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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설계한 에너지 신질서... 트럼프의 중동 타격은 시작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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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설계한 에너지 신질서... 트럼프의 중동 타격은 시작일 뿐인가

베네수엘라 이어 이란까지 참수 외교...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 미국의 강제 재편
OPEC 체제 붕괴와 미중 AI 패권 전쟁... 자원 무기화가 부른 글로벌 오일 쇼크 비상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들. 사진=로이터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유례없는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의 심장부를 타격하면서, 석유와 가스를 단순한 자원이 아닌 강력한 외교적 흉기로 휘두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중동의 군사 충돌을 넘어, 지난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글로벌 에너지 질서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거대한 지각변동의 시작이다.

일본의 경제지 니케이가 3월 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이번 이란 공습은 트럼프 행정부가 에너지를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다. 미국은 핵 합의 협상에서 이란이 굴복하지 않자 전격적인 군사 행동에 나섰으며, 이는 이란 정권의 생존을 건 보복 대응을 불러올 위험을 낳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산유국으로 불길이 번질 경우 국제 유가는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솟을 전망이다.

무너지는 석유 카르텔 석유 수출국 기구의 종말과 미국의 독주


과거 세계 석유 시장을 호령하던 석유 수출국 기구(OPEC)의 위상은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1960년 창설 당시 주축이었던 5개국 중 이라크와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마저 미국의 물리적 타격으로 정권이 흔들리고 있다. 이제 창설 멤버 중 온전한 정치 체제를 유지한 곳은 사우디와 쿠웨이트뿐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시설 재건에 자국 기업을 투입하려 하는 등, 산유국들의 자원 민족주의를 힘으로 찍어누르며 시장의 지배권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중국의 에너지 목줄 죄기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외교 협상 카드로


트럼프는 확보한 석유 자원을 철저히 적대국 압박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사실상 통제권 아래 두면서 쿠바와 멕시코로 향하던 기름길을 끊어버렸다. 특히 베네수엘라 원유의 최대 구매자였던 중국의 수출길을 차단하는 한편,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대신 베네수엘라산을 사도록 유도하고 있다. 에너지를 매개로 러시아와 중국의 결속을 방해하고 여러 전선에서 미국의 외교적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에너지 패권의 충돌 미국 가스와 중국 클린 테크의 정면 승부


탈탄소 시대로의 전환도 자원 갈등을 멈추지는 못했다. 오히려 석유와 가스를 장악한 미국과 태양광, 풍력,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공급망을 지배하는 중국 사이의 새로운 전쟁터가 열렸다. 중국은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수출 통제로 맞서고 있으며, 양국은 인공지능(AI) 경쟁력의 핵심인 에너지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이는 자유 무역보다 국가의 전략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새로운 중상주의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에너지 인질 시대 한국 경제가 가야 할 생존의 길


미국과 중국의 자원 전쟁이 격화되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중동 리스크로 인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보고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위기에 처하면서, 국내 물가와 산업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과거 오일 쇼크를 극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원자력 및 재생 에너지 비중을 전략적으로 조절하는 등 입체적인 생존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