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발 수요 폭증에 노후 인프라 한계…에너지 안보 '퍼펙트 스톰' 직면
5년 내 대규모 정전 현실화 경고…글로벌 AI 주도권, 전력 확보에 달렸다
K-전력기기 '슈퍼을' 등극 기회…수출 호황 기대
5년 내 대규모 정전 현실화 경고…글로벌 AI 주도권, 전력 확보에 달렸다
K-전력기기 '슈퍼을' 등극 기회…수출 호황 기대
이미지 확대보기북미전력계통신뢰도공사(NERC)는 29일(현지시각)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극단적 기상 이변과 노후한 인프라, 데이터센터가 촉발한 전력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미국 전력 시스템이 이른바 ‘퍼펙트 스톰’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30일 보도했다.
AI 데이터센터가 삼킨 전력…수요 전망치 69% 상향
미국 전력망 안전을 감시하는 NERC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향후 10년간 미국 전역의 여름철 최고 전력 수요가 224GW(기가와트)가량 증가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전망치보다 69%나 높은 수치로, 약 1억7900만 가구가 새로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규모다.
수요 폭증의 핵심 원인은 AI와 디지털 경제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다. 존 모우리 NERC 사장은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북미 지역 전력 수요 증가분의 대부분은 AI 전용 데이터센터와 디지털 경제 확장군에서 발생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버지니아주 애슈번 등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전력 공급망에 가해지는 압박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미 전역 ‘블랙아웃’ 가시권…2028년부터 위기 본격화
보고서에 따르면 전력 부족 위험이 큰 ‘고위험 지역’에는 미 대륙 중부와 대서양 연안, 태평양 연안 북서부, 텍사스주가 포함됐다. 이곳에는 미국 내 3대 주요 전력망이 운용되고 있다. 위험군을 ‘주의 단계’까지 넓히면 미 인구의 60%가 넘는 2억 명 이상이 정전 위협 아래 놓이게 된다.
지역별로는 13개 주에 걸친 PJM 인터커넥션(PJM Interconnection)과 미 중서부 전력계통운용기구(MISO), 사우스웨스트 파워풀(SPP), 텍사스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 등이 가장 취약한 곳으로 꼽혔다. NERC는 MISO 지역의 경우 이르면 2028년부터 전력 부족 위험이 급격히 상승하며, 2029년부터는 다른 주요 지역으로 위기가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연가스 의존도 심화와 노후 시설이 발목
전력 수요는 치솟는 반면 공급 측면의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NERC는 미국 전력 시스템의 천연가스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핵심 취약점으로 지적했다. 보고서 내 ‘천연가스’ 언급 횟수는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202회에 달했다. 미국은 세계적인 가스 생산국이지만, 겨울철 한파 등 기상 악화 시 파이프라인 운송망이 마비되면 전력 생산에 즉각 차질이 생긴다.
아울러 노후한 발전소 퇴출 속도에 비해 신규 발전 설비 확충이 더디다는 점도 문제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고 있지만,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널뛰는 간헐성 문제와 인버터 기반 설비의 기술적 불안정성이 전력망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에너지 정책 변화와 대안 모색
다만 긍정적인 신호도 감지된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전력난을 막기 위해 노후 발전소 가동 중단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NERC 측은 가스 업계와 전력 업계 간 협력을 강화하고, 지난해 이베리아반도 정전 사태 이후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대용량 에너지 저장 장치(ESS)와 배터리 설비가 확충되면 위험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력 확보 능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전력기기 '슈퍼을' 등극 기회…미국발 전력 대란이 부른 수출 대호황
미국의 전력망 위기는 한국 전력기기 제조기업들에 유례없는 기회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대미 초고압 변압기 수출액은 전년 대비 급증하며 1조5000억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30년 이상 된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가 맞물린 덕분이다.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전력기기 3사는 이미 2027~2028년치 물량까지 수주를 마친 상태다. 특히 미국 내 자국 우선주의 정책 속에서도 한국산 변압기는 독보적인 기술력과 납기 준수 능력을 바탕으로 '슈퍼을(乙)' 지위를 굳히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변압기뿐만 아니라 전력 손실을 줄이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점치고 있다. 미국 전력난이 심화할수록 한국 전력 산업의 '슈퍼 사이클'은 2030년 이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