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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집 거실을 0.5초마다 훔쳐본다”…텍사스, 삼성TV에 ‘감시 중단’ 긴급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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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집 거실을 0.5초마다 훔쳐본다”…텍사스, 삼성TV에 ‘감시 중단’ 긴급 명령

법원 “동의 없는 화면 캡처는 명백한 사생활 침해”…데이터 판매 관행에 ‘철퇴’
위반 건당 최대 1만 달러 벌금 가능성…美 전역 ‘집단소송’ 도화선 되나
미국 텍사스주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TV 제조사들의 시청 정보 무단 수집 행위를 ‘디지털 가택 침입’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중단 조치를 내렸다. 텍사스주 법무부 로고.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텍사스주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TV 제조사들의 시청 정보 무단 수집 행위를 ‘디지털 가택 침입’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중단 조치를 내렸다. 텍사스주 법무부 로고.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텍사스주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TV 제조사들의 시청 정보 무단 수집 행위를 디지털 가택 침입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중단 조치를 내렸다. 법원은 스마트TV가 소비자의 동의 없이 0.5초마다 화면을 캡처해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주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긴급 접근 금지 명령(TRO)을 발동했다.

6(현지시각) 미 지역 유력 방송인 클릭2휴스턴에 따르면, 켄 팩스턴(Ken Paxton) 텍사스주 법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법원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5TV 제조사를 상대로 제기한 자동 콘텐츠 인식(ACR)’ 데이터 수집 및 공유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빅테크 기업이 관행적으로 해오던 데이터 주권 침해에 제동을 건 사법부의 첫 판단으로, 향후 북미 가전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대형 악재로 부상했다.

“TV 켜는 순간 500ms마다 감시…안방 파고든 디지털 스파이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스마트TV에 탑재된 자동 콘텐츠 인식(ACR·Automated Content Recognition)’ 기술이다. ACRTV가 화면의 영상이나 오디오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사용자가 어떤 프로그램을 시청하는지 식별하는 기술로, 주로 맞춤형 광고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에 활용된다.

텍사스주 검찰 조사 결과, 삼성전자 등의 스마트TV는 이 기술을 이용해 시청 화면을 500밀리초(0.5) 단위로 캡처(스크린샷)하여 제조사 서버로 전송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트래비스 카운티 지방법원은 결정문에서 제조사들의 데이터 수집 행위는 텍사스주의 기만적 상업 관행법(DTPA)’을 위반했거나 위반할 소지가 충분하다라고 명시했다. 이는 텍사스주의 강력한 소비자 보호법으로, 기업이 거짓, 기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행위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그 협력사들이 텍사스 소비자의 시청 데이터를 수집, 분석, 판매, 공유하는 일체의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팩스턴 장관은 빅테크 기업이 첨단 기술을 앞세워 미국인의 안방을 몰래 감시하던 시대는 끝났다라며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 민감한 사생활 정보를 수집해 이익을 챙기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금융 정보·비밀번호까지 유출 위험…데이터 돈벌이제동

검찰은 제조사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가공해 광고주에게 판매하며 막대한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보안 위험성이다. 화면 캡처 방식은 단순히 시청 기록만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TV 화면에 노출될 수 있는 개인의 금융 정보, 계좌 번호, 각종 비밀번호 등 민감한 정보까지 무차별적으로 서버로 전송할 위험을 안고 있다.

이번 소송 대상에는 삼성전자 외에도 LG전자, 소니(Sony), 그리고 중국계 가전 업체인 하이센스(Hisense)TCL 등 총 5개 글로벌 기업이 포함됐다.

팩스턴 장관은 특히 중국계 기업을 겨냥해 중국 공산당(CCP)과 연계된 기업들이 미국 가정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 기업인 삼성과 LG는 안보 위협 이슈와는 별개로, ‘소비자 기만 및 상업적 프라이버시 침해혐의가 주요 쟁점이다.

팩스턴 장관은 삼성전자에 임시 금지 명령(TRO)을 내린 것 외 LG전자에 대해서도 전략적으로 관할 법원을 변경하여 소송을 다시 제기하는 등 강력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천문학적 배상금현실화되나…기업들 초비상


업계는 이번 가처분 결정이 단순한 시정 명령에서 끝나지 않고 막대한 금전적 손실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텍사스주의 기만적 상업 관행법(DTPA)’은 위반 건당 최대 1만 달러(1449만 원)의 민사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피해 당사자가 65세 이상 고령자일 경우 벌금은 건당 25만 달러(36200만 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를 볼 때 합의금 규모가 수천억 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지난 2017TV 제조사 비지오(Vizio)는 유사한 혐의(동의 없는 시청 데이터 수집)로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뉴저지주로부터 제소당해 220만 달러(318800만 원)를 배상하고 데이터를 전량 파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텍사스 소송은 주 정부 차원의 강력한 기조와 맞물려 파급력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 내 삼성과 LG 스마트TV 사용자가 수백만 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반 건수를 산술적으로 적용하면 이론적인 벌금 규모는 천문학적 액수가 된다.

현지 로펌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가처분 인용은 본안 소송에서도 주 정부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라며 텍사스의 승소는 캘리포니아, 뉴욕 등 타 주()의 집단 소송 도미노를 부르는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판결에 따라 북미 지역의 TV 운용 소프트웨어(OS)와 약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편의성을 명분으로 도입한 데이터 수집 기술이 기업의 신뢰도를 깎아먹고 막대한 재무적 리스크를 초래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