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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보유국화’ 국면 진입…비핵화 대신 ‘규모 제한’ 논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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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보유국화’ 국면 진입…비핵화 대신 ‘규모 제한’ 논의 부상

- 트럼프 침묵 속 미 정책 기류 변화…핵 동결·감축 현실론 확산
- 미·중·한 모두 조정 국면…동맹 억지 전략 시험대
2023년 2월 8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사일이 전시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2월 8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사일이 전시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사실상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확산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한 기존 외교 프레임이 구조적 전환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 비핵화를 목표로 한 협상 구도가 동력을 상실하는 가운데, 핵탄두와 운반 수단의 규모를 제한하는 방식의 관리·억제 논의가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의 정책 기류 변화와 맞물려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의 핵보유 현실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가운데, 워싱턴 내부에서는 비핵화 대신 핵 동결과 제한을 전제로 한 접근이 점차 논의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비핵화 목표의 약화와 현실 인식 확산


미국과 국제사회는 오랫동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공식 목표로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 고도화, 고체연료 미사일 개발 진전 등으로 인해 비핵화 목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이미 실질적인 핵보유 능력을 확보했으며, 이를 되돌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협상의 초점이 핵 포기에서 핵 능력의 관리로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침묵과 정책 신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핵 지위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이 같은 침묵은 기존의 강경한 비핵화 요구와 대비되며,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을 둘러싼 해석을 낳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안보 관측통들은 공개 발언보다 정책 실행과 협상 준비 과정에서 변화가 먼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일괄 타결보다는, 핵 동결이나 단계적 감축을 통해 위협 수준을 관리하려는 접근이 내부 검토 대상에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핵 동결·규모 제한 논의의 부상


핵 동결 또는 제한 협상은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 수와 미사일 배치 규모를 일정 수준에서 묶는 방식이다. 이는 핵 보유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과는 구별되지만, 현실적으로는 북한의 핵 능력을 전제로 한 관리 전략이라는 점에서 기존 비핵화 프레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러한 접근은 핵 확산을 억제하고 우발적 충돌 위험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다. 동시에 북한의 추가 핵 개발을 제한하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의 인식 변화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한국에서도 정책 인식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중국은 한반도 긴장 관리와 안정 유지에 초점을 맞추며, 급격한 체제 변화나 군사적 충돌을 피하는 방향의 접근을 선호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비핵화보다 관리와 억제를 중시하는 논의에 상대적으로 유연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역시 확장억제 신뢰와 동맹 조율을 핵심 과제로 떠안고 있다. 북한의 핵 능력이 고착화될 경우, 기존 억지 전략의 실효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정책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동맹 억지 체계의 불확실성


북핵을 관리 대상으로 전환하는 논의는 한미 동맹의 억지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핵화 목표가 약화될 경우, 확장억제 공약의 신뢰성과 실행 방식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해질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핵 동결 협상이 동맹국의 안보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관리 가능한 틀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현실론을 제기하고 있다.

외교 환경의 구조적 변화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논의 변화는 단순한 전술 조정이 아니라, 한반도 외교 환경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비핵화라는 명확한 목표가 약화되는 대신, 위협을 어떻게 통제하고 충돌을 방지할 것인가가 중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냉전 시기 군비 통제 협상과 유사한 접근으로, 완전한 해소보다는 위험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전환은 향후 협상 방식과 외교 언어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주목해야 할 세 가지 변수


향후 주목할 변수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공식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실질 협상에서는 어떤 접근을 택할 것인지와 두 번째는 중국이 관리·억제 중심 논의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그리고 세 번째는 한국이 동맹 억지 체계 재조정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지 등이다.

북한 핵 문제는 이제 포기 여부를 넘어서, 관리와 통제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이 변화가 외교적 안정으로 이어질지, 새로운 불확실성을 낳을지는 향후 협상 국면에서 가늠하게 될 전망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