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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전기차 투자 급제동에 남부 공장·일자리 불확실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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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전기차 투자 급제동에 남부 공장·일자리 불확실성 커져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 겸 CO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 겸 COO. 사진=로이터

미국의 전기차 수요 둔화와 정책 변화가 겹치면서 미 남부 지역에 집중됐던 전기차·배터리 투자와 일자리의 향방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졌지만 기업들은 계획을 취소하거나 하이브리드로 선회하며 손실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CNBC는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 업체들이 2000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배터리 생산시설에 2000억 달러(약 292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정책·데이터 분석기관 아틀라스 퍼블릭 폴리시에 따르면 이 가운데 배터리 투자액의 84%, 전기차 생산 투자액의 62%가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 집중됐고 예상 일자리 20만개 가운데 77%가 이 지역에 생길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투자 가운데 약 40%는 미국 남동부에 몰렸다. 자동차 산업의 제조 거점으로 성장해온 이 지역에서는 전기차 전환을 계기로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지만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인센티브가 철회되고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기업들이 전기차 계획을 취소하거나 다른 차종으로 방향을 틀고 있어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같은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대형 공장을 보유한 데 이어 2022년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 126억 달러(약 18조3960억 원)를 투입해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 메타플랜트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리비안이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에 추진했던 50억 달러(약 7조3000억 원) 규모 공장을 넘어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투자로 평가됐다. 그룹은 2031년까지 공장 인력 8500명과 협력업체 인력 6900명을 고용할 계획이었지만 올해 1월 기준 실제 채용 인원은 약 1440명에 그쳤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CNBC와 인터뷰에서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직후 판매가 급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1분기에는 성장세였지만 4분기에는 판매가 50% 줄었다”고 말했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은 메타플랜트에 27억 달러(약 3조9420억 원)를 추가 투자해 연간 50만대 생산 체제로 전환하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혼합 생산할 계획이다. 판매 비중은 전기차 30%,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차 70%를 예상했다.

전기차 투자에 따른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 유통·자문업체 헤이그 파트너스의 존 머피 매니징 디렉터는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 투자와 관련해 최소 1000억 달러(약 146조 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포드는 지난해 12월 전기차 사업에서 195억 달러(약 28조4700억 원)의 손실을 반영하겠다고 밝혔고 GM도 76억 달러(약 11조960억 원)의 손실을 예고했다. 혼다, 포르쉐, 볼보 등 해외 업체들도 각각 최소 10억 달러(약 1조4600억 원) 규모의 손실 가능성을 경고했다.

전기차 수요 전망도 크게 낮아졌다. 바이든 전 행정부는 2030년 신차 판매의 50%를 전기차로 설정했지만 현재 업계 전망은 17%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의 북미 파워트레인 솔루션 부문 대표인 피터 태드로스는 “초기 목표와 현재 전망 사이에 큰 격차가 있다”고 말했다. 보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공장에 2억5000만 달러(약 3650억 원)를 투자해 전기모터 생산을 계획했지만 직원 대부분을 다른 부문으로 전환 배치하며 대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 남부 지역에 집중된 전기차 투자가 당장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단기간에 기대했던 고용과 성장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시장 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지역 공장과 일자리가 어떤 방식으로 재편될지 주목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