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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2.5조 달러 광물 매장량 공식 발표… ‘포스트 오일’ 핵심병기는 희토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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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2.5조 달러 광물 매장량 공식 발표… ‘포스트 오일’ 핵심병기는 희토류

리야드 ‘미래 광물 포럼’서 천문학적 잠재력 과시… 2030년까지 1,100억 달러 투자
美와 ‘광물 동맹’ 맺고 정제 허브 구축… 中 주도 희토류 공급망 재편의 ‘게임 체인저’ 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의 왕세자 겸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이 2025년 11월 19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 포럼에 도착했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의 왕세자 겸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이 2025년 11월 19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 포럼에 도착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에 이어 광물 자원을 국가 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선언하며 글로벌 희토류 전쟁에 전격 참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자국 내에 약 2조 5,000억 달러(약 3,370조 원) 규모의 광물이 매장되어 있다고 발표했으며, 이를 통해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핵심 광물 공급망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23일(현지시각) CNN 및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 광물 포럼(Future Minerals Forum)’에서 사우디 국영 광산 기업 마덴(Ma’aden)은 향후 10년간 금속 및 광업 분야에 1,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와의 희토류 협정 체결을 발표한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서방과 우방국 중심의 ‘자원 블록화’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제2의 석유’ 희토류 사냥… 5년간 탐사 예산 600% 폭증


사우디가 주장하는 매장량에는 금, 구리, 리튬뿐만 아니라 전기차, 풍력 터빈, 고전력 컴퓨팅의 핵심 소재인 디스프로슘, 네오디뮴 등 중질 희토류가 대거 포함되어 있다.

S&P 글로벌의 데이터에 따르면 사우디의 광물 탐사 예산은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무려 595% 증가했다.

미국의 미래 에너지 안전(SAFE) 광물 센터 애비게일 헌터 전무이사는 “중국이 지난 수십 년간의 전략적 투자를 통해 미국보다 수년을 앞서 있지만, 사우디는 막대한 자본과 낮은 세율, 관료주의 타파를 통해 이 격차를 빠르게 좁히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단순 채굴을 넘어 국내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한 자체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미-사우디 ‘광물 밀월’… 중국산 정제 기술 대체 노린다

사우디의 이러한 행보는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는 미국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 지난해 중국이 군사적 용도가 강한 핵심 광물에 대해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미국은 정제 기술의 탈중국화를 서둘러왔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미 기간 중 양국은 광물 협력을 포함한 1조 달러 규모의 투자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방부의 지원을 받는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는 마덴과 협력해 사우디 현지에 대규모 희토류 정제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크리티컬 미네랄 연구소의 멜리사 샌더슨 의장은 “사우디는 국영 에너지 기업 아람코의 기술력과 저렴한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어, 중국보다 더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방식으로 광물을 정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 노린 ‘롱 게임’


전문가들은 사우디의 광물 부문 확장이 당장의 수익보다는 글로벌 지정학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우디는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의 자원 부국들을 잇는 ‘물류 및 정제 허브’로서의 역할을 자처하며,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과의 외교적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물론 도전 과제도 만만치 않다. 중동의 고질적인 정세 불안과 광산 개발에 수십 년이 소요되는 ‘장기전’ 특성, 그리고 환경 규제에 대한 사우디의 보수적 태도 등이 변수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샌더슨 의장은 “이것은 단순한 이익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권력과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우디의 생존 전략”이라며, 사우디가 글로벌 에너지 전환 국면에서 필수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