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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주인공인가, 변화의 증언자인가...그의 ‘권력 이동’ 발언을 읽는 세 개의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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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주인공인가, 변화의 증언자인가...그의 ‘권력 이동’ 발언을 읽는 세 개의 프레임

미국과 중국, 인도 간 권력 이동을 둘러싼 세 나라의 시선과 서로 다른 해석
예언이 아니라 신호였던 머스크의 한마디에 왜 각국은 다른 질문을 던졌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1월22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6차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1월22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6차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 첨단기술 기업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최근 미국과 중국, 인도 사이의 권력 지도가 바뀌고 있다고 언급한 발언은 길지도, 구체적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이 발언은 여러 국가의 매체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되며 예상보다 큰 주목을 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발언을 전한 매체들이 서로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차이는 머스크의 영향력 때문이라기보다, 각 사회가 현재의 세계 질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발언을 둘러싼 보도는 크게 세 가지 프레임으로 나뉜다. 인도 디지털 매체인 퍼스트포스트(Firstpost), 인도 최대 일간지 타임스어브인디아(The Times of India), 그리고 재미 인도계 매체인 더어메리칸바자(The American Bazaar)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이 발언을 해석했다.

퍼스트포스트의 프레임: 머스크는 주인공이 아니라 증언자다

퍼스트포스트는 머스크의 발언을 개인의 전망이나 예측으로 다루지 않았다. 이 매체에서 머스크는 세계 권력 이동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구조 변화를 감지해 말로 옮긴 증언자에 가깝다.

보도의 초점은 미국 중심 질서의 상대적 약화, 중국의 구조적 한계, 그리고 인도가 차지하게 될 새로운 위치에 맞춰져 있다. 머스크의 발언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기술과 산업, 인구 구조의 변화 속에서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서로 사용된다.

이 프레임에서 중요한 것은 머스크의 의도나 평가가 아니다. 그의 말이 드러낸 것은 세계 질서가 더 이상 단일 축으로 설명되지 않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사실이다. 퍼스트포스트는 머스크를 통해 ‘무엇이 바뀌고 있는가’를 묻는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의 프레임: 외부 인물이 확인해 준 인도의 기회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같은 발언을 전혀 다른 위치에 배치한다. 여기서 머스크의 발언은 세계 질서 변화의 증거이기보다는, 인도의 성장 가능성을 외부에서 인정해 준 사례로 기능한다.

기사의 중심에는 인도의 경제 성장률, 제조업 확대, 인구 구조, 글로벌 기업의 투자 흐름이 놓인다. 머스크의 발언은 이 흐름을 보완하는 인용문으로 사용된다. 세계 질서의 균열 자체보다는, 그 균열 속에서 인도가 어떤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이 프레임에서 머스크는 분석자가 아니라 평가자다. 그의 말은 인도가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니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확인해 주는 역할을 한다.

아메리칸 바자의 프레임: 권력 이동은 미국 내부의 재배치 문제다

아메리칸 바자의 해석은 또 다른 방향을 향한다. 이 매체는 머스크의 발언을 미국과 중국, 인도의 삼각 구도 속에서 미국 내부 권력과 기회의 재편이라는 문제로 연결한다.

여기서 관심의 중심은 인도 본토가 아니라 미국이다. 미중 경쟁이 장기화되고 미국 중심 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인도계 인재와 기업, 자본이 어떤 전략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가가 핵심 질문이다.

이 프레임에서 머스크의 발언은 세계 질서 변화의 신호이자, 미국 사회 내부에서 영향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로 읽힌다. 인도는 성장의 무대이지만, 결정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미국 안에서 이뤄진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같은 발언, 세 개의 질문


세 매체의 차이는 명확하다. 퍼스트포스트는 세계 질서가 실제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인도가 그 변화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아메리칸 바자는 그 변화가 미국 내부의 권력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묻는다.

이 차이는 머스크의 발언이 왜 주목을 받았는지를 설명해 준다. 각국 언론들이 앞다투어 반응한 것은 예언의 정확성이 아니라, 각자의 현실을 투영할 수 있는 질문이 이 발언 안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주인공인가, 증언자인가


이 보도들을 종합하면 하나의 결론에 닿는다. 머스크는 세계 질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인공이라기보다, 그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말로 옮긴 증언자에 가깝다. 그의 발언이 반복적으로 인용되는 이유는 그가 옳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의 세계가 명확한 중심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머스크의 개인적 전망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의 말이 각 사회에서 어떤 질문을 끌어냈는가다. 이 점에서 이번 논쟁은 특정 인물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세계 권력 지도가 재편되고 있다는 불안과 기대가 동시에 표출된 현상으로 읽힌다.

이 발언이 계속 소환되는 한, 세계는 아직 새로운 중심을 찾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