개선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다.

현재 기술적 안전 점검과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시정 조치는 완료 단계다. 하지만 최종 관문인 니가타현 지사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핵물질 방호 관리 부실로 잃어버린 신뢰 탓이다. 도쿄전력 경영진은 배수진을 치고 지역을 찾아 안전 대책과 경제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며 주민 설득에 나서고 있다.

한-일 전력기업 위기상황 비교. 도표=글로버리코노믹/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한-일 전력기업 위기상황 비교. 도표=글로버리코노믹/제미나이3

한전 적자와 판박이… "수용성 없인 발전소 무용지물"


전문가들은 도쿄전력의 위기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처한 현실과 놀랍도록 닮았다고 지적한다. 에너지 업계는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 에너지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세 가지로 짚었다.

첫째,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한전의 누적 적자가 해소되지 않으면 전력망 투자와 필수 설비 보수가 지연돼 국가 전력 시스템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연료비 변동에 취약한 화력 발전 의존도를 낮추고, 원전 같은 저원가 기저 전원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둘째, '사회적 수용성'이 기술적 안전만큼 중요하다. 도쿄전력이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고도 지자체 반대에 부딪혀 가동을 못 하는 상황은 주목할 이슈다. 업계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이나 원전 계속 운전 문제에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지역 상생 모델이 선행되지 않으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셋째, 방재 시스템의 고도화다. 일본은 노토반도 지진 이후 원전 인근 피난 계획을 대폭 강화했다.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 앞에서 주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매뉴얼 없이는 원전 정책이 동력을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도쿄전력 사례가 증명한다.

도쿄전력은 올 상반기 내 가동 착수를 목표로 지자체와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일본 정부 역시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 정책의 하나로 원전 활용을 적극 주문하고 있어 중앙 정부의 중재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에너지 시장 분석가들은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 재가동 여부는 일본 내 전력 요금 안정화와 제조업 경쟁력 회복을 가늠할 핵심 지표"라며 "단순히 한 기업의 회생을 넘어 일본 에너지 안보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