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최대 4,800억 위안·바이트댄스 1,600억 위안 투자…엔비디아 H200 40만개 쟁탈전도 불붙어
챗봇·AI폰·생태계 허브 놓고 판 갈리는 사이, 한국 반도체는 시총 역전 카드
챗봇·AI폰·생태계 허브 놓고 판 갈리는 사이, 한국 반도체는 시총 역전 카드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3일, 당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약 984조 원, SK하이닉스는 약 656조 원으로 한국 반도체 투톱 합산은 약 1,640조 원으로 불어나 같은 시점 중국 빅테크 투톱 텐센트 약 982조 원(5조 2,900억 홍콩달러)와 알리바바 약 565조 원(3조 640억 홍콩달러) 합산 약 1547조 원을 93조 원 앞질렀다.
블룸버그는 "AI 투자 열풍이 플랫폼에서 인프라로 이동하면서, 공급망 핵심에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수혜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텐센트 CEO 마화텅(馬化騰·포니 마)이 지난 1월 26일 선전 베이 스포츠센터에서 11만 5,000여 임직원 앞에 서서 "우리는 AI에서 실제로 행동을 취하는 데 느렸다"고 자인한 순간은, 이 역설을 이해하는 실마리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1일(현지시각) 마화텅의 이 발언을 기점으로 텐센트·알리바바·바이트댄스 3사가 전혀 다른 AI 전략으로 갈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AI 클라우드 시장이 2030년 900억 달러(약 13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3사의 전략 분기는 단순한 기업 경쟁을 넘어 중국 산업 지형 전체를 흔드는 변수가 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세 갈래로 갈린 판, 챗봇 왕국·생태계 허브·AI폰 점령군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 카일 찬은 "중국 최대 기술 기업들에게 AI 전쟁은 존재를 건 싸움"이라며 "AI 제품의 강도와 폭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들은 관련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트댄스는 이 전쟁에서 가장 공격적인 진격을 펼치고 있다. 독립형 챗봇 '도우바오(豆包)'는 지난해 12월 둘째 주 주간 활성 이용자 1억 5,500만 명을 기록하며 중국 AI 챗봇 시장 1위 자리를 굳혔다. 시장 분석 기관 퀘스트모바일(QuestMobile) 데이터 기준으로 딥시크를 포함한 경쟁사들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춘절 갈라 방영 중에는 분당 최대 633억 개의 토큰이 처리됐다. 올해 엔비디아 AI 칩 투자액도 약 1,000억 위안(약 21조 원), 전체 AI 자본 투자는 최대 1,600억 위안(약 33조 원)까지 늘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바이트댄스는 이에 더해 음성 명령으로 스마트폰 내 앱들을 대신 조작하는 'AI폰'을 출시하며 운영체제 수준으로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생태계 통합을 내세운다. AI 모델 '챈(Qwen)'을 400개 이상의 내부 서비스와 연결하고,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Alipay)를 통해 전기료 납부 같은 생활 업무까지 챗봇 한 곳에서 처리하도록 설계했다. 챈 앱 월간 활성 이용자는 이미 1억 명을 넘어섰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2월 3,800억 위안(약 79조 원)의 3개년 AI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최근 이를 4,800억 위안(약 100조 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기관 번스타인(Bernstein)은 최근 보고서에서 "챈에 에이전트 서비스가 도입된 것이 알리바바의 상대적 우위를 뒷받침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텐센트는 월간 활성 이용자 14억 명의 위챗(WeChat)이라는 막강한 자산을 쥐고도 AI에서만큼은 의도적으로 속도를 조절해왔다. 지난해 3분기 자본지출은 130억 위안(약 2조 7,30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 줄었다. 모닝스타(Morningstar) 수석 주식 분석가 이반 수는 "AI 수익화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텐센트의 접근법은 검증되지 않은 시장을 먼저 개척하는 데 드는 비용을 피하게 해준다"고 평가했다. 텐센트의 이 여유는 3분기에만 636억 위안(약 13조 3,500억원)을 벌어들인 게임 사업이 뒷받침한다.
마화텅이 바이트댄스를 직접 저격한 이유
마화텅은 신년사에서 알리바바의 챈 허브 전략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위챗이 같은 역할을 맡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우선하는 위챗 특성상 AI 에이전트로서 외부 앱들의 허브가 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더 직접적인 비판은 바이트댄스를 향했다. 그는 도우바오 AI폰에 대해 "사용자 명령을 AI가 이해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하다"고 임직원들 앞에서 공개 비판했다. 컨설팅 기업 아이미디어(iiMedia) 창업자 장이(張毅)는 "운영체제 수준 AI 에이전트는 위챗을 완전히 우회하는 폐쇄 고리를 만들 수 있다"며 "텐센트의 이용자 행동 데이터 통제권을 위협하고, 슈퍼앱 허브에서 AI 네이티브 진입점으로의 전환을 강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우바오 AI폰은 금융 서비스와 일부 앱들의 반발로 운영체제 무단 접근이 차단되는 등 초기 진통을 겪고 있다.
텐센트는 이에 맞서 오픈AI(OpenAI) 출신 야오 순위를 최고경영자실 산하 수석 AI 과학자로 영입해 대형 언어 모델(LLM) 개발을 맡겼다. 동시에 자사 AI 챗봇 위안바오(元寶) 홍보에 10억 위안(약 2,100억 원)을 투입, 월간 활성 이용자를 1억 1,400만 명까지 끌어올렸다.
中 빅테크 AI 전쟁, 한국에 남긴 과제
중국 3사의 투자를 합산해도 미국과의 간극은 크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올해 자본지출이 약 1,800억 달러(약 260조 원)로 두 배 늘어날 것이라고 예고했고, 아마존은 2,000억 달러(약 289조 원)를 약속했다.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중국 정부는 최근 알리바바·텐센트·바이트댄스 3사에 엔비디아 AI 칩 'H200' 총 40만 개 이상의 구매를 승인했다. 중국 기업들이 이미 200만 개 이상을 주문한 상태여서, 엔비디아 가용 물량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여기서 한국 반도체 기업의 위치가 부각된다.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전 세계 AI 관련 지출은 2026년 2조 5,278억 달러(약 3661조 원), 2027년에는 3조 3,366억 달러(약 4833조 원)로 전망했다. AI 모델 구동에 핵심으로 쓰이는 엔비디아 H100·H200에는 한국산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된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HBM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삼성전자도 2026~2027년 DRAM과 NAND 가격 상승에 힘입어 막대한 이익 창출이 예상되며, HBM4를 기점으로 DRAM 본연의 경쟁력 회복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브루킹스의 찬은 "AI 경쟁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할 것은 AI 제품이 소비자와 기업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매력을 갖추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모닝스타의 이반 수도 "특정 LLM의 현재 기능에 집착하는 것은 더 큰 그림을 놓치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 플랫폼 3사가 AI 모델과 챗봇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에 몰두하는 동안, 그 전쟁에 쓰이는 무기와 연료를 공급하는 쪽이 누구인지는 이미 시가총액 숫자가 보여주고 있다.
마화텅은 그날 밤 직원들 앞에서 노래 '멈추지 않는 모멘텀'을 불렀다. 하지만 그가 낮에 전한 메시지는 달랐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AI 시대, 어느 방향을 바라보느냐가 기업의 흥망을 가른다는 것은 중국 빅테크뿐 아니라 이 판의 모든 참여자에게 해당하는 명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