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억양과 방언, 지역색이 짙은 음악이 오히려 국경을 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문화적 개성을 희석해야 한다는 오래된 통념이 흔들리는 가운데 현지성에 깊이 뿌리내린 음악이 세계 청중의 폭넓은 호응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전 세계적으로 열린 스트리밍 시대를 맞아 가장 지역적인 음악이 가장 멀리 확산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중국 남부의 방언과 억양을 그대로 살린 랩부터 스페인어만 사용하는 라틴 팝까지 ‘하이퍼로컬’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 아티스트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 중국 래퍼 스카이, 방언 랩으로 세계 무대 진출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흐름을 상징하는 인물로 중국 래퍼 스카이 이즈유어갓이 꼽힌다. 중국 활동명 ‘란라오’로 알려진 그는 멤피스 스타일 힙합에 만다린과 광둥어, 하카어 운율을 섞은 음악으로 중국 내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지난해 7월 발표한 EP 이후 소셜미디어 댄스 챌린지와 모바일 결제 플랫폼 광고 모델로 급부상했고 중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청취자가 빠르게 늘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카이의 월간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수는 중국 대중음악을 대표해 온 저우제룬을 넘어섰다. 그는 지난해 11∼12월 북미 11개 도시 투어를 진행했고, 시드니와 자카르타, 런던 등에서도 공연했다. 중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청중들 사이에서도 “뜻은 모르지만 분위기에 빠져든다”는 반응이 확산됐다.
◇ ‘글로벌 성공=현지색 제거’ 공식 흔들
이같은 흐름은 비서구권 음악이 서구적 요소를 적극 차용해 왔던 기존 성공 공식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하이브가 영어 비중이 높은 글로벌 그룹을 선보이고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이후 케이팝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혀 다른 접근법이 힘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는 이같은 변화를 상징하는 사례로 배드 버니를 들었다. 배드 버니는 영어로 노래하지 않고 스페인어만 사용하는 아티스트임에도 글로벌 대중음악 시장의 정점에 오른 인물로 평가되고 있어서다.
그는 비영어권 아티스트로는 드물게 세계 대중음악의 ‘최정상’에 오른 사례로 꼽히며 스포티파이 기준으로 여러 해 동안 ‘연간 최다 스트리밍 아티스트 1위’를 차지했다.
배드 버니는 영어에 능통함에도 음악 활동에서는 스페인어 사용을 고수했고 지난해 여름에는 글로벌 투어 대신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에서 장기 공연을 선택했다. 블룸버그는 “오히려 이런 선택이 오히려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며 글로벌 청중의 호응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 “억양과 방언도 경쟁력”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석기관 미디아 리서치의 로라 피셔 연구원은 “젊은 세대는 문화적 진정성을 무엇보다 중시한다”며 “지나치게 구체적인 언어와 억양이 오히려 신선함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일랜드 랩 그룹 니캡과 이탈리아 록밴드 마네스킨, 스페인계 래퍼 모라드의 사례를 언급하며 언어 장벽이 더 이상 결정적 제약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로벌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편집 전략을 맡고 있는 제임스 폴리도 “언어와 지역 경계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청취자 세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아시아 아티스트의 글로벌 진출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중국 힙합의 새로운 방향
스카이는 광둥성 후이저우 출신으로 도교와 불교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적 배경을 음악에 녹여냈다. 과거 미국과 유럽 힙합을 모방하던 시기를 지나 자신의 억양과 지역 정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돌파구를 찾았다는 설명이다.
홍콩이공대 언어학자 량와이먼은 이를 “남부 중국 억양의 콜라주”라고 표현하며 과거 표준어 중심 정책 속에서 주변화됐던 방언이 이제는 문화 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이런 변화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글로벌 음악 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짚었다. 국내 시장이 충분히 큰 중국 아티스트들이 굳이 해외 성공을 목표로 하지 않으면서도 역설적으로 그 점이 해외 청중에게는 신선하게 다가간다는 것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