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토 60% 집어삼킨 겨울 폭풍에 영하 12도 기록, 테네시·텍사스 등 남부 전력망 마비
1.27cm 얼음 무게 못 견디고 전신주 뽑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에 수급 불균형 심화
2021년 텍사스 참사 재현 우려 속 북미전력계통신뢰도공사(NERC) "극한 기후, 이제 일상적인 위협으로 간주해야"
1.27cm 얼음 무게 못 견디고 전신주 뽑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에 수급 불균형 심화
2021년 텍사스 참사 재현 우려 속 북미전력계통신뢰도공사(NERC) "극한 기후, 이제 일상적인 위협으로 간주해야"
이미지 확대보기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5일(현지시각) 로키산맥에서 시작된 강력한 겨울 폭풍이 미국 인구의 60%인 2억 명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전력 인프라가 취약한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27cm 얼음의 무게, 남부 전력망 무너뜨렸다
이번 한파는 단순한 폭설보다 무서운 '빙정(Icing)' 현상을 동반했다. 수분이 물체 표면에 얼어붙는 이 현상 탓에 국립기상청(NWS)은 노스캐롤라이나 등지에 장기 정전 경보를 내렸다.
남부 지역의 피해가 유독 큰 이유는 지리적·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에너지시스템통합그룹(ESIG) 알렉스 섀턱 이사는 "북부와 달리 남부는 수목 제거 규정이 느슨해 약간의 얼음만 얼어도 나무가 쓰러지며 송전선을 덮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약 1.27cm 두께의 얼음이 전선에 달라붙으면 수백 파운드의 하중이 가해져 전신주 자체가 뽑히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조지아 파워(Georgia Power)는 주민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미세한 얼음층이 전선과 나무를 휘게 했고, 뿌리째 뽑힌 나무가 변압기를 타격해 복구 작업조차 어려운 처지"라고 밝혔다.
난방 효율 급감과 전력 수요 폭증… '블랙아웃' 공포 재현
전력 공급 업체들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듀크 에너지(Duke Energy)는 타 주 인력까지 포함해 1만 8000명의 복구반을 대기시켰고, 테네시강유역개발공사(TVA) 역시 최근 2년간 2000메가와트(MW)의 신규 발전 용량을 확보하며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급량보다 수요 폭증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ESIG의 줄리아 마테보시안 수석 엔지니어는 "남부 주택들은 극심한 추위에 견디도록 설계되지 않아 기온이 떨어지면 난방 기구의 전력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난다"며 "공급량은 한정적인데 수요가 폭발해 계통 전체에 과부하가 걸리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텍사스주는 2021년 겨울 폭풍 당시 전력망 마비로 최소 246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를 겪은 바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발 전력난, 기후 위기와 맞물려 '일상화'
북미전력계통신뢰도공사(NERC)의 짐 롭 사장은 이번 폭풍이 지난 5~6년 사이 가장 치명적인 재난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영상 10도에서의 정전은 불편한 수준이지만, 영하 12도에서의 정전은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NERC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전역의 전력 수요가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데이터센터 건설로 인해 최근 몇 년간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고 짚었다. 전력망 여유분은 줄어드는데 기후 변화로 북극 상공의 성층권과 대류권에 존재하는 거대한 저기압성(소용돌이) 기류인 북극 진동(Polar Vortex) 등 '극한 기후'는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짐 롭 사장은 "2014년 폴라 보텍스, 2022년 크리스마스 폭풍, 2023년 텍사스 한파를 거치며 업계는 이런 극한 상황이 더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전력 업계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있지만, 정작 전력이 절실한 겨울철 극한 환경에서는 출력 효율이 떨어지는 점도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번 폭풍은 미 동부 시각으로 오는 27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기록적인 한파는 다음 주 중반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