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미국 주식 6890억 달러 역대급 매수에도 달러 노출은 축소
단순 매도 아닌 파생상품 활용한 '달러 헤지' 비율 71% 급등… 달러 가치 8% 하락 대응
미 재정 적자 우려에 국채 매입은 둔화, 'AI 패권' 투자 유지 속 환율 리스크 관리가 핵심
단순 매도 아닌 파생상품 활용한 '달러 헤지' 비율 71% 급등… 달러 가치 8% 하락 대응
미 재정 적자 우려에 국채 매입은 둔화, 'AI 패권' 투자 유지 속 환율 리스크 관리가 핵심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열풍이 뉴욕 증시를 견인하고 있지만, 이면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은 보유하되 달러화 가치 하락 위험은 차단하는 이른바 ‘달러 헤지(Currency Hedge)’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경제의 견고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달러 가치가 8% 급락하면서 시장의 투자 공식이 ‘무조건적 신뢰’에서 ‘철저한 위험 관리’로 급변하고 있다.
달러 가치 하락에 '환율 방패'… 유럽 연기금 헤지 비율 71% 돌파
금융권 안팎에서는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행보를 '미국 매도'가 아닌 '미국 헤지'로 규정한다. 여기서 달러 헤지란 미국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할 때, 환율 변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막기 위해 금융 기법을 동원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미국 주식으로 10% 수익을 내더라도 달러 가치가 10% 떨어지면 한국이나 유럽 투자자의 원화·유로화 환산 수익률은 0%가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선물환 등 파생상품을 통해 현재의 환율을 미리 고정해두는 '보험'을 드는 행위가 바로 달러 헤지다.
과거 10년 동안은 달러가 강세였기에 이런 보험(헤지)이 필요 없었으나, 최근 상황은 다르다. 덴마크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현지 연기금과 보험사들의 달러 헤지 비율은 지난해 초 61%에서 연말 71%로 급등했다. 아문디의 안드레아스 쾨니히 글로벌 외환 총괄은 "달러를 보유하는 것 자체가 안전판 역할을 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투자자들의 계산법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재정 적자 늪에 빠진 미국 국채… '큰손'들의 매입 속도 둔화
미국 재무부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외국인 보유 미국 국채 규모는 지난해 11월 기준 9조 4000억 달러(약 1경 3590조 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정작 사들이는 속도는 뚝 떨어졌다. 연간 매입액은 전년 6410억 달러(약 927조 원)에서 4220억 달러(약 610조 원)로 30% 이상 급감했다.
특히 북유럽 기관들의 이탈이 눈에 띈다. 덴마크 아카데미커펜션은 지난달 1억 달러(약 1446억 원) 규모의 미국 국채를 매각하며 "미국의 재정 적자와 부채 증가가 우려된다"고 공식화했다. 일본의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회귀(리패트리에이션) 가능성과 중국이 제3국을 통해 실제 국채 노출 규모를 숨기고 있다는 분석도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브래드 세처 외교협회 선임 연구원은 "중국의 실제 보유액은 1조 달러(약 1446조 원)를 상회할 것"이라며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경고했다.
일본과 중국의 움직임도 변수다. 일본의 금리 인상은 해외에 머물던 엔화 자금의 본국 회귀를 부추길 수 있다. 중국의 경우 겉으로는 국채 보유량이 2008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실제로는 벨기에 등 제3국 중개기관을 통해 위험 노출 규모를 은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래드 세처 외교협회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실제로는 1조 달러(약 1446조 원)가 넘는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주식 시장은 'AI 독주'에 여전히 매수세 지속
채권 시장의 냉기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은 예외적인 활황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11월까지 1년 동안 6890억 달러(약 996조 원) 규모의 미국 주식을 사들였다. 이는 전년도 매입액인 1970억 달러(약 284조 원)의 3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니콜라이 탕겐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AI 기업 지분을 단순히 매도할 수는 없다"며 "그런 위험을 감수할 여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시장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지배력을 고려할 때, 수익률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연기금 입장에서 미국 주식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국 편중' 투자가 서서히 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셸데 CIO는 "향후 10년 동안 유럽에 더 많은 자금을 배분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미국 투자는 줄어들 것"이라며 "매우 느리지만 지각 변동과 같은 과정이 이미 시작됐다"고 전망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 헤지 강화가 오히려 달러 가치를 더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헤지를 위해 달러를 매도하는 행위 자체가 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려 가격 하락 압박을 가하기 때문이다. 일본과 대만의 대형 보험사들이 본격적으로 헤지 대열에 합류할 경우 달러 가치의 추가 하락과 미국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 개인 투자자를 위한 3가지 자산 증식 전략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자금의 흐름이 '위험 회피형 미국 투자'로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참고할 만한 실전 전략을 3가지 소개한다.
첫째, '환노출' 대신 '환헤지(H)' 상품 활용 비중 확대다. 그동안 서학개미들은 주가 상승분과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익을 동시에 누리는 '환노출' 투자를 선호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기관들처럼 달러 약세가 우려되는 구간에서는 종목명 뒤에 '(H)'가 붙은 환헤지형 ETF 등을 통해 환율 변동 리스크를 차단하고 순수하게 지수나 종목의 수익률에만 집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다만, 원/달러 환율은 2026년 4분기 1340원으로 전망되나, 국민연금과 개인의 해외투자 증가 등으로 인한 구조적 달러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 달러 전망이 '달러 폭망론'과 '킹 달러론'으로 극단적으로 양분되어 있어, 환헤지가 항상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환노출과 환헤지를 시기별로 조절하는 동적 헤지 전략이 중요하다. 달러 약세가 명확한 시점에만 환헤지 비중을 높이되, 일률적인 환헤지는 기회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둘째, 미국 국채 비중 조절 및 자산 다각화다. 미국의 재정 적자 문제는 장기적으로 금리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에만 올인하기보다 금이나 다른 선진국 우량 채권으로 자산을 분산할 것을 조언한다. 특히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금은 달러 헤지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금 가격은 유동적이다. 금은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을 때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지만,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장기 금리가 상승하면 금의 기회비용이 급증하여 5%~20%의 손실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포트폴리오의 7~12% 수준으로 금 비중을 설정하고, 미국 국채는 전면 회피보다는 듀레이션 조절과 선진국 우량채권 분산이 현실적이다.
셋째,. 'AI 밸류체인' 중심의 선택적 집중이다. 글로벌 국부펀드들이 달러 불안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식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대체 불가능한 혁신' 때문이다.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기보다 전 세계 자금이 몰리는 AI 하드웨어(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핵심 기업에 집중하여, 환율 하락분을 상회하는 초과 수익을 목표로 하는 '공격적 방어'가 필요하다.
다만, 2026년 HBM 시장은 공급 확대로 ASP(평균 판매단가)가 일시 하락하고, 성장률이 23.4%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반도체 시장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GPU 일극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AI 섹터는 높은 밸류에이션과 변동성을 감안해 코어-새틀라이트 전략(핵심 자산 60~70% + 주변 투자 30~40%)으로 접근하면서, 전체 포트폴리오의 비중도 50% 이하로 줄이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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