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확충 비용 최대 86조 원 추산… "지역사회 감당 불가" 경고
구글 물 소비 전년比 17%↑, 국내 용인·평택도 공업용수 확보 비상
구글 물 소비 전년比 17%↑, 국내 용인·평택도 공업용수 확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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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2030년 미국 데이터센터, '뉴욕시 하루치 물' 증발시킨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UC 리버사이드) 전기·컴퓨터공학부 샤오레이 렌(Shaolei Ren) 부교수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현재의 물 사용 효율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2030년까지 미국 내 데이터센터가 추가로 확보해야 할 일일 용수량이 최소 6억9700만 갤런(약 26억3800만 리터)에서 최대 14억5000만 갤런(약 54억8800만 리터)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뉴욕시 전체에 하루 동안 공급되는 수돗물과 맞먹는 규모다.
기술 전문 매체 기즈모도(Gizmodo)가 지난 6일(현지시각) 이 연구를 집중 보도하면서, 그간 전력 부족 문제에 가려져 있던 '물 부족' 리스크가 AI 산업의 새로운 성장 장벽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냉각탑의 역설… '닫힌 시스템'도 물은 새어 나간다
데이터센터가 물을 대규모로 소비하는 구조는 의외로 단순하다. AI 연산을 처리하는 수만 대의 서버는 24시간 고열을 뿜어내고, 이 열을 식히지 못하면 장비는 순식간에 망가진다.
빅테크 기업들은 물을 순환 재사용하는 '밀폐형(closed-loop)' 냉각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고 홍보하지만, 렌 교수 연구팀의 분석은 다른 실상을 드러낸다. 냉각탑이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증발식 냉각(evaporative cooling)'이 수반되는데, 이 과정에서 물이 수증기 형태로 대기 중에 소멸된다는 것이다. 최신 냉각 설비를 갖춘 대형 데이터센터조차 여름철 가동 정점(peak) 시기에는 하루 100만~800만 갤런을 소모한다. 이를 리터로 환산하면 약 378만~3028만 리터에 해당한다. 이는 대형 데이터센터가 가동 정점일 때 하루에 쓰는 물이 서울시 전체 인구(약 930만 명)가 하루 동안 마시는 물보다 훨씬 많은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수도관 교체 비용만 최대 86조 원… "지자체 감당 한계"
연구팀이 추산한 인프라 비용은 더욱 충격적이다.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지역의 공공 용수 시스템을 2030년까지 확충하는 데 드는 비용이 최소 100억 달러(약 14조9400억 원)에서 최대 580억 달러(약 86조6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렌 교수는 이 수치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추정"이라고 전제하면서, "데이터센터를 유치한 지역사회가 이 비용을 스스로 감당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직격했다.
일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지역 사회와 협력 계약을 맺고 수억 달러를 인프라 개선에 투자하고 있으나, 수십조 원 규모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연구팀의 진단이다. 상업적 이해관계에 기반한 민간 투자는 언제든 방향이 바뀔 수 있어 구조적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다.
물 부족 → 건식 냉각 전환 → 전력 급증… 악순환 고리
용수 확보에 실패한 데이터센터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건식 냉각(dry cooling)'이다. 물 대신 공기로 열을 방출하는 방식인데, 냉각 효율이 수냉식에 비해 현저히 낮다. 효율 저하를 보완하기 위해 더 많은 전력이 투입되어야 하고, 이는 여름철 전력망 전체에 추가 부담을 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AI 전력 위기와 물 위기가 서로를 증폭시키는 구조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 인프라 컨설팅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식 냉각으로 전환하면 같은 서버 용량을 유지하기 위해 전력 사용량이 최대 30~40%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며 "전력과 용수 인프라를 동시에 확충하지 않으면 데이터센터 신증설 자체가 막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개 수냉식 데이터센터의 PUE는 보통 1.1~1.2 수준이고, 건식 위주 데이터센터의 PUE는 1.4~1.6 이상으로 올라간다.
'물 사용 정보' 깜깜이… 연간 총량만 공개, 정점 수요는 비밀
연구팀은 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정보 공개 의무화'를 제시했다. 현재 대다수 데이터센터 운영사는 연간 총 물 사용량만을 공시할 뿐, 지역 수도망에 가장 큰 충격을 가하는 '정점 시기' 수요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렌 교수는 "지역 공동체가 자신들의 수자원이 얼마나 압박받고 있는지 파악조차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점 수요 보고의 법제화를 촉구했다.
구글의 2024년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 데이터센터의 물 소비량은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물 부족 지역에 위치한 구글 시설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도 가시화되고 있다.
용인·평택, 전력 이어 '공업용수'도 비상등
이번 연구 결과는 우리나라에도 직접적인 함의를 던진다. 국내 최대 데이터센터 집적지인 경기 용인·평택 일대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수도권 광역 데이터센터 클러스터가 동시에 자리 잡고 있어 공업용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관련 업계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 공업용수 공급 용량은 이미 여유 폭이 좁아지고 있으며, 추가 데이터센터 인허가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의 용수 항목이 핵심 심사 기준으로 부각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한 데이터센터 개발 업체 관계자는 "전력 계통 연결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다음 병목은 결국 용수 확보가 될 것"이라며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공업용수 공급 가능 여부를 데이터센터 입지 승인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AI가 소비하는 에너지를 놓고 전 세계가 전력망 확충에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는 동안, '물'이라는 또 다른 자원 전쟁이 소리 없이 시작됐다. 전력은 새로운 발전소와 송전선을 깔면 늘릴 수 있지만, 물은 그렇지 않다. 지하수는 한번 고갈되면 수십 년이 걸려야 회복된다. AI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부지를 선택할 때 전력 요금과 함께 '강수량 지도'를 들여다봐야 하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