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 골딘 교수 "배우자가 육아 안 도우면 경력 포기해야"
한국 합계출산율 0.8명, 조사국 최저…일본 1.3명보다 낮아
한국 합계출산율 0.8명, 조사국 최저…일본 1.3명보다 낮아
이미지 확대보기골딘 교수 연구에 따르면 1960년대 이후 태어난 미국 고학력 여성의 출산율은 1.7명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여성의 출산율 2.1명보다 0.4명 낮은 수치다. 20세부터 44세 여성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출산율 지표에서도 2020년 대졸 여성은 56명으로, 전체 평균 63명을 밑돌았다.
남편 육아 도움 불확실해 출산 포기
골딘 교수는 고학력 여성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로 배우자의 육아 참여 불확실성을 꼽았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은 높은 소득과 함께 더 많은 자율성을 갖지만, 출산 뒤 육아 책임을 혼자 떠안게 되면 경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는 것이다.
골딘 교수는 "여성이 출산 뒤에도 직장 생활을 이어가려면 남편이 육아를 함께 분담해야 한다"며 "문제는 결혼할 때 남편이 얼마나 육아에 참여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편이 적극적으로 도울 수도 있지만, 육아를 전부 아내에게 맡길 수도 있다"며 "남편이 육아를 돕지 않으면 여성은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고 덧붙였다.
고학력 여성은 이런 위험을 피하려고 아예 출산을 줄이거나 포기한다. 골딘 교수는 "대졸 여성은 결혼은 하되 자녀를 한 명만 낳거나 아예 낳지 않는 방식으로 경력 단절 위험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987년생 미국 여성 가운데 대졸자의 결혼 비율은 95%를 유지했다. 반면 비대졸자는 75%로 떨어졌다. 대졸 여성이 결혼을 더 중시하는 이유는 법적 혼인 관계를 통해 남편의 육아 분담을 보장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골딘 교수는 "고학력 여성일수록 결혼 제도 안에서 육아 부담을 나누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한국 0.8명·일본 1.3명, 전통 성역할 고수로 급락
전통 성 역할 규범이 강한 국가일수록 출산율 하락이 가파르다는 점도 확인됐다. 골딘 교수는 "한국, 일본처럼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에서 사회 관습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남성은 여전히 아내가 육아를 전담하는 전통 방식을 원하는 반면, 여성은 직장 생활과 경제 활동을 원한다"고 말했다.
유엔(UN)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60년 6명에서 2020년 0.8명으로 급락해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일본도 1.3명으로 낮았지만, 한국보다는 높은 수준이었다. 골딘 교수는 "남성과 여성의 기대가 크게 어긋나는 국가일수록 여성이 아예 자녀를 낳지 않는 비율도 높다"고 지적했다.
"남성 육아 참여 늘리고 국가 지원 강화해야“
골딘 교수는 출산율 회복을 위해 남성의 육아 참여 확대와 국가의 부모 지원 강화를 제안했다. 그는 "여성을 집으로 돌려보내자는 보수 우파의 생각은 사악하고 어리석다"며 "중국 공산당조차 여성에게 원치 않는 출산을 강요하지 못하는데, 여성이 남편을 주인처럼 섬기던 과거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면 결혼과 출산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FT는 "성 역할이 더욱 평등해지고 자녀 양육 비용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커져야 출산율 상승 희망이 생긴다"면서도 "큰 폭의 상승은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제 인구 감소는 선진국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출산율이 인구 대체 수준을 밑도는 상황에서 인구를 유지하려면 해외에서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이민 수용을 꺼리는 나라가 많아 상당수 부유한 국가에서 인구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