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피더스 2.9조 엔 수혈해 ‘타도 삼성’… 중국은 ‘이온 주입기’ 국산화로 美 제재 구멍 뚫었다
이미지 확대보기닛케이 크로스텍과 톰스 하드웨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 등 주요 외신이 18일(현지 시각)과 19일 잇따라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기업 간 경쟁을 넘어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 총력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日 라피더스, 2.9조 엔 ‘실탄’ 확보…“2030년 1.4나노 양산”
일본 경제산업성은 19일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에 2026~2027 회계연도에 걸쳐 약 1조 엔을 추가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연구개발(R&D) 위탁비와 정보처리추진기구(IPA) 출자금을 포함한 금액이다. 이로써 라피더스가 확보한 정부 지원금 총액은 약 2조9000억 엔(약 27조 원)에 이른다.
주목할 점은 기술 로드맵의 확장이다. 라피더스는 2027년 2나노 양산에 이어 2029~2030년 1.4나노 공정 양산에 들어간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삼성전자나 TSMC와 같은 선두 주자와의 기술 격차를 단숨에 좁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재무 계획도 구체화했다. 라피더스는 2029년 영업 현금흐름 흑자, 2030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고 2031년에는 기업공개(IPO)에 나설 계획이다. 2031년까지 민간에서 1조 엔을 조달하고, 정부 보증을 통해 금융권에서 2조 엔(약 18조 원) 이상을 융자받는 등 자금조달 창구도 다변화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실패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라고 평가했다. 2027~2028년에는 정부 자금으로 건설한 홋카이도 지토세 공장 설비를 라피더스 주식과 교환하는 현물 출자까지 예고돼 있어 사실상 국책 프로젝트의 성격을 띤다.
이미지 확대보기中, ‘반도체 수술칼’ 이온 주입기 국산화…기술 자립 가속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맞서 핵심 장비 자립화로 대응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과학 전문지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은 지난 18일 중국 원자력에너지연구소(CIAE)가 고에너지 수소 이온 주입기 ‘POWER-750H’ 개발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성과를 중국 반도체 생태계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이온 주입기는 식각·노광 장비와 함께 반도체 4대 핵심 장비로 꼽힌다. 중국이 5나노급 식각 장비와 패키징용 노광 장비에 이어 이온 주입기까지 확보함으로써 외부 제재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분석이다.
美 인텔, 오하이오 ‘실리콘 하트랜드’ 재가동 신호
한동안 주춤했던 미국 인텔의 오하이오 ‘원(One) 프로젝트’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톰스 하드웨어는 인텔 오하이오 공장의 시공사인 벡텔(Bechtel)이 뉴올버니 현장 인력 채용 공고를 대거 게시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오하이오 프로젝트는 바이든 행정부의 ‘칩스법(CHIPS Act)’을 상징하는 거대 프로젝트였으나 시장 악화와 인텔 내부 사정으로 일정이 지연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채용 재개는 공사 진행이 본궤도에 올랐음을 시사한다. 현재 1단계 공사가 진행 중이며, 축구장 30개 넓이인 250만 제곱피트 규모에 2개 팹(Mod 1·2)이 우선 들어선다.
가동 시점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진 2030~2031년으로 조정됐다. 업계에서는 이 시점이 인텔의 차세대 공정인 14A(1.4나노급) 또는 그 이후 기술이 적용될 시기와 맞물린다고 분석한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난 뒤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가 14A 공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2030년, 반도체 ‘춘추전국시대’ 열린다
미·일·중 3국의 움직임은 공통적으로 2030년을 정조준하고 있다. 일본 라피더스의 흑자 전환과 1.4나노 양산, 인텔 오하이오 팹의 본격 가동, 중국의 장비 자립화 완성 시점이 모두 이 시기로 수렴한다.
이는 현재 TSMC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파운드리 시장 구도가 4~5년 뒤에는 거세게 흔들릴 수 있음을 뜻한다. 특히 일본의 경우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민간 기업의 리스크를 없애주는 ‘국가 대항전’ 방식을 취하고 있어 한국 기업에 주는 위협감이 상당하다.
월가 투자은행의 한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는 기업 간 기술 경쟁이었다면 앞으로는 정부의 보조금과 외교력을 등에 업은 진영 간의 싸움”이라면서 “2026년은 각국이 세운 계획이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넘어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제 승부는 누가 더 빠르게, 더 안정적인 수율로 차세대 공정을 선점하느냐에 달렸다. 한국 반도체 업계가 경쟁국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을지, 2026년의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