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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패권전쟁] TSMC 애리조나 첫 흑자…삼성전자 파운드리, 수주 공간 좁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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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패권전쟁] TSMC 애리조나 첫 흑자…삼성전자 파운드리, 수주 공간 좁아지나

4나노 수율, 대만 본토 수준 회복하며 순이익 161억 대만달러 달성
애플·엔비디아 '미국산 칩' 전환 가속…일본 3나노 격상으로 포위망 완성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서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서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사진=로이터
한국이 반도체를 처음 수출한 지 50년이 넘었다. 그 세월 동안 '제조 강국'이라는 수식어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정체성이나 다름없었다. 그 자부심이 지금 흔들리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서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하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지정학적 대안'이라는 마지막 경쟁 카드마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도체 업계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TSMC 주요 거점별 손익 및 생산 현황 (2025년 기준).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TSMC 주요 거점별 손익 및 생산 현황 (2025년 기준).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수율·수익성 모두 증명…'미국 제조 회의론' 정면 돌파


지난 1(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2일 디지타임즈(DIGITIMES) 보도를 종합하면, TSMC 애리조나 법인은 2025 회계연도(1~12월 기준)1614000만 대만달러(7470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2024년 양산 가동 후 첫 연간 흑자이다.

사실 애리조나 공장은 순탄한 출발과는 거리가 멀었다. 초기 2년간 250억 대만달러(11580억 원)가 넘는 누적 적자를 쌓으며 인력난과 노사 갈등, 공사 지연이 잇따랐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만 밖에서 TSMC의 기술 수준을 재현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제기됐다.

그 회의론을 뒤집은 것이 4나노 공정 양산이다. 현재 피닉스 공장의 수율(불량 없이 생산되는 합격품 비율)은 대만 타이난·신주의 핵심 생산기지(기가팹)와 대등한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높은 인건비와 전기요금 등 미국의 고비용 구조를 정밀 공정 최적화와 프리미엄 단가로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의 지원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TSMC는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라 장비 투자액의 25%를 세액 공제받았으며, 2025년 한 해에만 전 세계에서 7626000만 대만달러(35300억 원) 규모의 정부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았다. 이 자금은 초기 설비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 부담을 줄이며 손익분기점 돌파를 앞당겼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별 최신 수율 현황 (2026년 3월 기준).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별 최신 수율 현황 (2026년 3월 기준).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애플의 '칩 귀환'…수주 경쟁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수치 못지않게 주목되는 것은 고객사의 이동이다. WSJ는 애플이 아이폰용 최신 칩 생산을 대만 중심에서 미국 현지 조달로 점진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텍사스주 AI 서버 조립 공장과 애리조나 TSMC 팹을 연계하는 '칩 홈커밍' 전략으로, 지정학적 위험을 분산하는 동시에 관세 리스크를 줄이려는 포석이다.
TSMC 애리조나 법인의 2025년 내부 매출은 670억 대만달러(31040억 원)를 웃돌았다. 애플을 비롯해 엔비디아, AMD 등이 현지 생산 웨이퍼를 대량으로 구매했다는 방증이다.

이 구도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상당한 압박 요인이다. 삼성은 그간 TSMC에 물량 우선순위를 내준 '세컨드 벤더(2 공급사)' 위치에서 틈새 수주를 모색해왔다. 그러나 TSMC가 미국 내 제조 역량을 실증하고, 빅테크 고객들이 이에 호응하면서 삼성이 파고들 공간이 전보다 좁아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다만 삼성도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의 2나노 공정 양산을 2025년을 목표로 추진해왔으며, 현재 텍사스 테일러 공장의 가동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술 격차를 얼마나 빠르게 좁히느냐가 향후 수주 경쟁력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미국·일본·중국 '3각 거점'TSMC의 글로벌 포위망


TSMC의 외연 확장은 미국에서 멈추지 않는다. 일본 구마모토의 제2공장은 당초 계획보다 한 단계 격상된 3나노 공정 도입을 확정했다. 당초 자동차 반도체 공급 거점으로 기획됐던 구마모토를 AI 수요에 대응하는 '첨단 로직 반도체 허브'로 전환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성숙 공정(16~28나노)을 앞세워 수익을 확대하고 있다. 난징·상하이 법인은 2025년 합산 약 390억 대만달러(18070억 원)의 이익을 냈다. 첨단 공정은 미국·일본에서, 수익성 높은 성숙 공정은 중국에서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이 실제 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정학적 대안' 가치, 시험대에 오른 삼성


반도체 업계에서는 TSMC의 미국 흑자 전환을 단순한 실적 이벤트 이상으로 해석한다. 그간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내세웠던 차별화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지정학 리스크 분산에 기여하는 '대만 외 대안'이라는 가치였다. 그런데 TSMC가 직접 미국에서 수율과 수익성을 입증하면서 해당 논리의 설득력이 약해졌다.

파운드리 전문 애널리스트는 "애플과 엔비디아 같은 핵심 고객이 TSMC 미국 공장에 줄을 서는 상황에서 삼성이 기술 경쟁력으로 가시적인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파운드리 사업의 적자 고리를 끊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TSMC2027년 애리조나 제2공장에서 2나노급 첨단 공정 양산에 돌입하며 미국 내 첨단 공정 거점을 더욱 굳힌다는 계획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기술 초격차와 고객 신뢰 회복이라는 두 과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앞으로 수년간 파운드리 시장의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곧 공개될 삼성전자 분기 실적에서 파운드리 부문 적자 폭과 수주 잔고의 변화 추이를 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