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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전기 먹는 하마' 잡는다… 유리 한 장에 360TB, 1만 년 저장 가능한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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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전기 먹는 하마' 잡는다… 유리 한 장에 360TB, 1만 년 저장 가능한 시대 온다

5D 광학 기술로 AI 전력 위기 정면 돌파… '메모리 크리스탈'이 바꿀 데이터 저장의 미래
MS·사우샘프턴大 유리 저장·DNA 저장 격돌… 차세대 콜드 데이터 패권 경쟁 본격화
IEA "2030년 데이터센터 전력 2배 폭증" 경고… 무전력 장기 보존 기술에 글로벌 뭉칫돈
세계는 지금 데이터 홍수에 빠진 채 전력망 한계라는 암초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촉발한 연산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단 한 장의 유리판이 이 거대한 방정식을 뒤흔들 변수로 떠올랐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계는 지금 데이터 홍수에 빠진 채 전력망 한계라는 암초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촉발한 연산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단 한 장의 유리판이 이 거대한 방정식을 뒤흔들 변수로 떠올랐다. 이미지=제미나이3
세계는 지금 데이터 홍수에 빠진 채 전력망 한계라는 암초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촉발한 연산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단 한 장의 유리판이 이 거대한 방정식을 뒤흔들 변수로 떠올랐다.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교 피터 카잔스키(Peter Kazansky) 교수 연구팀은 5차원(5D) 광학 인코딩 기술을 활용해 지름 5인치짜리 유리판 한 장에 약 360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소재의 이론적 수명은 1만 년 이상으로 추산된다.

빛의 소용돌이로 새기는 '5차원 기억'… 보관 중 전력 소비 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현 수준의 2배로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문제의 핵심은 전체 데이터의 80%를 차지하는 이른바 '콜드 데이터', 즉 접근 빈도는 낮지만, 장기 보관이 의무인 데이터들이다. 현행 하드디스크(HDD)나 자기 테이프 방식은 이 콜드 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력을 공급해야 하고, 10~20년 주기로 매체를 교체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BBC23(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을 보면 카잔스키 교수팀이 개발한 '메모리 크리스탈'은 이 딜레마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1000조 분의 1초 단위로 발사되는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 유리 내부에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 구조를 새기는 방식으로, 가로·세로·깊이의 3차원 공간 좌표에 빛의 편광 방향과 강도라는 두 가지 물리적 변수를 더해 5차원 데이터 구조를 완성한다.

카잔스키 교수는 "빛의 고유한 특성을 입체적으로 활용해 영구 보존에 걸맞은 고밀도를 구현했다"면서 "이 유리 소재는 섭씨 1000도 이상의 열과 화학적 부식에도 구조가 변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결정적으로 이 장치는 데이터를 입력하는 쓰기 단계에서만 에너지를 소비할 뿐, 보관 상태에서는 전력 공급이 일절 필요하지 않다. 데이터센터의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구조다.

MS '프로젝트 실리카' vs DNA 저장… 차세대 냉각 저장 매체 삼파전


이 분야의 잠재력을 간파한 마이크로소프트(MS)'프로젝트 실리카(Project Silica)'를 통해 범용 붕규산 유리 기반의 데이터 저장 기술을 독자 연구 중이다. MS는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관련 연구 성과를 공개하며 상용화 타당성 검증에 나선 상태다.

또 다른 도전자는 생체 분자를 저장 매체로 쓰는 'DNA 저장 기술'이다. 불과 1gDNA에 약 215페타바이트(PB)의 정보를 압축할 수 있어 집적도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토마스 하이니스(Thomas Heinis) 교수는 "DNA 저장은 냉각 장치가 전혀 필요 없고 부피 대비 밀도가 극단적으로 높다"고 평가하면서도 "데이터를 합성·기록하는 비용이 여전히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할 만큼 높다"고 지적했다.

두 기술의 경쟁 구도는 선명하다. 유리 기반 저장 방식은 물리적 내구성과 읽기 속도 개선 속도에서 앞서고, DNA 저장 방식은 인류가 생물학 기반 기술을 보유하는 한 판독 장비가 소멸하지 않는다는 '영속적 호환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AI 연산 대체는 시기상조"'뜨거운 데이터'와 분리 저장 전략이 해법


물론 이들 차세대 저장 기술이 당장 데이터센터의 SSDHDD를 모두 밀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일랜드 더블린 기술대학교 타니아 말릭(Tania Malik) 조교수는 "유리와 DNA 기술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분명히 매력적이지만, 실시간 AI 연산처럼 즉각적인 응답이 요구되는 영역의 저장 매체를 대체하기까지는 추가적인 기술 성숙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말릭 교수는 전력난 타개 전략으로 "액체 냉각 도입이나 저전력 프로세서 확대 같은 하드웨어 혁신과 함께 무분별한 데이터 축적보다 꼭 필요한 정보만 선별 보관하는 이른바 '데이터 다이어트'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카잔스키 교수가 직접 설립한 스타트업 'SPhotonix(에스포토닉스)'는 최근 450만 달러(64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상용 시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현재 초당 30MB 수준인 읽기 속도를 향후 3~5년 내에 500MB까지 끌어올려 현세대 저장장치와 대등한 성능을 갖추겠다는 로드맵이다.

AI 연산이 낳은 전력 소비의 괴물에 맞설 처방이 마련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를수록 데이터센터 전력 위기는 더 깊어진다. 1만 년을 견디는 유리 한 조각이 그 해법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기술 시장의 시선이 사우샘프턴에서 실리콘밸리로 이어지는 긴 선 위에 고정되고 있다.

기술 진보가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은


유리·DNA 기반 저장 기술이 성숙 단계에 진입할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실리콘 낸드(NAND) 플래시 중심의 콜드 데이터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잠식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 다만 두 기술 모두 쓰기 속도와 단가 문제를 극복하기까지 10년 이상의 상용화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면 타격은 제한적이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AI 추론용 HBM 수요는 지속 팽창하는 만큼, 국내 업계는 고부가 메모리 중심 포트폴리오로의 전환을 선제적으로 가속화해야 한다는 시그널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