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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러, 신규 원자로 90% 독식...'제2의 원자력 르네상스'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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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러, 신규 원자로 90% 독식...'제2의 원자력 르네상스' 주도

中, 2030년 미국 제치고 세계 최대 원자력 대국 등극 전망
러시아, 신흥국 수출로 영향력 확대... 미국은 '트럼프 행정명령'으로 반격
중국 광시성 장자치구 팡청강 원자력 발전소의 화롱원 원자력 발전소 위에 돔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광시성 장자치구 팡청강 원자력 발전소의 화롱원 원자력 발전소 위에 돔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로이터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원자력 발전이 다시금 핵심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10년간 건설된 신규 원자로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글로벌 원전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현지시각) 세계원자력협회(WNA)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착공된 9기의 대형 원자로 중 8기가 중국(7기)과 러시아(1기)의 프로젝트였다.

◇ 중국의 원전 굴기: "2030년 미국 추월 목표"


중국은 국가 주도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원자력 발전 용량을 무서운 속도로 확대하고 있다. 현재 중국 내에서만 27기의 원자로가 건설 중이며, 가동 중인 원자로를 포함할 경우 프랑스와 대등한 수준의 발전 용량(약 64GW)을 확보했다.

중국은 독자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화룡' 원자로를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미 파키스탄에 2기를 수출해 운영 중이며, 국내외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다.

대형 원자로뿐만 아니라 '링롱 원(Linglong One)'과 같은 SMR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이난성에서 건설 중인 이 원자로는 올해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산업협회는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이 110GW에 도달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원자력 대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러시아의 수출 전략: "100년의 영향력 확보"


러시아는 국영 기업 로사톰(Rosatom)을 앞세워 신흥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튀르키예, 방글라데시, 이집트 등 해외에서만 19개의 원전 건설을 시작했다.

원전 수출은 단순한 설비 판매를 넘어 설계, 건설, 연료 공급, 유지보수, 해체에 이르기까지 약 100년에 걸친 장기적인 외교·경제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수단이 된다.
다만,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제 제재로 인해 터키 등 일부 현장에서는 자금 조달 문제로 공사가 지연되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최근 컨퍼런스에서 소형 원자로의 대량 생산 체제 전환을 언급하며 기술 자급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 미국의 반격: '트럼프표 원자력 르네상스' 선언


2013년 이후 상업용 원전 건설이 중단되었던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급격한 정책 변화를 맞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2030년까지 10개의 대형 원자로 건설을 시작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미국판 원전 부활'을 선포했다.

미국 정부는 테네시 밸리 당국(TVA) 등에 4억 달러를 투입해 GE 버노바, 히타치, 뉴스케일 파워(NuScale Power)의 SMR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정체되었던 미국의 전력 수요는 AI 데이터 센터의 24시간 가동 요구로 인해 다시 급증하기 시작했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기저 전력 확보를 위해 원자력이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뉴스케일 파워와 같은 미국 기업은 일본의 IHI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며, 한국의 원전 기자재 업체들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 제2의 르네상스: 안전과 안보의 갈림길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급격히 냉각되었던 원전 시장은 이제 탈탄소화와 AI 혁명이라는 두 개의 엔진을 달고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신규 물량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은 서방 국가들에게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한국 역시 지난해 전 세계에서 중·러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원전 착공에 나선 국가 중 하나로서, 독자적인 기술력과 한·미·일 협력을 통해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