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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알보다 작은 ‘14원 로봇’, 혈관 속 수영한다… 의료 패러다임 바꿀 ‘마이크로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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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알보다 작은 ‘14원 로봇’, 혈관 속 수영한다… 의료 패러다임 바꿀 ‘마이크로 혁명’

40년 난제 ‘점성의 벽’ 깨고 자율주행 성공… 암세포 추적·동맥경화 치료
‘새 길’ 반도체 공정으로 대량생산… ‘군집 로봇’ 상용화 눈앞, 생체 적합성은 과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와 미시간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빛을 에너지원 삼아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세계 최소형 자율주행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와 미시간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빛을 에너지원 삼아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세계 최소형 자율주행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와 미시간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지난 9(현지시각) 빛을 에너지원 삼아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세계 최소형 자율주행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가로 200마이크로미터(μm), 세로 300μm, 두께 50μm로 소금 알갱이보다 작은 이 로봇은 외부 조종 없이 액체 속을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어, 그동안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세포 단위 정밀 의료의 문을 열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 호에 게재되며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40년 묵은 난제, ‘전기화학 추진으로 돌파하다


로봇 공학계에서 1mm 미만 초소형 로봇의 자율주행은 지난 40년간 풀지 못한 숙제였다. 미시 세계에서는 중력보다 액체의 점성이 훨씬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마크 미스킨(Marc Miskin)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미세한 로봇에게 물속은 마치 끈적한 타르 웅덩이와 같다기존의 기계식 관절이나 프로펠러로는 이 저항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기계적 움직임을 배제하고 전기화학적 추진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해법을 찾았다. 로봇이 자체적으로 미세한 전기장을 발생시키면, 주변 액체의 이온이 이동하면서 물 분자를 끌어당겨 흐름을 만드는 원리다.

이 로봇은 모터나 기어 같은 구동 부품 없이, 자신이 만들어낸 미세한 물줄기를 타고 초당 몸길이만 한 거리를 이동한다. 마찰로 인한 마모가 없어 내구성이 뛰어나며, 전력 공급원인 발광다이오드(LED) 빛만 있으면 수개월 동안 멈추지 않고 작동할 수 있다.

스마트워치 10만분의 1 전력으로 생각하는 두뇌가동


단순한 이동을 넘어 로봇에 지능을 심은 것은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성과다. 데이비드 블라오(David Blaauw) 미시간대 교수팀은 로봇 등판에 태양광 패널, 연산 프로세서, 메모리, 센서를 모두 집적한 초소형 컴퓨터를 얹는 데 성공했다.

블라오 교수는 태양광 패널이 생산하는 전력은 75나노와트(nW)에 불과하다이는 스마트워치 소비 전력의 10만 분의 1 수준으로, 이를 위해 전력 소모를 1000배 이상 줄인 초저전압 회로를 새롭게 설계했다고 밝혔다.

로봇은 탑재된 센서를 통해 주변 온도를 0.3도 단위로 정밀하게 측정한다. 측정된 데이터는 로봇이 몸체를 흔드는 패턴, 일명 진동 댄스를 통해 외부에 전달된다. 이는 꿀벌이 춤을 춰 동료에게 꿀의 위치를 알리는 방식과 흡사하다.

‘1센트의 기적… 혈관 청소부 등 의료 현장 투입 기대


의료계와 산업계는 이 로봇이 가져올 경제적 파급 효과에 주목한다. 반도체 공정을 활용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대당 제작 비용은 약 1센트(14)에 불과하다. 저렴한 비용 덕분에 수천, 수만 대의 로봇을 한꺼번에 투입해 작업을 수행하는 군집 로봇(Swarm Robotics)’ 기술을 현실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로봇이 인체 혈관에 투입될 경우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혈관 벽 플라크 제거 ▲일반 세포보다 온도가 높은 암세포 정밀 추적 및 약물 전달 ▲미세 조직 검사 등 기존 의료 장비로는 불가능했던 고난도 시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로봇이 임무를 마친 뒤 체내에서 안전하게 분해되거나 배출되는지 입증하는 생체 적합성검증이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향후 로봇의 지능을 고도화하고, 위산이나 혈류 등 가혹한 체내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내구성을 강화하는 후속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