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론 확산, 2012년 이후 달러 보유 비중 가장 낮아… "안전 자산 매력 상실"
정책 불확실성, 트럼프발 관세 폭탄·연준 압박에 실물 자산가들 '탈(脫) 달러' 본격화
금리 격차 축소 및 인위적 약세 유도 우려… 주요 통화 대비 가치 추가 하락
정책 불확실성, 트럼프발 관세 폭탄·연준 압박에 실물 자산가들 '탈(脫) 달러' 본격화
금리 격차 축소 및 인위적 약세 유도 우려… 주요 통화 대비 가치 추가 하락
이미지 확대보기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설문조사 결과, 투자 전문가들의 달러 보유 비중은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예측하기 어려운 미국의 정책 행보가 안전 자산으로서의 달러 위상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역대급 '달러 팔자'… 지표와 수치가 증명하는 약세론
최근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움직임은 ‘달러 매도’로 요약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실시한 펀드매니저 설문조사 결과, 달러에 대한 투자 포지션은 지난 2012년 이후 가장 부정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달러 가치는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9% 하락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유로와 파운드 등 주요 통화 대비 1.3% 추가 하락했다. 현재 달러 가치는 약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옵션 데이터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올해 들어 달러 하락에 베팅하는 물량은 상승을 점치는 물량을 압도했다. 이는 달러 강세가 이어졌던 지난해 4분기 상황과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다. 특히 유로 대비 달러 하락에 베팅하는 비율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나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도입을 예고했던 시기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정치 리스크가 집어삼킨 안전 자산 위상
투자자들이 달러를 외면하는 핵심 원인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지정학적 행보와 정책 불확실성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을 흔드는 발언을 이어가며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지명자를 겨냥해 "만약 그가 금리 인상을 찬성했다면 그 자리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노골적인 압박을 가했다. 당초 시장은 워시 지명자가 연준의 독립성을 지킬 정통파 인물이라고 기대하며 안도했으나, 대통령의 직접적인 압박이 이어지자 뱅크오브아메리카 분석가들은 "워시 지명 효과가 달러 수요 증가나 미국 자산에 대한 낙관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라고 분석했다.
'캐리 트레이드' 매력 감소와 환율 개입 우려
금리 격차 축소 전망도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현재 미국의 금리는 유로존이나 일본보다 높지만,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두 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이언 스틸리 국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달러가 예전만큼 고평가된 상태는 아니지만, 연준의 금리 인하가 지속되면서 높은 금리를 노리고 달러에 투자하던 '캐리 트레이드'의 이점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인위적인 달러 약세 유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달러를 동원했고, 지난달에는 일본 엔화 환율에 대해 점검에 나서는 등 시장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달러 가치 하락은 훌륭한 일"이라고 언급한 점도 이러한 의심을 뒷받침한다.
애버딘 그룹의 자비에 메이어 최고경영자(CEO)는 "행정부 안팎에는 달러 약세가 미국 수출과 재산업화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라며 "시장이 미국과 일본의 외환시장 공동 개입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 하방 압력… 수출 기업 채산성 비상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은 한국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에도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달러 인덱스의 하락이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유입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으나, 가격 경쟁력이 핵심인 국내 수출 기업들에는 즉각적인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특히 자동차, 조선 등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업종은 환차손 발생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우려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행정부의 인위적인 달러 약세 유도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환율 변동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결제 통화 다변화 등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연기금 역시 달러 자산 편중에서 벗어나 투자 포트폴리오의 재편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