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유럽, 청소년 SNS 사용 제한 확산…실효성·빅테크 반발은 과제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유럽, 청소년 SNS 사용 제한 확산…실효성·빅테크 반발은 과제

주요 글로벌 소셜미디어들의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주요 글로벌 소셜미디어들의 로고. 사진=로이터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각국이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호주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한 데 이어 유럽에서도 유사한 조치가 확산되고 있지만 규제 집행의 실효성과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의 갈등 가능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가 관련 법안 통과에 근접한 가운데 스페인과 그리스, 네덜란드, 덴마크도 틱톡과 인스타그램, 엑스(X) 등 플랫폼에서 청소년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영국 의회에서도 초기 논의가 이뤄졌고, 영국 정부는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 절차에 착수했다.

◇ 우회 수단 많은 규제, 실효성 논란

다만 과거에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우회 수단이 많아 좌초된 사례가 적지 않다. 프랑스와 영국이 미성년자의 음란물 사이트 접근을 제한했을 당시에도 가상사설망(VPN)을 활용한 접속 우회가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일부 기업은 규제 이행을 거부했다.

프랑스의 디지털 담당 대사인 클라라 샤파즈는 여러 국가가 동시에 규제에 나설 경우 완벽하지 않더라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충분한 국가들이 함께 조치에 나서면 청소년의 이용 습관 자체가 바뀔 수 있다며, 안전벨트 의무화가 일부 미착용 사례에도 불구하고 교통 사망자를 크게 줄인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샤파즈는 프랑스의 음란물 규제가 미성년자 노출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고 덧붙였다.

◇ 청소년 정신건강 우려 속 규제 명분 강화


과학자들은 소셜미디어 사용이 우울증과 불안, 고립감, 신체 이미지 왜곡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해 왔다. 부모들 사이에서도 온라인 괴롭힘이 빈번하고 관리가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호주는 16세 미만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하는 법을 도입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기업들은 연령 확인 절차를 시행해야 하며, 이를 조직적으로 위반할 경우 최대 5000만 호주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는 약 3300만 달러(약 480억 원)에 해당한다. 호주 정부는 이 제도 시행 이후 아동 계정으로 확인된 470만개 계정이 삭제됐다고 밝혔지만 규제가 전면적으로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 EU 차원의 규제 한계와 DSA 논란

유럽연합(EU)에서는 상황이 더 복잡하다. 대형 플랫폼에 대한 제재 권한이 개별 국가가 아니라 EU 집행위원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서비스법(DSA)에 따라 벌금 부과 권한이 EU 차원에 있어 각국이 도입하는 개별 규제가 실효성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기술 기업들의 반발도 노골화되고 있다. 디지털 정책을 둘러싼 유럽과 미국 간 갈등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EU가 추가 규제나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보복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 빅테크 반발과 정치적 갈등 격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이번 주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히며 중독과 학대, 음란물, 조작, 폭력을 문제 삼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이 소유한 엑스를 통해 산체스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후 머스크는 “산체스는 독재자이자 국민에 대한 배신자”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텔레그램 창업자인 파벨 두로프도 스페인 이용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러한 규제가 보호를 명분으로 감시 국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당국은 텔레그램이 디지털 규제를 위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메타와 틱톡 등 기술 기업들은 전면 금지 대신 기존의 청소년 보호 장치로 충분하다고 주장하며 로비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금지가 오히려 청소년을 규제되지 않은 플랫폼으로 내몰 수 있다며, 연령 확인은 개별 앱이 아니라 운영체제나 앱스토어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와 스페인을 중심으로 강한 여론 압박이 이어지면서 EU 집행위원회도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연령 기준과 확인 방식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집행위원회는 가상사설망 등을 통한 우회를 막기 위한 연령 확인 애플리케이션 시제품을 개발 중이다.

폴란드 디지털부 차관인 다리우시 스탄데르스키는 실행 가능한 법이 중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론에 그칠 뿐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의 학부모 단체인 모바일 프리 어도선스는 유럽의 규제 의지를 환영하면서도, 규제 미이행에 대한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9월 호주의 조치를 주목하고 있다며,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부모라고 강조했다. 반면 헨나 비르쿠넨 EU 디지털 담당 집행위원은 국가별 문화 차이를 고려해 기존 법 집행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유럽이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제한할 수 있을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다만 아동 안전을 둘러싼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규제 논의는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