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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대법원, 트럼프의 연준 이사 해임 시도에 제동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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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대법원, 트럼프의 연준 이사 해임 시도에 제동 기류

리사 쿡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오른쪽)가 자신의 변호인과 함께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청사 밖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해임 시도를 둘러싼 심리가 진행되는 가운데 법정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리사 쿡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오른쪽)가 자신의 변호인과 함께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청사 밖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해임 시도를 둘러싼 심리가 진행되는 가운데 법정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 이사 해임 시도가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실물경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2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연방대법원 대법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인 리사 쿡을 해임하려는 시도와 관련한 심리 과정에서 대통령 권한을 과도하게 인정할 경우 통화정책 결정이 정치적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의 해임 권한 범위를 둘러싸고 연준의 독립성과 행정부 권한이 충돌하는 사안으로, 미국 통화정책 체계의 근간을 시험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 “연준 독립성 약화될 수 있다”는 대법관들

로이터에 따르면 대법관들은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손쉽게 해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였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정부 측을 대리한 미 법무부 인사에게 “사법적 심사도 없고 절차도 없으며 대통령이 단독으로 판단해 해임할 수 있다는 주장은 연준의 독립성을 약화시키거나 사실상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구조 전반에 미칠 결과를 인식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캐버노 대법관은 해임 요건이 지나치게 완화될 경우 대통령이 통화정책 결정자를 상대로 “무언가를 찾아내 종이에 적어 넣는 방식으로 제거할 유인을 갖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금리 정책 갈등과 쿡 이사 해임 논란


이번 소송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하 요구가 자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진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 온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체제에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해왔으며 파월 의장의 임기가 끝나는 5월 이후 자신의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 인사를 새 의장으로 지명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쿡 이사가 연준 임명 이전 주택담보대출 신청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의혹을 해임 사유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쿡 이사는 이는 통화정책에 대한 견해 차이를 이유로 자신을 축출하려는 명분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법무부는 이달 연준 본부 건물 개보수 사업과 관련해 파월 의장에 대한 형사 수사에도 착수했다. 파월 의장 역시 이같은 움직임이 연준과 통화정책에 대한 행정부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라고 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 “경제 충격 가능성…신중해야”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쿡 이사 해임을 허용할 경우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 사안에서 공익을 어떻게 고려해야 하느냐”고 정부 측에 질문했다. 정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해임 방침을 밝힌 뒤 주식시장이 상승한 점을 근거로 경제적 충격 우려를 반박했지만 배럿 대법관은 “시장 움직임을 예측하는 역할을 맡고 싶지 않다”며 위험이 존재한다면 사법부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도 “연준의 독립성은 매우 중요하며, 충분한 검토 없이 성급히 판단할 경우 그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급심이 쿡 이사의 적법절차 권리가 침해됐을 가능성을 이유로 해임 효력을 정지한 점을 언급하며 사건 전반을 충분히 심리한 뒤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하급심의 효력 정지 결정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한 사안을 심리 중이며 최종 판단은 6월 말 이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