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블랙홀, 부품 씨 말리자 소프맵 "중고 매입" 호소
히가시 회장 "일본은 끓는 냄비 속 개구리…이번 놓치면 끝장"
2027년 2나노 양산 목표, '피지컬 AI'로 TSMC 추격 선언
히가시 회장 "일본은 끓는 냄비 속 개구리…이번 놓치면 끝장"
2027년 2나노 양산 목표, '피지컬 AI'로 TSMC 추격 선언
이미지 확대보기이는 단순한 수급 불균형 해소를 넘어, 기술 패권 전쟁에서 생존하려는 일본의 절박한 몸부림을 보여준다.
"새 PC 사면 쓰던 것 제발 파세요"…씨 마른 부품 시장
지난 9일(현지시각) 게이밍바이블 보도에 따르면, 일본 주요 PC 부품 소매점인 '소프맵(Sofmap)'은 최근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이례적인 호소문을 올렸다. 소프맵 측은 "게이밍 PC 재고가 바닥났다"며 "새 PC를 구매한다면 기존에 사용하던 기기를 우리에게 팔아달라. 꽤 높은 가격에 매입하겠다"고 간청했다.
이러한 품귀 현상의 원인은 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AI 데이터센터가 램(RAM)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를 싹쓸이하면서 일반 소비자용 시장에 풀릴 물량이 급감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으로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게이밍바이블은 "AI 기업들의 탐욕스러운 수요가 제조업체의 공급 능력을 넘어섰다"며 "차세대 콘솔 게임기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냄비 속 개구리"…70조 원 투입한 마지막 기회
부품 수급난이 현실화하자 일본은 반도체 자립을 향한 행보를 더욱 재촉하고 있다. 지난 10일 닛케이와 인터뷰한 히가시 테츠로 라피더스 회장은 현재 일본 상황을 '끓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했다.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에서 죽어가는 줄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히가시 회장은 "1989년 세계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중 32개가 일본 기업이었지만, 2025년에는 토요타자동차 단 한 곳만 남았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일본 반도체에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라피더스는 2027년까지 최첨단 2나노미터(nm·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민관 합동으로 총 7조 엔을 투입한다. 지난해 홋카이도 공장에서 시제품 라인 구축을 시작했으며, 미국 IBM과 기술 협력을 통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히가시 회장은 "2나노 공정을 마스터하지 못하면 성숙 공정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기술을 따라잡는 것을 넘어 1.4나노, 1나노 공정까지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승부처는 '피지컬 AI'…10만 인재 양성이 관건
라피더스가 노리는 시장은 로봇과 산업 기계를 자율 제어하는 '피지컬(Physical) AI' 분야다. 이는 로봇, 자율주행차, 드론 등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작동하는 기계에 탑재돼 복잡한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도록 돕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히가시 회장은 "일본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서 탄탄한 기초가 있고, 정밀 기계 산업이 발달해 피지컬 AI 칩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전망도 밝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2030년 전 세계 2나노 반도체 수요 대비 공급 능력은 10~30%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 과잉 우려를 씻어내는 대목이다.
하지만 과제는 만만치 않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는 수천 명의 연구 인력을 투입해 미세 공정 기술을 선점했다. 반면 라피더스의 인력은 1000명 수준이다. 히가시 회장은 "앞으로 10년 동안 반도체 인력 10만 명이 필요하다"며 "고등전문학교와 대학원 육성, 해외 파견 등을 통해 인재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라피더스의 성공 여부는 단순한 기업의 성패를 넘어 일본 제조업의 부활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AI가 촉발한 부품난과 공급망 재편의 파도 속에서, 70조 원을 건 일본의 도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