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금융망 제재 한계 파고든 우회망과 무역 무기화
원유·가스 수입 상위 5개국 타깃… '그림자 함대' 꼼수 무력화
관세형 세컨더리 제재 강수… 한국 에너지 수급과 제조업 리스크 급증
원유·가스 수입 상위 5개국 타깃… '그림자 함대' 꼼수 무력화
관세형 세컨더리 제재 강수… 한국 에너지 수급과 제조업 리스크 급증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상원이 러시아의 전쟁 수행 자금줄을 차단하고자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를 대량 수입하는 제3국에 최고 10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형 세컨더리 제재' 법안을 전격 추진한다.
기존 금융 통제와 자산 동결 조치가 제3국의 교묘한 우회 거래망에 막혀 실효성을 잃어가자, 미국 입법부는 관세를 통상 차원을 넘어 직접 지정학 무기로 전환해 경제 압박 수위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마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故)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리처드 블루멘설 상원의원(민주·커네티컷)이 공동 발의한 '린지 그레이엄 대러 제재 법안'이 미 상원 여야 합의를 거쳐 막바지 입법 절차에 돌입했다고 지난 7월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개정안은 러시아 국방·에너지·금융 분야에 대대적인 봉쇄를 가하는 동시에, 러시아산 에너지를 사들이는 핵심 제3국과 회피 조력국을 정밀 타깃으로 지정해 징벌적 관세를 물릴 권한을 미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내용을 핵심 골자로 삼았다.
달러·금융망 제재 한계… '그림자 함대'와 교묘해진 우회망
미국이 관세 형태의 세컨더리 제재를 도입하고 나선 데는 기존 제재 방식의 한계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달러와 금융망 중심의 2차 제재만으로는 다변화된 우회망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관세를 안보 무기로 삼는 법안 개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 재무부의 대외 제재 건수는 2017년 약 800건에서 2024년 3000건으로 4배가량 급증했다. 그러나 제재 조치는 북한과 이란, 러시아 등 대상국들의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전통적 세컨더리 보이콧만으로는 목표 달성에 한계가 드러나면서, 1980~199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아파르트헤이트) 철폐를 이끌어냈던 전방위 제재의 위력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무겁게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제재 실효성이 떨어진 원인으로 교묘해진 우회 수단을 집요하게 지목한다. 미국이 달러 결제망에서 제재 대상을 단절시켜도 중국 같은 대형 대체 거래선이 거대 수입처로 버티는 실정이다.
이란과 러시아는 페이퍼컴퍼니, 아랍에미리트(UAE)·튀르키예 중개인을 활용해 자금을 유통한다. 동시에 중국 위안화 결제 비중을 늘리고 가상자산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미국 달러 중심의 금융 제재망을 차례로 무력화했다.
‘상위 5개국' 정밀 타깃 설정과 동맹국 예외 인정
이번 법안은 관세를 단순 통상 불균형 해소용이 아닌 직접 안보 무기로 명확히 규정했다. 블루멘설 의원은 인터뷰에서 "러시아산 에너지를 사들여 전쟁 자금을 대는 국가에 강력한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중국과 인도 등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지속한다면 최고 100%의 관세 폭탄을 맞게 된다"고 강력히 강조했다.
다만 미국 입법부는 무분별한 제재 오남용과 동맹국 이탈을 막고자 제재 타깃을 정밀하게 제한했다. 법안은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수입 상위 5개국(중국·인도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과 제재 회피를 돕는 상위 5개 조력국으로 대상을 엄격히 한정했다.
반면 전체 수입량의 15% 미만을 구매하며 감축 노력을 증명하는 유럽연합(EU) 국가 등은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예외 조항을 뒀다.
또한 개정안은 선박 등록 분산과 위장 국적을 활용하는 우회 수송망, 제3국 편의치적국, 해운 서비스 업체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해 물류 통로를 전방위로 압박하도록 설계됐다.
美 중반기 통상 압박 수위 상승… 제재 운용 기조 변화
단기 관점에서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미국은 중국과 인도를 상대로 전면적인 통상 압박 카드를 쥐게 된다. 미 재무부 역시 장기 방치형 제재에서 벗어나 신속하고 집중적인 단기 타격 방식으로 제재 운용 기조를 빠르게 전환할 방침이다.
한국 산업계 고에너지 비용 및 통상 실사 리스크 비상
중장기 관점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파편화와 고에너지 비용 구조가 고착화될 위험이 크다. 한국은 러시아산 에너지 직접 수입 비중을 낮췄으나, 국제 유가 변동성 확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2차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철강·석유화학·비철금속 같은 고에너지 집약 산업뿐만 아니라,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팹 운영까지 에너지 가격과 공급 안정성에 직접 연동되어 있다. 따라서 에너지 비용의 장기 상승은 곧 한국 제조업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위험을 안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이란 관련 거래를 지원하는 중국·중동 정유사와 선사들이 잇따라 제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거래 상대방의 제재 이력과 러시아 노출 여부를 확인하는 기업 실사(DD)를 강화하고, 달러·위안·유로 등 결제 통화와 사용 은행의 제재 리스크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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