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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리스크·AI 거품" 역이용한다... 월가, '고위험·고수익' 파생상품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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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AI 거품" 역이용한다... 월가, '고위험·고수익' 파생상품 총력전

주가 뛰는데 공포지수도 꿈틀... 기이한 '스팟-업-볼-업' 장세 속출
단순 매수보다 '팔라듐·업바 스왑' 봇물... 변동성 자체를 수익화
JP모건·BofA "지수 추종 시대 저물어... 폭락장 대비한 꼬리 위험 방어 필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종잡을 수 없는 정책 행보와 인공지능(AI) 고평가 논란이 맞물리며 뉴욕 증시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에 월가 대형 투자은행(IB)들은 단순한 주식 매수를 넘어, 변동성 자체를 수익 기회로 삼는 고난도 파생상품 투자를 적극 권고하고 나섰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종잡을 수 없는 정책 행보와 인공지능(AI) 고평가 논란이 맞물리며 뉴욕 증시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에 월가 대형 투자은행(IB)들은 단순한 주식 매수를 넘어, 변동성 자체를 수익 기회로 삼는 고난도 파생상품 투자를 적극 권고하고 나섰다. 이미지=제미나이3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종잡을 수 없는 정책 행보와 인공지능(AI) 고평가 논란이 맞물리며 뉴욕 증시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에 월가 대형 투자은행(IB)들은 단순한 주식 매수를 넘어, 변동성 자체를 수익 기회로 삼는 고난도 파생상품 투자를 적극 권고하고 나섰다. 주가가 오르는데 위험 지표도 함께 뛰는 이례적인 장세에 대응하려면 '정교한 방패'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19(현지시간) 바클레이스,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 월가 주요 금융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 독립성 위협과 에너지 시장 개입 등 정책 불확실성에 대비해 특화 파생상품 거래를 잇달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주가와 공포가 함께 춤춘다... '스팟---' 기현상


현재 월가 파생상품 데스크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스팟---(Spot-up-Vol-up)'이다. 통상 주가가 상승(Spot-up)하면 시장의 공포 심리를 나타내는 변동성(Vol)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시장은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위협하는 가운데 변동성 지수 또한 동반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인다.

탄비르 산두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수석 글로벌 파생상품 전략가는 "AI 기술 도입에 따른 기업 이익성장 기대감이 시장을 끌어올리는 한편, 트럼프 정부의 고위험 정책이 시장의 취약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상승 동력과 붕괴 위험이 공존하는 이 모순적인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단순히 주식을 사서 보유하는 전략만으로는 수익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비싼 기술주 대안으로 떠오른 '팔라듐' 구조


바클레이스는 소위 '매그니피센트 7(M7)'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 옵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팔라듐(Palladium) 구조'.

이 상품은 나스닥 100 지수 자체에 투자하기보다, 지수 내 상위 종목 간의 수익률 격차(분산)에 베팅하는 구조화 상품이다.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이 서로 다른 폭으로 등락할 때 발생하는 차이를 수익으로 연결한다.

바클레이스 파생상품 전략팀은 "지수에 직접 투자할 때 감수해야 할 높은 변동성 비용을 줄이면서도 AI 랠리의 과실을 챙길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라며, 오는 12월 만기인 행사가 21%의 팔라듐 거래를 기관 투자자들에게 추천했다.

상승장의 단물만 챙긴다... '업바 스왑''콜 스프레드'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머물 때 변동성이 커지면 수익이 나는 '업사이드 베리언스(UpVar) 스왑'도 인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JP모건은 1~2년 만기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또는 나스닥 100 지수 기반 업바 스왑을 유망 상품으로 꼽았다.

조셉 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 파생상품 구조화 책임자는 "현재 시장은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풋 옵션보다, 상승 시 수익을 내는 콜 옵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큐(Skew·기울기)' 현상을 보인다""이 덕분에 업바 스왑의 가격 경쟁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는 시장이 급등한 뒤 일시적으로 크게 출렁일 때 극대화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유럽 시장에서는 '콜 스프레드' 전략이 유효하다는 평가다. 중국 경기 부양책과 AI 인프라 수요의 수혜가 예상되는 유럽 광업주와 은행주가 타깃이다. 바클레이스는 유로 스톡스 은행 지수 등에 대해 콜 옵션을 매수하는 동시에, 더 높은 가격의 콜 옵션을 매도해 비용을 상쇄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꼬리 위험' 방어는 필수... VIX 지수 맹신 금물


화려한 수익 추구 이면에는 치명적인 폭락을 대비한 '보험' 가입도 필수다. AI 거품 붕괴나 지정학적 충돌 같은 '꼬리 위험(Tail Risk·발생 확률은 낮으나 충격은 거대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바클레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전략가들은 애플과 엔비디아에 대해 오는 12월 만기인 '외가격(OTM) 풋 옵션' 매수를 권고했다. 주가가 특정 수준 이하로 폭락할 때 가치가 급등해 포트폴리오 전체의 손실을 막아주는 안전장치다.

특히 시장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가 현재의 정책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브람 카플란 JP모건 전략가는 "현재 VIX 지수는 실제 시장이 안고 있는 위험과 괴리돼 있다""시장 흐름이 바뀌어 변동성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순간, 대규모 청산 매물이 쏟아지며 걷잡을 수 없는 하락장이 연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6년 월가 투자 지도는 더는 '무조건 매수(Buy the dip)'가 통하지 않는 고차 방정식으로 변했다. 변동성이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이를 정교하게 타고 넘는 투자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월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