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1000만 달러 조각공원 파산 후 15년 방치... 주말 600명 관람
"무너지는 모습에서 불완전한 미국 본다" 관광명소로 재탄생
"무너지는 모습에서 불완전한 미국 본다" 관광명소로 재탄생
이미지 확대보기5t 거대 조각, 균열과 부식으로 원형 훼손
버지니아주 크로커에 있는 이 조각들은 조지 워싱턴부터 조지 W. 부시까지 역대 대통령 42명의 얼굴을 콘크리트와 석고, 철근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높이는 농구골대의 2배인 약 6m, 무게는 각각 5t이 넘는다.
파리에서 수학한 조각가 데이비드 애디크스가 제작한 이 작품들은 2004년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 인근 '프레지던츠 파크'의 핵심 전시물이었다. 총 1000만 달러(약 144억 원)를 투입한 이 공원은 높은 입장료와 부실한 마케팅으로 방문객이 줄면서 2010년 파산했다.
공원부지를 인수한 렌터카 회사는 지역 건설업자 하워드 핸킨스에게 부지를 주차장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핸킨스는 "조각들을 부술 수가 없었다"며 5만 달러(약 6750만 원)를 들여 11마일 떨어진 자신의 농장으로 옮겼다. 이동 중 프랭클린 루스벨트 조각은 199번 도로 고가도로에 부딪혀 머리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불완전함이 미국의 진짜 모습"... 덧없는 권력의 상징
핸킨스는 새 박물관 건립을 구상했지만 자금 부족으로 조각들은 진흙밭에 그대로 남았다. 15년간 비바람과 서리를 맞으며 체스터 아서의 턱은 완전히 사라졌고, 율리시스 그랜트는 오른쪽 눈썹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조지 워싱턴의 턱은 부서지고 코는 벗겨졌으며, 여름에는 눈구멍에 말벌이 둥지를 튼다.
2019년 사진작가 존 플라샬이 이 광경을 발견하고 핸킨스를 설득해 가이드 투어를 시작했다. 웹사이트에 "방치와 부패"를 감상할 수 있다고 소개하자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이 퍼졌다. 록 가수 오지 오스본과 유명 좀비 드라마 제작진도 현장을 찾았다.
플라샬은 "깨끗할 때는 찾는 사람이 없었는데, 썩기 시작하면서 대기자가 수백 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주말에는 독일과 도미니카공화국에서도 방문객이 왔다.
방문객들은 부패한 조각에서 불완전한 미국의 모습을 발견했다. 32세 마사지 치료사 세시아 로드리게스는 "불완전함이 좋다"며 "뻣뻣한 목과 아픈 허리를 안고 살아가는 미 고객들처럼 미국을 본다"고 말했다.
62세 은퇴 교사 캐런 부에시는 연방 요원들이 서류를 갖춘 이민자를 구금하는 최근 보도를 언급하며 "헌법 기초를 잊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의 91세 어머니 팻 듀크는 "시작부터 늘 힘든 시기였다"며 "남은 인생을 즐기는 중"이라고 답했다.
44세 컨설턴트 안드레아 코트는 9세 딸 준과 함께 찾아 "추운 날씨에도 많은 가족이 미국 역사를 보러 왔다는 것 자체가 긍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제, 위기 속 자정 능력 시험대
버지니아 농장의 무너지는 대통령 조각은 미국 정치 시스템이 직면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각들이 깨끗했을 때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부패하면서 오히려 관심이 집중됐듯이, 미국 정치도 위기 때마다 국민의 각성을 불러일으켰다.
2024년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누르고 당선돼 지난달 20일 백악관에 재입성했다. 퓨리서치센터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의 3분의 2가 "자당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응답해 1992년 이후 최악의 당 이미지를 기록했다.
방문객 템페스트의 말처럼 미국은 4년마다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부에시의 우려처럼 헌법 원칙이 흔들리는 순간들이 반복되면서, 대통령제가 과연 자정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