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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를 곤충·방화범으로"... 中, 대만 옥죄던 '하이브리드 공작' 일본에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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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를 곤충·방화범으로"... 中, 대만 옥죄던 '하이브리드 공작' 일본에 정조준

AI 딥페이크·가짜뉴스로 다카이치 총리 도덕성 '흠집'
희토류 수출 통제·관광 제한 등 '경제 강압' 전방위 확산
WSJ "베이징, 대만서 검증된 회색 지대 전술 도쿄에 복사판 적용"
중국이 대만을 압박하며 다듬어 온 '대만 플레이북'을 일본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가짜뉴스 유포부터 희토류 수출 통제, 군사 위협에 이르기까지, 베이징이 경쟁국을 길들이려 군사와 비군사 경계를 허무는 '하이브리드 전술'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대만을 압박하며 다듬어 온 '대만 플레이북'을 일본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가짜뉴스 유포부터 희토류 수출 통제, 군사 위협에 이르기까지, 베이징이 경쟁국을 길들이려 군사와 비군사 경계를 허무는 '하이브리드 전술'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중국이 대만을 압박하며 다듬어 온 이른바 '대만 플레이북'을 일본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가짜뉴스 유포부터 희토류 수출 통제, 군사 위협에 이르기까지, 베이징이 경쟁국을 길들이려 군사와 비군사 경계를 허무는 '하이브리드 전술'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4(현지시각) "베이징은 대만에 썼던 방식을 이용해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며 중국이 라이칭더 대만 총통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겨냥해 펼치는 선전 선동과 강압 전략을 집중 조명했다.

"뇌물 받았다" 조작된 이미지... AI 기반 인식 교란


중국 당국은 AI 기술을 앞세워 상대국 지도자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정보전을 강화하는 추세다. WSJ에 따르면 중국 군부는 지난 4월 라이칭더 대만 총통을 '중국 무기에 노출된 곤충'으로 묘사하는 선전물을 배포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다카이치 일본 총리를 두고 "일본 평화주의에 불을 지르고 제국주의 침략을 떠올리게 하는 방화범"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특히 딥페이크와 가짜 여론조사를 동원한 공작은 더욱 정교해졌다.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무력 점령 시 일본 개입 가능성을 경고하자 중국의 공세는 거세졌다. 대만 관리들이 중국군에서 입수했다고 밝힌 자료에는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외교관들에게서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의 조작된 문자 메시지와 보석 사진이 담겼다. 이는 2024년 대만 총선 당시 차이잉원 총통을 비방하려 AI 영상을 유포했던 수법과 판박이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일본 외무성은 해당 의혹에 논평을 거부했으나, 중국 외교부는 "중국이야말로 허위 정보 피해자"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희토류 끊고 관광객 막고... 노골화된 '경제 강압'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지위를 무기로 무역 보복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WSJ은 중국이 최근 도쿄를 압박하기 위해 전략 자원인 희토류와 희토류 자석의 일본 수출을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0년 노벨평화상 갈등 당시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중단하고, 2022년 대만 대표부를 허용한 리투아니아에 무역 제재를 가했던 방식의 연장선이다.

특히 일본산 해산물 수입 중단 조치는 2021년 대만산 파인애플 수입 금지 사태를 연상시킨다. 당시 일본 총리가 대만산 파인애플을 들고 연대감을 표시했던 것처럼, 4년 뒤인 지금 대만 총통이 스시를 먹으며 일본을 응원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관광 산업도 타깃이 됐다. 중국 외교부는 지진 위험을 구실로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지난해 11월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전월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202511월 일본행 여행 자제령이 처음 내려진 이후, 실제로 중국인 단체 관광 예약 취소가 급증하고 항공편이 줄어드는 등 관광객 수가 전월 대비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일본 관광업계는 '코로나19 수준의 타격'을 호소하고 있으며, 일본 여행수지 흑자 규모도 감소했다
이는 2020년 대만 대선을 앞두고 개인 여행을 전면 금지했던 사례와 유사한 패턴이다.

