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적인 군사 작전을 통해 미국으로 압송한 뒤 베네수엘라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영 방송과 거리 곳곳을 채우던 마두로의 얼굴과 장시간 연설이 눈에 띄게 줄었고 정치적 억압의 강도도 이전과는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8일(이하 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 마두로 사라진 국영 방송…공격적 포퓰리즘 퇴조
마두로 전 대통령은 버스 운전사 출신으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처럼 즉흥적이고 민중적인 장시간 연설로 국영 방송을 장악해 왔다. 국정 발표가 없어도 춤과 노래, 반체제 인사에 대한 공개 비난으로 방송 시간을 채웠고 그의 얼굴은 전국 건물과 광고판에 내걸렸다.
카라카스에 거주하는 연금생활자 예니페르 디아스는 “지금은 혐오와 비난이 훨씬 줄었다”며 “마두로가 하루가 멀다 하고 TV에 나와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라고 말했다.
◇ 정치범 석방·야권 등장…제한적 완화 조짐
정치 환경에서도 제한적인 완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학생 주도의 소규모 민주화 시위가 허용됐고 정치범 수백 명이 석방됐으며 야권 인사들이 국영 매체에 등장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마두로 전 대통령이 체포된 지난 1월 3일 이후 전국에서 약 350명이 석방됐고 2월 초 기준 정치범 수는 687명으로 집계됐다.
베네수엘라 중앙대의 학생회 간부인 로사 쿠쿠누바는 “작년의 베네수엘라와 지금의 베네수엘라는 전혀 다른 나라”라며 “놓쳐서는 안 될 기회의 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변화가 제도적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의회는 26년간 이어진 혁명 통치 기간의 정치 범죄를 사면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지만, 미국의 압박이 약해질 경우 개혁이 되돌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 경제 개방은 속도…정치 개방은 여전히 변수
경제 분야에서는 보다 빠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최근 석유 산업에서 국가 통제를 사실상 해제하는 탄화수소법 개정안에 서명해 민간 기업의 참여와 세 부담 완화를 허용했다. 이에 대해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라이언 버그 미주 프로그램 국장은 “경제 개방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치 개방은 기대보다 더디다”며 “일부 조치는 언제든 되돌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권 내부의 강경파 관리도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에게는 과제로 남아 있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국방장관과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은 군과 경찰, 준군사조직을 장악하고 있으며, 카베요 장관의 딸은 최근 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 여론 변화 감지…“경제는 나아질 수 있다” 기대
야권의 정치적 공간 확대 여부도 주목된다. 민영 방송 베네비시온은 지난달 말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 발언을 방영했다. 마차도는 투명한 수동 개표가 보장된다면 9~10개월 안에 선거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마두로 전 대통령 집권 기간 베네수엘라는 국내총생산이 약 4분의 3 감소했고,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가까운 국민이 해외로 이주했다. 여론조사업체 포데르 이 에스트라테히아의 리카르도 리오스 대표는 “개혁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국민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두로 체포 직전에는 국민의 45% 이상이 슬픔을 느낀다고 답했지만 최근에는 20%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이주를 고려한다는 응답도 지난해 약 20%에서 11%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유산이 훼손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친정부 시위에 참석한 한 시위자는 “차베스는 산업을 국유화했는데 지금은 외국 자본에 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학생 미르나 카라스코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마두로가 없는 지금, 최소한 경제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