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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 넣자 즉시 입금"… 중국, 금값 폭등에 '로봇 제련' 현금화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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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 넣자 즉시 입금"… 중국, 금값 폭등에 '로봇 제련' 현금화 열풍

상하이 쇼핑몰 '황금 자판기' 장사진… 유품·예물 녹여 즉석 매도
12만 위안 현금 거머쥐는 노부부도… 사상 최고가에 '금 재테크' 대전환
디지털 기술 만난 안전자산, '가업 상징'에서 '초강력 액체 자산'으로
중국 상하이의 주요 쇼핑몰에는 소장하고 있던 금붙이를 팔아 현금을 확보하려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사진=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상하이의 주요 쇼핑몰에는 소장하고 있던 금붙이를 팔아 현금을 확보하려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사진=제미나이3

국제 금 시세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세계 최대 금 소비국인 중국에서 시민들이 자동화 기기를 통해 소장하던 금 장신구를 즉석에서 제련해 현금화하는 이색적인 경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CNBC 인도네시아가 지난 22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의 주요 쇼핑몰에는 소장하고 있던 금붙이를 팔아 현금을 확보하려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글로벌 금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보관해온 예물과 유품을 실질적인 수익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로봇 팔이 실시간 순도 측정… "1시간 대기는 기본“

상하이의 한 쇼핑몰에 설치된 금 거래 전문 기업 킹후드 그룹(Kinghood Group)의 '스마트 골드 스토어' 앞에는 지난달 말부터 수십 명의 시민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노란색 외관의 이 자동화 기기는 상하이금거래소(SGE)의 실시간 시세를 반영하며, 기계 내부의 로봇 팔이 금의 순도를 측정하고 제련하는 과정을 유리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 우(54) 씨는 지난 2002년 딸의 출생을 기념해 구입한 '판다 금화'와 아버지가 물려준 금반지를 팔기 위해 1시간 넘게 차례를 기다렸다.

우 씨는 "가격이 이렇게 극적으로 오를 줄은 몰랐다"라며 "과거 1000위안(약 21만 원)에 샀던 금붙이들이 기계 측정 결과 1만 위안(약 210만 원)을 훌쩍 넘는 가치로 평가받았다"라고 말했다.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는 이러한 현상이 중국 내 자산 관리 방식의 변화를 상징한다는 쪽으로 모인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탓에 금의 가치가 상승하자, 이를 가장 확실한 현금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투명한 디지털 공정… 2500만 원 유품 반지도 '즉시 입금’


이 기계는 전통적인 금방의 방식과 달리 금을 태우지 않고 빛의 굴절을 이용해 순도를 판별한다. 측정 뒤 화면에 제시된 매입가에 판매자가 동의하면, 신원 정보와 계좌 번호 입력만으로 당일 입금이 완료된다.

자오 씨라는 여성은 1950~1980년대 사이에 조부가 구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반지를 기기에 넣었다. '복(福)' 자가 새겨진 이 반지는 측정 결과 1만2000위안(약 250만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고, 자오 씨는 곧바로 거래를 승인했다. 자오 씨는 "전통적인 금방보다 기계의 자동 측정 방식이 더 개방적이고 투명해 신뢰가 간다"라고 평가했다.

현장에서는 한 시민이 오래된 장신구를 팔아 7만5000위안(약 1570만 원)을 챙기거나, 노부부가 손가락 크기의 금괴 하나로 12만2000위안(약 2560만 원)의 거금을 거머쥐는 모습도 목격됐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 가정의 노후 자금 마련이나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실용적 선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 속 '안전자산' 지위 재확인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증시의 변동성 확대 속에서 금이 유일한 '탈출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관련 업계의 한 분석가는 "중국인들에게 금은 이제 가업의 상징을 넘어 디지털 기기로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유동성 자산이 됐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값이 역대급 고점에 도달한 만큼, 앞으로 글로벌 금리 변동 추이에 따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중국의 '금 녹이기' 열풍은 고금리·고물가 시대에 자산 가치를 지키려는 현대인들의 실리적 태도를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