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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없어도 공장은 돌린다”… 中, ‘AI+제조’로 美 봉쇄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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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없어도 공장은 돌린다”… 中, ‘AI+제조’로 美 봉쇄 뚫는다

‘범용 거대모델’ 포기하고 ‘산업 특화’로 선회… “엔비디아 GPU 없어도 OK”
美와 투자 격차 7배 인정, ‘시스템 최적화’로 승부… 2027년까지 특화 모델 5개 구축
韓·대만 제조 장비 시장 ‘비상등’… “하드웨어만 팔던 시대 끝났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와 칩 설계 소프트웨어(EDA) 수출 통제가 강화되자,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AI) 개발의 방향타를 ‘범용 거대언어모델(LLM)’에서 ‘제조업 특화 AI’로 급선회하며 독자 생존에 나섰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첨단 반도체와 칩 설계 소프트웨어(EDA) 수출 통제가 강화되자,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AI) 개발의 방향타를 ‘범용 거대언어모델(LLM)’에서 ‘제조업 특화 AI’로 급선회하며 독자 생존에 나섰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의 첨단 반도체와 칩 설계 소프트웨어(EDA) 수출 통제가 강화되자,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AI) 개발의 방향타를 범용 거대언어모델(LLM)’에서 제조업 특화 AI’로 급선회하며 독자 생존에 나섰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없이도 구동 가능한 가성비중심의 산업용 AI 생태계를 구축해, 미국의 기술 봉쇄를 우회하고 제조업 패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디지타임스는 지난 9(현지시각)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8개 정부 부처와 합동으로 ‘AI+제조(AI + Manufacturing)’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산업 고도화 정책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미국의 고강도 제재 속에서 중국이 선택한 사실상의 ‘AI 생존 로드맵으로 분석된다.

‘GPU 물량 공세대신 시스템 효율… 궁여지책이자 생존법


중국 정부의 이번 발표는 미국식 AI 게임의 법칙을 따르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 현재 미국 주도의 AI 생태계는 최첨단 GPU와 초고속 상호연결,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로 이러한 자원 확보가 불가능해지자, 중국은 하드웨어의 열세를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최적화로 극복하는 시스템 엔지니어링접근법을 택했다.

공업정보화부가 발표한 계획안은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협업’, ‘지능형 컴퓨팅 클라우드 운영체제’, ‘클라우드-에지-디바이스 아키텍처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는 무리하게 고성능 칩을 확보하려 애쓰기보다, 모델을 경량화하고 공장 내 단말기(Edge)에서 데이터를 처리해 GPU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다.

디지타임스는 중국의 목표는 단일 모델의 최고 성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적당히 좋고, 통제 가능하며, 확장 가능한솔루션을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데이터가 무기… 세계 최대 제조 생태계로 승부수


중국이 제조업AI의 새로운 전장으로 택한 배경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제조 생태계가 있다. 중국은 방대한 산업 데이터와 촘촘한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어, 특정 산업에 특화된 AI 모델을 훈련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판 허린(Pan Helin) 공업정보화부 정보통신경제전문위원회 위원은 단순히 콘텐츠를 생성하는 AI는 경제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제조업과 결합할 때 비로소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2027년까지 3~5개의 대형 범용 제조 모델을 구축하고, 하위 섹터별로 다양한 산업용 모델을 개발한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하나의 거대 모델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작기계, 산업용 로봇, 소재 개발 등 각 분야에 최적화된 계층형 AI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투자 격차 ‘6… 현실 인정하고 실리챙긴다


중국의 이러한 전략 수정은 미·중 간 벌어진 압도적인 자본 격차를 인정한 결과이기도 하다. 중국 자오상증권(China Merchants Securities)에 따르면, 북미 AI 기업들의 20253분기 설비투자(CAPEX) 추정액은 760억 달러(1109500억 원)에 달한다. 반면, 중국 주요 기술 기업들의 분기별 설비투자 정점은 20244분기 기준 1106000만 달러(161400억 원) 수준에 그쳤다.

자본 투입 규모가 약 7배 차이 나는 상황에서 미국과 똑같은 방식의 컴퓨팅 파워 경쟁을 벌이는 것은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깔렸다. 대신 중국은 공장 바닥, 장비 제어, 산업용 소프트웨어 등 실물 경제와 밀접한 영역에서 데이터 해자(Moat)’를 구축해 장기전을 도모하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중국의 ‘AI+제조전략은 챗GPT를 쫓아가려는 단기적인 시도가 아니다라며 향후 10년간 산업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AI 경쟁의 판도를 바꾸려는 장기 로드맵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대만 제조 장비 업계 발등의 불


중국의 전략 변화는 제조업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과 대만 경제에 직접적인 위협 신호다. AI 경쟁이 클라우드 서버를 넘어 공장 자동화와 산업용 장비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중저가 제조 장비에 AI를 탑재해 스마트 제조 솔루션으로 무장할 경우, 기존 하드웨어 경쟁력에 의존해 온 한국과 대만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디지타임스는 대만은 반도체와 산업용 PC에 강점이 있지만, 중저가 장비를 고도화하고 시스템 통합(SI) 분야에서 차별화를 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중국이 범용 칩 확보 실패를 산업용 AI’로 만회하려는 시도는 한국 기계 및 장비 산업에 새로운 도전이라며 단순 하드웨어 판매를 넘어 AI 기반의 공정 최적화 솔루션을 갖추지 못하면 중국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