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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트럼프 관세 뚫었다"...세계 경제, 작년 2.7% '깜짝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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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트럼프 관세 뚫었다"...세계 경제, 작년 2.7% '깜짝 성장'

美 AI 투자 붐이 견인... 인도 7.2%·중국 4.9% 동반 호조
"단기 회복일 뿐, 60년대 이후 최악의 10년"... 구조적 저성장 경고
韓 반도체·자동차 '질적 생존' 시험대... HBM 수익성·현지 생산이 관건
세계 경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속에서도 예상 밖의 회복력을 보였다. 미국의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무역 장벽의 충격을 흡수하며 성장을 이끈 덕분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경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속에서도 예상 밖의 회복력을 보였다. 미국의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무역 장벽의 충격을 흡수하며 성장을 이끈 덕분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세계 경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속에서도 예상 밖의 회복력을 보였다. 미국의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무역 장벽의 충격을 흡수하며 성장을 이끈 덕분이다. 세계은행(WB)은 지난해 세계 경제가 '선방'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1960년대 이후 가장 저조한 '침체의 10'을 지나고 있다는 냉정한 분석을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3(현지시각) 세계은행이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2025) 세계 경제 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2.3%(6월 전망)에서 2.7%0.4%포인트 상향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AI 투자가 뚫어낸 '관세 장벽'


인더밋 길(Indermit Gill)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이후 잇따른 충격에도 세계 경제는 놀라울 정도로 예상치 못한 입력이나 환경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하는 '충격 방지' 능력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성장률 상향 조정의 일등 공신은 단연 미국 경제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6월 전망치인 1.4%보다 훨씬 높은 2.1%로 추산했다. 올해(2026) 성장률 전망치 역시 기존 1.6%에서 2.2%로 대폭 올려 잡았다.

세계은행 경제팀은 "AI 관련 장비와 구조물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성장을 뒷받침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우려가 컸지만, 기업들이 AI 기술 선점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실물 경기가 버텨낸 셈이다.

글로벌 교역 흐름도 예상 밖의 호조를 보였다. 미국의 AI 장비 수입 증가와 관세 부과 전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밀어내기(front-loading)'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글로벌 교역 증가율을 2024년과 같은 3.4%로 추산했다.

미국의 독주 속에 다른 주요 경제권도 우려보다는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중국은 지난해 성장률 추정치를 4.5%에서 4.9%, 올해 전망치를 4%에서 4.4%로 각각 상향했다. 유로존은 지난해 0.7% 성장에 그칠 것이란 예상을 깨고 1.4% 성장한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인도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2%에 달해, 기존 전망치(6.3%)를 크게 웃돌았다.

단기 '반짝' 호황... 구조적 침체 그림자


그러나 세계은행은 장밋빛 전망만 내놓지 않았다. 단기적인 지표 호전이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훼손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2.6%로 지난해보다 소폭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 인상 효과가 본격화하고, 각국 정부의 부채 우려로 국채 금리가 뛰거나 주식시장이 급락할 위험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계은행은 현재의 세계 경제 흐름이 "1960년대 이후 가장 약한 성장세를 보이는 10년으로 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2027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7%에 머물 것으로 예측됐다. 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해가 갈수록 세계 경제는 성장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떨어지는 반면, 정책 불확실성에 견디는 내성만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개발도상국, 선진국 추격 '엔진' 꺼지나


성장 둔화의 피해는 개발도상국에 집중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거의 모든 선진국은 1인당 소득이 2019년 수준을 넘어섰다. 반면 개발도상국 4곳 중 1곳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소득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세계은행은 "선진국은 고령화로 노동력이 줄고 있지만, 개발도상국은 늘어나는 생산가능인구를 수용할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개발도상국에서만 청년 12억 명이 노동 시장에 진입할 예정이어서, 일자리 창출 실패는 심각한 사회적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2026년 교역 위축, 반도체·자동차의 생존 해법은?


세계은행이 경고한 2026년 글로벌 교역 위축은 한국 수출의 양대 축인 반도체와 자동차 업계에 '양적 팽창'이 아닌 정교한 '질적 생존' 전략을 요구한다.

반도체 시장은 'AI 특수''범용 부진'이라는 양극화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빅테크의 투자가 집중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AI 반도체에서 확실한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 반면, 글로벌 경기 둔화에 민감한 PC·모바일용 범용 칩은 실적 면에서는 호재가 겹치고 있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와 수요 위축이 겹칠 수 있어 재고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수적이다.

자동차 업계는 '관세 장벽'을 우회할 현지화 전략이 급선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이 현실화하면 한국발 직수출은 채산성 악화를 피할 수 없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HMGMA) 등 현지 생산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 통상 파고를 넘어야 한다.

2025년이 수출 물량 '밀어내기'로 버틴 한 해였다면, 2026년은 현지 생산과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체질 개선으로 승부해야 할 진정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