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자 82% 여전히 현장 근무… 물리적 세계가 'AI 폭주' 막는 저항선
소프트웨어 밖은 '느슨한 세상', 규제·물질 한계에 가로막힌 '지능의 역설'
소프트웨어 밖은 '느슨한 세상', 규제·물질 한계에 가로막힌 '지능의 역설'
이미지 확대보기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3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AI 기술이 소프트웨어 영역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으로 퍼져나가는 속도는 대중의 우려보다 훨씬 느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최근 80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AI가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경제적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 맷 슈머 아더사이드 AI 창업자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결과여서 주목된다.
팬데믹이 남긴 교훈… '데이터'와 '현장'은 다르다
지난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에게 '지수함수적 변화'가 얼마나 무서운지 각인시켰다. 하지만 AI 열풍이 이와 같은 경로를 밟을 것이라는 예측에는 결정적인 오류가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 편향'이다.
미국 인구조사국(Census Bureau)의 2021년 통계에 따르면 팬데믹이 절정이던 시기에도 재택근무를 했던 노동자는 전체의 17.9%에 불과했다. 즉, 노동자의 82.1%는 여전히 현장에 직접 나가서 일해야 하는 '물리적 업무'를 수행했다는 뜻이다. 컴퓨터 화면 속 데이터는 순식간에 복제되고 전파되지만, 사람의 몸이 움직이고 물건을 날라야 하는 현실 세계의 업무는 AI가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강력한 저항선을 형성하고 있다.
AI도 단축 못 하는 '시간의 벽'… 신약 개발과 로봇의 한계
AI가 질병을 치료하고 모든 제조 공정을 자동화할 것이라는 낙관론 앞에는 법적 규제와 물리적 법칙이라는 벽이 서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신약 개발이다.
AI는 신약 후보 물질을 연산 능력을 동원해 순식간에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신약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사람에게 12주간 약물을 투여하고 관찰해야 하는 법적 임상 시험 절차는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단 1초도 줄일 수 없다. 관료주의의 속도와 생물학적 반응 시간은 기술 발전과 무관하게 흐르는 고정 변수이기 때문이다.
제조업과 물류업도 마찬가지다. 지능을 가진 AI 로봇을 전 세계에 보급하려면 막대한 원자재를 채굴하고, 트럭과 컨테이너선으로 부품을 실어 나르는 물리적 과정이 필수적이다. 비트(Bit)의 속도로 움직이는 소프트웨어와 달리, 원자(Atom)로 구성된 물리적 세계는 확장 속도에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2030년에도 일상은 계속된다… 화이트칼라에 주어진 '골든타임'
전문가들은 오는 2030년까지도 대부분의 직업 현장은 현재와 비슷한 모습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언론인이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처럼 데이터와 텍스트를 주로 다루는 화이트칼라 직군은 5년 내 상당한 격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다수 산업은 물리적·문화적 제약 덕분에 AI의 침투 속도가 늦춰지는 완충 효과를 누릴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포스트는 "AI가 가져올 변화의 방향은 확실하지만, 그 속도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것"이라며 "화이트칼라 직군은 이 지연된 시간을 미래를 대비하는 골든타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