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오일쇼크] 세계는 '전쟁'을 봤고, 시장은 '정권 교체'를 읽었다… 중동 쇼크, 이번엔 다르다

글로벌이코노믹

[오일쇼크] 세계는 '전쟁'을 봤고, 시장은 '정권 교체'를 읽었다… 중동 쇼크, 이번엔 다르다

미·이스라엘 합동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제거… "정권 교체 겨냥한 장기전" 분석 잇따라
금값 온스당 5230달러 사상 최고… 비트코인·증시는 지정학 쇼크에 직격탄
에너지 패권의 목줄을 쥔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세계의 시선을 빨아들이고 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이 37㎞ 폭의 수로 하나가 막히는 순간, 글로벌 경제는 2022년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를 넘어서는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에너지 패권의 목줄을 쥔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세계의 시선을 빨아들이고 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이 37㎞ 폭의 수로 하나가 막히는 순간, 글로벌 경제는 2022년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를 넘어서는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에너지 패권의 목줄을 쥔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세계의 시선을 빨아들이고 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이 37㎞ 폭의 수로 하나가 막히는 순간, 글로벌 경제는 2022년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를 넘어서는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과 전 세계의 평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정밀 폭격을 중단 없이 계속할 것"이라며 이란 국민을 향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때"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이 발언을 이란 체제 변화를 사실상 압박하는 신호탄으로 읽는다.

"6월 핵시설 타격과 차원이 다르다"… 정권 교체 겨냥한 전면전 가시화


이번 사태를 지난해 6월의 제한적 핵시설 공습과 동일선상에 놓는 시각은 전문가 사회에서 급속히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자산운용사 모나칠 캐피털 파트너스의 알리 멜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작전은 핵 억지력 무력화를 넘어 베네수엘라식 정권 교체, 혹은 그보다 급진적인 체제 변화를 정조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계 정치·경제 분석기관 옥스퍼드 애널리티카의 닉 레드먼 애널리스트 역시 "이란이 확전을 의도적으로 회피했던 지난해 6월의 패턴은 현 국면에서 아무런 준거 기준이 되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오일쇼크 시나리오별 유가 전망.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오일쇼크 시나리오별 유가 전망.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오일쇼크 시나리오별 유가 전망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원자재 분석팀은 중동 안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고 공급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144700)를 돌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습 전날인 27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군사 행동 임박 징후에 각각 0.40%, 0.47% 오르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멜리 CIO는 다만 "미국 정부가 전략비축유(SPR) 방출에 나서거나, 미국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베네수엘라의 원유 공급을 조율한다면 가격 상단이 다소 제한될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자산 시장 대분기(大分岐)… 금·달러 강세, 주식·코인 급락


지정학적 공포가 시장을 압도하면서 투자 자금의 이동 방향이 극명하게 갈렸다. 국제 금값은 지난달에만 약 11% 급등하며 온스당 5230.50달러(7568500)로 마감했다. 2012년 이후 14년 만의 최대 월간 상승폭이자 사상 최고 금액 기록이다.

반면 위험자산은 거센 하방 압력에 신음했다. 24시간 거래되는 비트코인은 공습 발표 직후 65300달러(9440만 원) 선까지 밀려났다. 투자전략 분석기관 카슨 그룹의 라이언 데트릭 수석 시장 전략가는 지난달 28일 마켓워치를 통해 "단기적으로 주가 약세와 원유 가격 급등은 피하기 어렵다""3월 증시가 조용하게 출발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단언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 미국 국채 등 전통적 안전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경제의 이중 충격… 에너지 수입 비용 급증·수출 차질 우려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에 남기는 그늘은 유독 짙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질주할 경우, 국내 에너지 수입 비용은 연간 수십조 원 규모로 불어날 수 있다. 정유·항공·화학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의 수익성 훼손이 불가피하고, 소비자물가 상승 압박도 덩달아 커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동 리스크가 한국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복합 경로를 이미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 전선도 불안하다. 이란을 포함한 중동 지역은 국내 건설·방산·플랜트 기업들의 주요 수주 시장이다. 분쟁이 장기화하면 현지 프로젝트 중단과 대금 회수 지연 등 직접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에너지 수급 안정화 대책과 함께 중동 진출 기업 지원 방안을 조기에 가다듬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데트릭 전략가 "블랙 클라우드, 시장 전체를 뒤덮었다"


데트릭 전략가는 "미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견고하고 기업 실적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음에도, 중동발 불확실성이라는 '검은 구름'이 금융시장 전반을 잠식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공급망 붕괴와 고유가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한 시나리오 플래닝을 갖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메네이 사망으로 점화된 중동 위기는 이제 단순한 군사 충돌의 영역을 벗어났다. 이란의 체제가 흔들리는 순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에너지 패권 게임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국제유가 100달러, 그리고 그 이상의 시나리오는 더 이상 극단적 가정이 아니다. 한국을 포함한 에너지 수입 의존국들이 '포스트 하메네이' 시대의 복합 리스크를 얼마나 빠르게 흡수하느냐가 향후 경제 방어력을 판가름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