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AI가 91% 걸러내… 효율화 차원” vs 노조 “설립 방해 목적의 기획 해고”
아동학대·참수 영상 거르는 ‘디지털 청소부’… 처우 개선 요구하자 ‘AI 대체’ 칼바람
빅테크 ‘AI 구조조정’의 민낯… 기술 혁신인가, 노조 혐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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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AI 구조조정’의 민낯… 기술 혁신인가, 노조 혐오인가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IT 전문 매체 엔가젯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간) 해고된 틱톡 전 직원들이 영국 고용심판소(Employment Tribunal)에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투표 D-7 날벼락”… 노조 무력화 의혹 증폭
소송의 핵심은 해고의 ‘고의성’ 입증이다. 영국 통신노조(CWU)와 해고 노동자들은 틱톡이 노조 결성을 원천 봉쇄하려고 해고 시기를 조율했다고 주장한다. 틱톡 런던 사무소의 콘텐츠 관리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노조 설립을 추진해 왔으며, 사측과 단체교섭권 확보를 위한 투표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사측은 크리스마스 연휴 직전인 지난달, 투표일 일주일 전에 400여 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노동자들은 사측이 정당한 사전 협의 절차를 무시했으며, 노조 결성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구조조정 카드를 악용했다고 고용심판소에 호소했다. 영국 노동법상 대규모 해고 시 노조나 근로자 대표와 거쳐야 할 필수 협의 과정을 건너뛰었다는 지적이다.
존 채드필드 CWU 기술직군 담당 간부는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콘텐츠 관리자는 인터넷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라며 “이들은 아동 성착취물, 참수, 전쟁, 마약 투약 등 끔찍한 영상이 3000만 명의 사용자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막는 ‘디지털 방파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채드필드 간부는 “노동자들은 트라우마와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사측에 안전장치와 발언권을 요구했으나, 돌아온 것은 ‘자원 부족’을 핑계로 한 해고 통지서였다”고 성토했다.
틱톡 “AI 자동 삭제율 91%… 인력 감축 불가피”
틱톡 측은 노조 탄압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사측 대변인은 이번 해고가 노조 활동과는 무관하며, 콘텐츠 관리 시스템을 AI 중심으로 개편하는 글로벌 구조조정 일환이라고 반박했다.
틱톡은 “현재 유해 콘텐츠의 91%를 AI가 자동으로 감지해 삭제하고 있다”며 “사람이 하던 일을 기술로 대체하며 운영 효율을 높이는 과정일 뿐, 특정 그룹을 겨냥한 보복 조치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AI 대체’인가 ‘노조 혐오’인가… 빅테크 노사 관계 ‘시험대’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부당 해고 논란을 넘어, ‘AI 일자리 대체’가 노사 관계에 미칠 파장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콘텐츠 관리는 대표적인 ‘3D IT 노동’이다. 틱톡 등 소셜미디어 기업은 그동안 수천 명을 고용해 유해 영상을 걸러냈으나, 최근 비용 절감을 위해 이 과정을 AI로 빠르게 대체하는 추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I가 문맥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 혐오 표현이나 교묘한 유해물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인간 관리자의 역할은 여전히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노동계는 틱톡이 ‘경영상 필요’라는 방패 뒤에 숨어 눈엣가시 같은 노조를 제거하려 한다고 의심한다. 영국 고용심판소가 이번 사건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AI 도입을 명분으로 한 빅테크 기업들의 무분별한 감원 바람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반대로 틱톡이 승소한다면, 기술 혁신을 앞세운 노동 유연화 시도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틱톡 전 직원들과 CWU가 제기한 이번 소송은 AI 자동화를 추진 중인 전 세계 기술 기업과 노동조합이 예의주시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