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쏠림에 범용 칩 생산 축소 직격탄...선전 화창베이 "D램 한 박스가 상하이 아파트값"
삼성·SK하이닉스 HBM 집중 여파...범용 제품 품귀에 1분기 가격 50% 추가 급등 전망
삼성·SK하이닉스 HBM 집중 여파...범용 제품 품귀에 1분기 가격 50% 추가 급등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현지시각) 제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으나 이를 감당할 매수세가 끊기며 시장 기능이 마비되는 '반도체 스태그플레이션' 징후마저 감지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부르는 게 값"...DDR5 서버용 모듈, 상하이 집값 빗대
세계 최대 전자부품 유통 허브인 선전 화창베이는 최근 전례 없는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메모리 칩 가격 상승세가 해를 넘겨 2026년 초입에 이르자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 지엠(Jiemian)과 SCMP 보도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56기가바이트(GB) DDR5 서버용 메모리 모듈은 현물 시장에서 개당 4만 위안(약 829만 원)을 넘어섰다. 일부 품귀 품목은 4만9999위안(약 1036만 원)까지 호가가 치솟았다.
화창베이 상인들은 "마진이 완전히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뛰었다"며 "제조업체들은 높은 가격을 기대하지만, 정작 구매자는 가격표를 보고 도망가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가격 급등이 이익 증가로 이어지기보다 고객 이탈을 부추긴다는 의미다.
시장 왜곡은 구형 제품인 DDR4에서도 나타난다. 현지 업계 관계자들은 DDR4 램 모듈 표준 배송 상자 100개 가격이 약 500만 위안(약 10억3600만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 경제 수도인 상하이의 웬만한 부동산 가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웨이보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반도체 박스가 집보다 비싸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화제가 됐다.
AI가 삼킨 범용 메모리…공급망 병목 심화
이러한 가격 폭등의 근본 원인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에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빅3' 메모리 기업이 수익성이 월등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전용 칩 생산에 설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제조사들이 한정된 생산 라인을 AI용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돌리자, 스마트폰과 PC, 일반 서버에 들어가는 범용 D램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AI 칩 수요 폭발 → 범용 칩 생산 비중 축소 → 현물 시장 공급 부족 →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는 연쇄 작용이다.
1분기 가격 50% 더 뛴다…삼성전자 등 수익성 '날개'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메모리 가격이 지난 4분기 급등한 데 이어, 올 1분기(1~3월)에도 40~50%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지는 2분기에도 20% 안팎의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전 세계 D램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4%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누적된 대기 수요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급자 우위 시장이 굳어지면서 반도체 제조사들의 실적은 고공행진을 예고했다. 로이터통신은 애널리스트 분석을 인용해 삼성전자의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60% 급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 8일 발표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실제 4분기 영업이익 20조 원을 돌파하며 시장의 낙관적 전망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화창베이의 혼란은 글로벌 IT 제조업계가 직면한 비용 상승 압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칩 가격 상승은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비 위축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현물 가격의 과도한 급등은 시장의 건전한 수요 회복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실수요와 투기 수요가 뒤섞인 중국 유통 시장의 거품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