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 '50% 룰'의 부메랑, 창고에 쌓인 수조 원대 장비가 고철 될 판
장비 샀지만 전원도 못 켜는 SMIC, 부품 하나 없어 가동 중단 속출
50% 강제 룰의 부메랑… 서방 기술 없인 굴기도 고립도 아닌 고사 위기
장비 샀지만 전원도 못 켜는 SMIC, 부품 하나 없어 가동 중단 속출
50% 강제 룰의 부메랑… 서방 기술 없인 굴기도 고립도 아닌 고사 위기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정부가 최근 신규 반도체 팹(Fab) 건설 시 국산 장비 비중을 5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이른바 ‘50% 룰’을 비공식적으로 강제하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이 거대한 실험대에 올랐다. 표면적으로는 서방의 제재에 맞선 강력한 자립 의지로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핵심 부품 부재로 수입 장비마저 놀리고 있는 ‘SMIC의 역설’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판 반도체 강제령, 국산 장비 50% 안 채우면 팹 건설 불허
미국의 전자 산업 전문 매체인 이이타임즈가 지난 2월18일 게재한 '중국이 WFE 자급자족의 달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라는 제하의 아티클을 통해 전한 바에 의하면 중국 당국은 최근 반도체 생산 설비(WFE)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신규 프로젝트 승인 시 국산 장비 비중을 엄격히 따지기 시작했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과 업계 분석에 따르면, 팹 건설 승인을 받으려는 기업들은 전체 장비 가액의 절반 이상을 중국산으로 채웠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 기준에 못 미치는 사업 계획서는 가차 없이 반려되는 분위기다. 중국 당국은 50%를 최종 목표가 아닌 ‘최저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100% 국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28nm(나노미터) 이하의 선단 공정에서는 국산 장비의 기술적 한계를 인정해 예외를 두는 등 유연한 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성숙(Legacy) 공정에서는 국산화 압박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핵심 부품 없이는 무용지물, SMIC가 직면한 장비 고립의 실체
이러한 강경한 정책의 배경에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겪고 있는 ‘장비 고립’ 사태가 있다. SMIC는 미국 등의 수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 핵심 장비들을 선제적으로 대량 구매했으나, 정작 이를 연결해 라인을 완성할 ‘보조 장비’나 유지보수 부품을 구하지 못해 곤경에 처했다. 자오하이쥔 SMIC 공동 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외부 요인으로 인해 미리 확보한 핵심 장비들이 보조 설비 미비로 인해 올해 안에 가동되지 못할 수 있다"고 시인했다. 이는 단순한 구매 지연을 넘어, 서방의 서비스 지원이 끊긴 상태에서 중국 엔지니어들이 독자적으로 라인을 구축하고 유지보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율 저하와 사고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큰손 중국, 양적 성장에 가려진 질적 의존도
UBS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장비 지출은 2026년 470억 달러(약 62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2028년까지 세계 시장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구매처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특히 나우라(Naura), AMEC, ACM 리서치 등 중국 3대 장비사의 시장 점유율은 급성장 중이다. 세정, 식각, 증착 분야에서 중국 장비들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들 장비조차 내부 핵심 부품은 여전히 서방 국가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어, 부품 단위의 국산화라는 또 다른 숙제를 안고 있다. 장비 지출액은 늘고 있지만, 외국산 장비에 대한 의존도를 완전히 걷어내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흑마술이라 불리는 노광 기술, 30년 격차 좁히지 못하면 반쪽 자립
중국 반도체 자급의 최대 걸림돌은 단연 노광(Lithography) 장비다. 식각이나 증착 장비에서 선전하는 것과 달리,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하고 있는 극자외선(EUV) 및 심자외선(DUV) 노광 기술에서 중국의 SMEE(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여전히 수 세대 뒤처져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이 불화아르곤(ArF) 침지형 노광 장비를 따라잡는 데 최소 10~15년, EUV 수준에 도달하는 데는 20~3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오늘날 노광 기술의 복잡성은 흑마술과 상온 핵융합 사이 어딘가에 있다"는 비유가 나올 정도다. 결국 노광 장비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는 한, 중국의 반도체 자립은 반쪽짜리 성공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