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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엔비디아 '발등의 불'...일본산 T-글래스 2027년까지 공급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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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엔비디아 '발등의 불'...일본산 T-글래스 2027년까지 공급 부족

니토보 독점 생산 유리섬유, AI 칩 기판 필수 소재
폴더블 아이폰 출시 차질 우려...대체재 검증 시간과의 싸움
한국 기판 업계도 직격탄...삼성전기·LG이노텍 수급 비상
인공지능(AI) 칩 수요 폭증으로 핵심 소재인 일본산 고성능 유리섬유 공급이 한계에 달하면서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칩 수요 폭증으로 핵심 소재인 일본산 고성능 유리섬유 공급이 한계에 달하면서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인공지능(AI) 칩 수요 폭증으로 핵심 소재인 일본산 고성능 유리섬유 공급이 한계에 달하면서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니케이 아시아는 지난 14(현지시각) 일본 니토보세키(Nitto Boseki)가 거의 독점 생산하는 T-글래스(저열팽창 유리섬유)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지면서 전자업계와 AI 산업 전반에 병목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토보 독점 공급...AI 수요에 생산 한계


T-글래스는 칩 기판과 인쇄회로기판(PCB) 제작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사람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는 유리섬유를 완벽한 원형으로 만들어야 하며, 기포가 전혀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술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치수 안정성과 강성, 고속 데이터 전송 능력이 뛰어나 AI 컴퓨팅과 프리미엄 칩에 필수적이다.

애플은 아이폰에 니토보 유리섬유를 일찍부터 도입했다. 초기에는 공급에 문제가 없었지만, AI 붐으로 엔비디아와 구글, 아마존 같은 대형 AI 기업들이 고성능 PCB 수요를 늘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 생산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니토보에 압박을 가해도 소용없다""니토보 신규 생산 설비가 가동되는 2027년 하반기에나 상황이 실질적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해 가을 일본에 직원을 파견해 미쓰비시가스화학(MGC)에 상주시키며 반도체 패키지용 기판에 사용하는 BT(비스말레이미드 트리아진) 기판 소재 확보에 나섰다. MGCBT 기판 재료를 생산하려면 니토보 유리섬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BT 기판은 아이폰과 모바일 기기용 칩 제작에 필수적이다.

애플은 일본 정부 관계자들에게도 니토보 공급 물량 확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첫 폴더블 아이폰을 출시하고 스마트폰 시장 회복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소재 확보가 절박하기 때문이다.

대체 공급원 발굴 난항...검증에 시간 소요


애플은 중국 소형 유리섬유 업체인 그레이스패브릭테크놀로지(GFT)에도 직원을 보내 대체 공급원 개발에 나섰다. MGCGFT 품질 개선 감독을 요청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모바일 칩 제조사인 퀄컴도 소형 일본 업체 유니티카를 찾아가 공급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러나 유니티카 생산량은 니토보에 비해 훨씬 적은 수준이다.
대만글래스, 중국 타이산파이버글래스·그레이스패브릭·킹보드라미네이트 등 신규 업체들이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기술 장벽 때문에 충분한 생산 능력과 일관된 품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판 장비 업체 관계자는 "T-글래스 안정성이 기판 품질을 좌우한다""기기 기판 내부 깊숙이 위치해 나중에 빼내거나 고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기술 기업들은 최종 제품 품질을 해칠 수 있는 기판에 칩을 장착하려 하지 않는다.

애플은 공급업체들과 저급 유리섬유 사용 가능성도 논의했지만, 대체 소재 테스트와 검증에 시간이 걸려 당장 상황을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PCB 전방위 소재 부족...AI 수요 전망 하향


유리섬유만 문제가 아니다. 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칩 시장이 이미 혼란에 빠진 가운데, 칩 기판과 PCB 관련 여러 부품과 소재도 올해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서버용 PCB 제조 과정에서 여러 층으로 이뤄진 회로판에 구멍을 뚫는 작업에 쓰이는 드릴 비트와 드릴링 머신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하나의 드릴 비트를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었지만, AI 서버에 들어가는 회로판이 두껍고 단단해지면서 훨씬 고급 드릴 비트가 필요하고 교체 주기도 짧아졌다. 마치 딱딱한 철판을 뚫을 때 드릴날이 빨리 닳는 것과 같은 원리다.

중국 광둥디테크테크놀로지·선전진저우정밀기술, 대만 투포인트가 생산 능력 면에서 최대 드릴 공급업체지만, 일본 유니언툴과 교세라가 최고 품질을 자랑한다.

PCB 단락과 제조 불량, 신뢰성 저하를 막는 코팅제인 솔더 레지스트 시장에서는 일본 다이요잉크가 압도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고급 레이저 드릴링 기능이 필요한 기업들에게는 미쓰비시일렉트릭과 비아메카닉스 제품이 거의 유일한 선택지다.

2022년 말 경기 침체로 공급 과잉을 겪은 공급업체들이 현재 생산 능력 확대를 망설이는 것도 문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공급망 차질로 급격한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섰다가 PC와 기기 수요 감소로 후유증을 겪었기 때문이다.

니토보 다다 히로유키 최고경영자(CEO)는 니케이 아시아와 인터뷰에서 "품질보다 물량을 우선하거나 범용 부품 제조업체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점유율을 일부 잃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생산 능력 확대 압박이 있지만 소형 공급업체로서 감당할 수 있는 위험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대만경제연구원 추스팡 공급망 애널리스트는 "기술 기업들이 대안을 시험하고 다른 공급업체를 검증하려 하지만, 품질이 가장 중요한 만큼 진전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버 보드 관리 컨트롤러 칩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아스피드테크놀로지 크리스 린 회장은 "칩 기판과 공급망 병목 현상 때문에 2026AI 수요 잠재력 일부가 억제됐다""수요와 성장 여력은 매우 강하지만 소재 공급 제약 때문에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야 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는 메모리 칩 부족으로 올해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기판 업계도 수급 비상


한국 기판 업계도 이번 공급망 병목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반도체 패키지 기판(FC-BGA)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고급 기판 제조에 니토보 유리섬유를 사용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2027년 유리기판 양산을 목표로 세종사업장에 시제품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며, LG이노텍도 구미 신공장에서 서버용 FC-BGA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차세대 유리기판 기술 개발에 나섰지만, 당장은 기존 T-글래스 공급 부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 기판은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소수 업체만이 생산 가능한 고난도 기술이다.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과 난야, 한국의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6개 업체 정도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리섬유 공급 병목과 메모리 반도체 부족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한국 기업들도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소재와 부품 모두 일본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공급 다변화가 시급하지만, 기술 검증에 시간이 걸려 단기 해결은 어렵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