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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첫 전기차 출시 전격 취소… “수요는 제로, 비싼 취미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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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첫 전기차 출시 전격 취소… “수요는 제로, 비싼 취미일 뿐”

란자도르 프로젝트 폐기하고 PHEV에 집중… “슈퍼카의 감성적 연결 부족”
트럼프 보조금 철회 여파에 스텔란티스·GM·포드 등 글로벌 제조사 ‘EV 전략’ 줄수정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네바 국제 모터쇼 카타르 개막일에 람보르기니 레부엘토 고성능 전기차와 람보르기니 란자도르 전기 컨셉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람보르기니이미지 확대보기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네바 국제 모터쇼 카타르 개막일에 람보르기니 레부엘토 고성능 전기차와 람보르기니 란자도르 전기 컨셉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람보르기니
이탈리아의 럭셔리 슈퍼카 제조사 람보르기니가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EV) 출시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소비자의 외면과 수익성 악화라는 현실 벽에 부딪힌 결과다.

26일(현지시각) 폭스 비즈니스 등 외신에 따르면, 스테판 윙켈만(Stephan Winkelmann) 람보르기니 CEO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2028년 출시 예정이었던 전기차 '란자도르(Lanzador)' 개발을 중단하고 해당 라인업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요 곡선은 0에 수렴”… 전기차는 ‘비용 많이 드는 취미’ 독설


윙켈만 CEO는 선데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람보르기니 타깃 시장의 전기차 수용도가 "사실상 0에 가깝다"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전기차 개발이 회사에 "비용이 많이 드는 취미(Expensive Hobby)"가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고객들이 슈퍼카에서 기대하는 '감정적 경험'과 '엔진 소리의 연결'을 현재의 전기차 기술로는 구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람보르기니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전통적인 내연기관의 감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EV 회의론’ 확산… 수조 원대 손실 기록


람보르기니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해 막대한 재정적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과 궤를 같이한다.

스텔란티스는 전기차 전략 재설정 과정에서 265억 달러(약 35조 원)의 손실 처리를 발표했다.

또한, 제너럴 모터스(GM)는 약해진 수요를 반영해 전략을 수정한 후 70억 달러의 재정 부담을 안게 됐다.
한편, 포드의 짐 파를리 CEO는 4분기 111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고객이 (전기차를 원치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철회 움직임 이후 소비자의 관심이 급격히 식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발볼린(Valvoline)의 로리 플리스 CEO는 "보조금 중단 이후 전기차에 대한 흥미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당분간은 PHEV가 정답… “절대는 없지만 적절한 때를 기다릴 것”


람보르기니는 순수 전기차 대신 엔진과 배터리를 결합한 PHEV 라인업을 강화해 탄소 배출 규제에 대응할 방침이다.

윙켈만 CEO는 "전기차를 영구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때가 올 때까지는 하이브리드에 집중할 것"이라며 "전통적인 내연기관의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전동화 기술을 준비하는 단계적 접근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슈퍼카 시장의 ‘리얼리즘’ 회귀… 韓 배터리·부품 업계의 전략적 재편 시급


람보르기니를 비롯한 럭셔리 브랜드들의 전기차 철회는 국내 배터리사들과 부품 업체들에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하이브리드 최적화’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순수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는 사이, 슈퍼카와 럭셔리 세단을 중심으로 고출력 PHEV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SDI나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사들은 내연기관 엔진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순간 가속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전용 고출력 배터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는 순수 EV 시장의 공백을 메울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것이다.

윙켈만 CEO가 언급한 '감정적 연결'은 전기차의 고질적인 정숙성이 오히려 독이 된 사례다.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은 전기차의 구동 모터 소리를 내연기관처럼 디자인하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ASD)’ 기술이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변속 충격을 제어해 역동적인 주행감을 주는 초정밀 하드웨어 기술을 고도화하여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포드와 GM 등 주요 고객사들이 전기차 생산을 줄임에 따라, 한국 부품 업계도 EV 전용 라인에 대한 과잉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한 라인에서 혼류 생산할 수 있는 유연 생산 시스템(FMS)을 구축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즉각적으로 생산 비중을 조절할 수 있는 기민한 공급망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