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메모리 기술이 전 세계 AI 인프라의 혈관을 장악한 결과, 역사적 쾌거
HBM4·차세대 D램·지정학 리스크까지 — 영광 뒤에 남은 4가지 과제
HBM4·차세대 D램·지정학 리스크까지 — 영광 뒤에 남은 4가지 과제
이미지 확대보기시가총액은 5017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한국 증시 역사상 최초의 5000조 원 시대 개막으로, 국가별 시총 순위에서도 프랑스를 추월해 세계 9위권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속도다. 지난 1월 27일 종가 기준 5000선에 안착한 지 불과 29일 만에 1000포인트를 더 쌓아 올렸다. 4000에서 5000까지 3개월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코스피는 지금 기어가 바뀐 차량처럼 질주하고 있다.
실적이 지수를 결정한 동력
이번 상승장을 '버블'이라 단정 짓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연초 대비 40% 이상 상향 조정됐고, 그 증가분의 압도적 다수를 반도체 업종이 담당했다. 노무라금융투자에 따르면 2026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기업의 순이익이 국내 전체 상장사 순이익의 64%에 달할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코스피 전체 상장사 순이익 추정치를 연초 330조 원에서 457조 원으로 대폭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연초 대비 33.78% 상승하며 20만 원 선(이른바 '20만 전자')을 뚫었고, SK하이닉스는 35.81% 오르며 100만 원 고지('100만 닉스')를 밟았다.
이 실적 개선의 핵심 자원이 바로 고대역폭메모리(HBM)다. 수십 개의 D램 다이(Die)를 수직 적층해 수만 개의 미세 통로로 연결한 HBM은 기존 메모리 대비 대역폭을 수십 배 끌어올린 기술이다. 챗GPT·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가 매초 수조 건의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이 기술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업계 추산 기준 한국의 HBM 세계 시장 점유율은 80%에 육박하며, 사실상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가 한국산 메모리 위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범용 D램(DDR5)과 기업용 낸드(eSSD) 가격도 공급 부족으로 동반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HBM에서 전 제품군으로 확산되는 국면이다.
6000이 끝이 아닌 이유...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증권가는 이미 7000선 이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노무라는 상반기 목표치 상단을 8000으로 제시했고, 하나증권은 7870,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각각 7300을 내다봤다. 그러나 K-반도체가 이 흐름을 중장기적으로 이어가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네 가지 구조적 과제가 존재한다.
첫째는 기술 경쟁의 가속화다. 삼성전자의 HBM4 품질 안정화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차세대 제품의 양산 타이밍이 수개월만 늦어져도 점유율이 뒤바뀔 수 있다는 경고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둘째는 지정학적 변수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반도체 장비·소재에 대한 추가 관세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고,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될수록 한국 기업은 양측 모두로부터 압박을 받는 협로에 놓이게 된다.
셋째는 인력 구조의 위기다. 반도체 설계·공정 엔지니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국내 이공계 인재 공급망은 이를 뒷받침하기에 여전히 역부족이다.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과 출생률 감소는 10년 후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는 데 있어 가장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코스피 6000 돌파는 한국 반도체 기술진과 경영진이 불확실성을 뚫고 일궈낸 결실이며, 그들의 노고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가 인정할 성취다. 이는 전 세계 AI 혁명의 토대를 한국이 쌓고 있다는 사실의 자본시장적 표현이다. 그러나 이 성취는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기술·인재·지정학·생태계 다변화라는 네 가지 방정식을 동시에 풀어내야만, 6000이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8000을 향한 계단의 첫 칸으로 기록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뉴욕증시] 빅테크 강세 속 3대 지수 상승](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setimgmake.php?w=270&h=173&m=1&simg=2026022602232607989be84d87674118221120199.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