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변수 속 미 의존 줄이기 논의 확산…북대서양선언 이후 현실성 부각
프랑스·영국의 핵 전력 연계가 관건…“핵 탄두 숫자보다 정치적 의지 중요”
프랑스·영국의 핵 전력 연계가 관건…“핵 탄두 숫자보다 정치적 의지 중요”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의 대유럽 안보 공약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변수로 다시 흔들리면서, 유럽이 자체적인 핵억지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의존을 줄이고 유럽 차원의 억지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프랑스와 영국의 핵전력을 연계하는 방안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폴란드 최대 타블로이드지인 팍트(Fakt.pl)는 지난 2월 3일(현지시각) ‘유럽이 스스로를 핵우산으로 만들 것인가. 이 시나리오면 충분할 것이다’라는 제하의 보도를 통해, 유럽 자체 핵우산 구상이 더 이상 이론적 논쟁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정책 시나리오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의 핵보유국은 프랑스와 영국 두 나라뿐이다. 두 국가 모두 독자적인 핵전력을 유지해 왔으며, 지금까지는 미국이 제공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 차원의 핵우산에 안보를 의존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대외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럽 내부에서는 “미국이 언제까지 유럽 안보의 최종 보증인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북대서양 선언이 던진 신호
전문가들은 이 선언이 유럽 자체 핵우산 논의를 제도권으로 끌어올린 계기라고 평가한다. 프랑스와 영국이 핵문제에서 협력할 수 있다는 정치적 합의가 처음으로 명문화됐다는 점에서, 이후의 논의에 현실성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프랑스와 영국 핵전력의 결합 가능성
폴란드 국가안보국 전 국장이자 군사전문가인 스타니스와프 코제이는 팍트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와 영국이 핵전력을 전략적으로 연계한다면 유럽 전체를 방어하는 억지력으로 충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국의 핵무기 체계가 기술적으로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치적 결단이 있다면 통합적 운용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핵전력은 미국과의 기술적 연계성이 강한 반면, 프랑스는 독자적 핵억지 체계를 유지해 왔다. 이 차이 때문에 완전한 통합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공동 대응 원칙과 전략적 조율만으로도 러시아를 상대로 한 억지 효과는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핵탄두 숫자보다 중요한 것
코제이는 핵억지의 본질이 단순한 핵탄두 숫자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핵전력은 프랑스와 영국의 합산 전력보다 훨씬 크지만, 억지의 핵심은 상대가 감수해야 할 정치적·전략적 비용을 명확히 인식시키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핵무기의 존재 자체가 억지력을 형성하며, 소수의 핵전력이라도 사용 의지가 분명하다면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상대적으로 제한된 핵전력으로도 미국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강한 억지 효과를 발휘해 온 점이 그 사례로 언급됐다.
미국 의존 축소, 유럽 안보의 분기점
유럽 자체 핵우산 논의는 곧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 문제로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경시 발언과 방위비 분담 압박이 반복되면서, 유럽 내부에서는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유럽을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팍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프랑스와 영국의 핵전력 연계가 당장 미국의 핵우산을 대체하기보다는, 유럽의 협상력을 높이고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유럽이 스스로 억지 옵션을 갖추는 순간, 미국과의 동맹 관계도 보다 대등한 방향으로 재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 자체 핵우산 구상은 여전히 정치적 논쟁과 기술적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와 영국의 협력이라는 최소 조건이 갖춰진 지금, 이 논의는 더 이상 가설이 아니라 유럽 안보의 현실적 선택지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 팍트의 평가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