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EU, 기업 부담 고려해 탄소배출 규제 완화 검토…ETS 개편 논의 본격화

글로벌이코노믹

EU, 기업 부담 고려해 탄소배출 규제 완화 검토…ETS 개편 논의 본격화

벨기에 브뤼셀의 EU 집행위원회 본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벨기에 브뤼셀의 EU 집행위원회 본부.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이 역내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탄소배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탄소시장으로 평가받는 배출권거래제(ETS)를 산업 경쟁력 저하 우려 속에서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5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EU는 수천 개 기업에 적용되는 온실가스 감축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음 주 열리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역내 경제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ETS 개편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TS는 EU의 핵심 기후 정책 수단으로 기업별 탄소배출 허용량을 제한하고 초과분은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EU는 불과 3년 전 친환경 정책 기조에 맞춰 제도를 대폭 강화했지만 최근 산업계와 각국 정부를 중심으로 비용 부담과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U 정책 당국자들과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회원국 정부들은 오염 감축 속도를 늦추는 한편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 제도 개편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올해 3분기 중 EU 집행위원회가 공개할 예정이며 이후 회원국 간 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ETS 시행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도 배출권 가격 변동성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U가 이처럼 기후 정책 기조를 조정하는 배경에는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 중국과의 경쟁 심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확대된 국방비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광범위한 합의를 이뤘던 기후 행동 공감대는 흔들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에너지 비용 절감과 산업 보호를 우선하는 정책 기조가 힘을 얻고 있다.

EU는 지난해 12월 204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90% 감축한다는 중간 목표에는 합의했지만 동시에 ETS에 포함된 약 1만 개 시설에 추가적인 탈탄소화 시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는 현행 제도상 2039년에 배출 한도가 사실상 제로로 수렴하는 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피터 리제 독일 출신 유럽의회 의원은 “ETS를 무력화하거나 중단하자는 주장은 무책임하다”면서도 “기후 목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기업에 가해지는 압박을 완화할 수 있는 조정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탄소 가격에 대한 정치적 민감성은 최근 논의에서 더욱 부각됐다. EU는 도로 교통과 난방 연료에 적용할 예정이던 새로운 탄소시장의 출범 시점을 연기했고, 기존 ETS 내 배출권 가격 급등을 막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장에서는 2040년까지 배출권 가격이 현재 t당 약 82유로(약 14만1600원)에서 최대 400유로(약 69만8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U 집행위에서 기후 정책을 총괄했던 요스 델베케는 “배출권 시장은 산업 정책과 조화를 이뤄야 하며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탄소 가격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출권 공급을 조절해 가격을 완화하고 연간 감축 속도를 재조정하는 방안을 개편안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델베케는 단기 대책으로 ETS 내 별도 완충 장치에 보관된 약 3억7000만장의 무상 배출권을 활용해 저탄소 투자에 나서는 기업을 지원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EU는 조만간 ETS 개편안을 공개하고 기후 목표와 산업 경쟁력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를 두고 본격적인 조율에 나설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