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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비상…중국, 122조 원 규모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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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비상…중국, 122조 원 규모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 집어삼켰다

FT "중국 바이오, 싸고 빠른 임상 앞세워 서구권 압도…신약 개발 구조적 대전환"
ADC·siRNA 등 차세대 기술 선점…초기 임상 50% 이상 장악하며 ‘퍼스트 무버’ 부상
글로벌 빅파마, 中 기업과 100건 넘는 ‘빅딜’…서구권 투심 위축 및 밸류에이션 하락 경고
중국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압도적인 임상 속도와 비용 경쟁력을 무기로 글로벌 신약 시장의 주도권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압도적인 임상 속도와 비용 경쟁력을 무기로 글로벌 신약 시장의 주도권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중국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압도적인 임상 속도와 비용 경쟁력을 무기로 글로벌 신약 시장의 주도권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 시각) 보도를 통해 중국이 단순한 기술 복제 단계를 넘어 차세대 항암제와 유전체 치료제 분야에서 서구권 기업들을 밀어내고 글로벌 제약사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전 세계 신약 개발 생태계가 재편되는 구조적 변화라는 분석이다.

‘복제약’ 오명 벗은 중국…ADC·siRNA 등 차세대 기술 싹쓸이


과거 중국 제약 산업은 해외 약물을 복제하는 수준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소간섭리보핵산(siRNA) 등 고난도 신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 특히 ADC는 암세포만 정밀하게 타격하는 기술로, 글로벌 컨설팅사 매킨지에 따르면 현재 초기 임상 단계에 진입한 전 세계 신규 ADC 후보 물질 중 50% 이상이 중국 기업의 제품이다.

유전자의 단백질 합성을 차단해 질병을 치료하는 siRNA 기술 역시 중국이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다. 뉴욕 생명과학펀드 디멘션의 자베인 다르 창업자는 “서구권이 생물학과 과학의 최전선을 개척하던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중국과 같은 빠르고 저렴한 경쟁자들을 방치할 경우 서구권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빅파마가 선점한 중국 주요 바이오 기업들.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빅파마가 선점한 중국 주요 바이오 기업들.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연간 라이선스 계약 850억 달러 돌파…“임상 기간 단축이 최대 경쟁력”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사)들은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강하기 위해 중국 기업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중국 기업과 체결된 라이선스 계약은 100건을 넘어섰으며, 전체 거래 규모는 850억 달러(약 122조 원)에 이른다.

영국 GSK는 지난 14일 장쑤헝루이제약과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치료제 등 12개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해 최대 120억 달러(약 17조3000억 원) 규모의 협력 계약을 맺었다. 노바티스도 지난해 9월 중국 바이오 기업 아르고와 52억 달러(약 7조4900억 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siRNA 기술력을 확보했다.

생명과학 투자사 RTW의 올리버 케년 수석 이사는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임상을 훨씬 저렴하고 신속하게 진행함에 따라 서구권 라이벌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구권의 ‘임상 악몽’…미국 FDA·트럼프 변수가 관건


중국 기업의 급성장 배경에는 효율적인 규제 환경과 풍부한 환자군이 있다. 영국 퍼시카의 스티브 러스턴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에서 환자를 모집하고 병원과 계약하는 과정은 수개월이 걸리는 ‘악몽’과 같다”며 중국의 신속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높이 평가했다. 일부 서구 기업들은 중국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중국 내 임상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은 여전한 걸림돌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마티 마카리 국장은 중국에서 실시된 대규모 임상 3상 데이터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신을 드러낸 바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과 대중국 규제 강화는 중국 바이오 산업의 확장세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최대 변수로 꼽힌다.

제이너스 헨더슨의 대니얼 라이언 매니저는 “서구권이 중국을 무작정 배척하기보다 임상 경로를 가속화하고 규제 절차를 혁신해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