문화계에서도 압박은 이어졌다.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 주제가를 부른 가수 오츠키 마키는 상하이 공연 중 강제로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고, 가수 하마사키 아유미의 콘서트는 돌연 취소됐다. 이는 과거 대만 가수 아메이가 천수이볜 총통 취임식에서 국가를 불렀다는 이유로 중국 내 활동을 금지당했던 사건과 궤를 같이한다.

회색 지대 도발과 법률 전쟁


군사적 위협과 법적 공세를 병행하는 전술도 고도화되고 있다. 중국은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면서도 상대방을 지치게 만드는 '회색 지대'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해경은 대만을 포위하는 훈련을 실시하며 항적을 하트 모양으로 그려 이를 "사랑의 행위"라고 선전하는 기만전술을 폈다. 동시에 일본 오키나와 미군 기지의 지원을 차단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며 무력시위의 범위를 넓혔다.

법적 측면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PRC)을 유엔에서 중국의 유일한 합법적 대표로 인정하고, 당시 유엔에 가입해 있던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 즉 대만)을 모든 유엔 기관에서 배제한유엔(UN) 결의안 2758호를 근거로 대만 영유권을 주장하는 한편,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를 강력히 비토하고 있다. 푸충 주유엔 중국 대사는 지난해 11월 회의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행보를 문제 삼아 "일본은 상임이사국 자격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또한, 중국은 자국법을 역외 적용해 대만 집권당 의원인 선푸마에 대해 분리 독립 금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하는 등 사법적 관할권을 무리하게 확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러한 행보가 단순한 양자 관계의 갈등을 넘어, 동아시아 전체의 안보 지형을 흔드는 시도라고 분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대만을 다루며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본, 필리핀 등 주변 경쟁국을 길들이려 하고 있다""허위 정보 유포와 경제적 강압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전술은 앞으로 더 정교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웃사촌은 옛말"... ·臺 국민 10명 중 9"중국 싫다"


한편 중국이 전방위적인 압박과 회색 지대 전술을 구사하고 있지만, 정작 타깃이 된 일본과 대만 국민들의 마음은 베이징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력시위와 가짜뉴스를 동원한 '공포 마케팅'이 오히려 강력한 '반중(反中) 정서'를 결집시키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내 대중국 여론은 '빙하기'를 넘어 '고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일본 비영리 싱크탱크 '겐론NPO'가 중국 국제출판그룹과 공동으로 실시해 지난해(2025) 말 발표한 '21차 중일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인의 대중국 인식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조사 결과,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일본인은 89.2%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202487.7%)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로, 2013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 당시 기록했던 90%대에 근접한 수치다. 반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5%대에 머물렀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인식 조사에서도 일본은 조사 대상국 중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장 높은 국가(87%)로 분류됐다.

중국의 직접적인 통일 압박을 받는 대만에서는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대만 대륙위원회(MAC)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만 국민의 절대다수가 중국의 강압적인 통일 방식을 거부하고 있다.

해당 조사에서 "중국 공산당의 대만 무력 위협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92.4%를 기록했다. 또한, 중국이 주장하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수용 여부에 대해서도 88%"반대한다"고 답해, 베이징의 통일 구상이 대만 민심과 완전히 괴리돼 있음을 보여줬다.

대만 국립정치대학 선거연구센터의 최신 정체성 조사 결과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자신을 "오직 대만인"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64.3%에 달한 반면, "나는 중국인"이라는 응답은 2.2%에 불과했다. "대만인이자 중국인"이라는 이중 정체성 응답은 30% 초반대에 머물렀다.

주목할 점은 젊은 층일수록 반중 정서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대만 중앙연구원 사회학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30세대의 70% 이상이 자신을 중국과 무관한 독립적 주체로 인식하고 있으며, 중국의 문화적·경제적 침투에 대해 높은 경계심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하이브리드 전술이 단기적으로는 상대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양국 국민의 심리적 저지선만 높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도쿄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딥페이크로 지도자를 조롱하고 희토류로 경제를 위협할수록, 일본과 대만 국민들은 중국을 '파트너'가 아닌 '리스크'로 인식하게 된다""이는 베이징이 의도한 '굴복'이 아닌 '결속'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